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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을 따라 거슬러 올라가며 자연의 전경을 천천히 느끼며 음미할 수 있는 체험을 원한다면 필리핀 라구나의 팍상한으로 가보자. 

 

4차선 모두 일방통행?!

 

차를 타고 마닐라를 거쳐 남동쪽으로 라구나를 향해 달린다. 보통은 2시간 정도 걸리는 거리라고 하는데 주말이라서 그런지 지나칠 정도로 막힌다. 

 

지금은 필리핀에 대해 많이 알려져 모르는 사람이 드물 거라고 생각하지만, 처음 마닐라에 도착하자마자 경험했던 교통체증은 서울의 그것과 견주어도 손색이 없을 정도였다. 또 무수히 많은 종류의 차들은(대부분이 일본과 한국 메이커) 놀라움을 안겨주었다.

 

그런데 교통 체증에 한참을 고생하던 중 신기한 장면이 펼쳐지기 시작한다. 왕복 4차선(편도2차선)도로가 갑자기 3차선이 되더니 '어, 어' 하는 순간 4차선 모두가 일방통행이 되어 버리는 사태가 발생했다.

 

한 운전자가 참지 못하고 반대 차선으로 끼어들어 버리자 뒤따르던 차들이 모두 그 차의 뒤로 하나둘씩 따라붙어 버린 것이다.

 

전에 이런 일은 종종 일어난다고 들은 기억이 있지만 직접 눈앞에 펼쳐지자 필리핀 사람들의 자유로운 행동에 신기하기도 하고 위험하진 않을지 걱정도 조금 된다.

 

혹시 반대편에서 오는 차량들도 모두 일방통행 식으로 오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에 웃음이 난다. 세 시간 정도 고생하자 드디어 목적지인 팍상한에 도착했다.

 

 카누에 몸을 맞기고 평화로움에 젖는다

 

 카누체험을 할 수 있는 곳은 대부분 식당과 같이 운영하거나 숙박할 수 있는 곳 뒤쪽에 자리 잡고 손님을 기다리고 있다.

 

한국인이 운영한다는 곳으로 들어가자 뒤쪽으로 강이 보인다. 강 쪽으로 가까이 가자 뒤편에 나무로 만든 조그마한 선착장이 눈에 들어왔다. 배를 타기에 앞서 구명조끼를 착용하였는데 안전모도 착용하여야 한다고 해서 조금 의아하게 생각하다 일단 썼다가는 다시 손에 들었다. 배는 2명에서 3명 정도가 타기에 알맞은데 앞 뒤에서 카누를 저어 상류로 거슬러 오른다.

 

 

처음 출발하면 강의 하류기 때문에 강폭이 넓고 물살이 잔잔해 쪽배에 몸을 싣고 유람하는 듯한 기분이 든다. 조용하고 한적하고 매우 평화롭다. 강 주변엔 빨래를 하는 이들이나 카누가 정박해 있기도 하고 뒤집어 말리고 있는 모습도 보인다. 

 

얕은 곳에서는 어린애들이 멱을 감는 모습을 볼 수 있고, 그늘이 있는 곳엔 낮잠을 자거나 지나가는 배나 관광객들을 무심히 바라보는 사람도 보인다. 그러다 카메라를 들이대면 부끄러운 듯 웃는 모습이 너무나 정겹다.

 

강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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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동일

 

급류를 거슬러 위로! 위로!

 

강폭이 어느 정도 줄어드는가 싶더니 사공들이 일어나 오로지 그들의 힘만으로 강을 거슬러 오른다. 바위 사이 사이를 넘나들며 능숙하게 배를 위로 끌어올리는 모습은 감탄이 절로 나온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좌우를 뛰어 다니며 발로 돌을 밀고 배를 끌어 당기고, 현란한 그들의 몸짓에 점점 빠져들었다. 수위가 낮을 때 배가 바위 사이에 끼지 않도록 철로된 가로막대가 설치되어 있어 그 위를 지날 때 긁히는 소리와 스쳐지나가는 느낌에 깜짝깜짝 놀란다.

 

어느 정도 오르자 약간 넓은 공간이 나왔다. 사공들의 몸놀림에 고정되 있던 시선이 주위를 둘러볼 여유를 갖는다. 열대우림의 한복판에 와 있는 듯한 기분이 들 정도로 자연 그 상태로의 모습이 양쪽에 펼쳐진다. 하늘까지 뒤덮을 정도로 울창한 나무들은 열대의 뜨거운 태양을 가려주고 시원함을 만끽하게 해준다.

 

 

아마 사공들의 휴식을 위한 공간이었는지 강가에 음료를 파는 곳이 나온다. 이 곳에서 잠깐 내려 10분 정도 휴식을 취하고는 다시 출발했다.

 

폭포를 느끼다

 

저 멀리 아담한 규모의 폭포가 보인다. 바로 팍상한 폭포, 카누여행의 종착점이다. 주변엔 많은 관광객을 태운 배들이 잔뜩 모여있다. 폭포 근처에 도착해 카누에서 내려 폭포 쪽으로 다가가자 폭포 아래에서 사람들을 태운 뗏목이 나온다.

 

뗏목에 오르자 물이 차올라 바지를 다 적신다. 20명 가량의 사람들이 다닥다닥 붙어 앉아 폭포로 들어가자 거센 물살이 머리를 강타한다. 흠뻑 젖어서 밖으로 나오자 정신이 하나도 없다.

 

내려오는 길은 오르는 길 보다 무난하다. 수위가 낮아져 있는 상태였기 때문에 스릴 있는 급류 타기는 이루어지지 않았다. 강이 넓어지자 모터보트가 관광객을 카누들을 줄로 연결해 잔뜩 끌고 가는 모습이 보인다. 아마 지친 사공들을 위한 배려이리라 생각되었다.

 

 

출발했던 곳으로 돌아와 고생한 두 사공에게 팁을 주고는 젖은 옷을 갈아 입었다. 사실 팍상한 폭포 그 자체는 그렇게 볼 것이 없다. 목적지를 기대하면서 이 코스를 택한다면 후회할 지도 모른다.

 

하지만 급류를 거슬러 올라가는 사공들의 힘차고 역동적이고 최선을 다하는 모습, 오르면서 보이는 주변의 경관과 같이 자연을 거슬러 오르면서 느낄 수 있는 그 자체를 기대한다면 아마 120% 이상을 체험하고 느낄 수 있을 것이다.

 

팍상한 폭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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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동일

덧붙이는 글 | 사공 일도 라이센스가 필요하다. 사공 일을 배우기 위해 관광객을 태우지 않고 오르는 배들도 많으니 의아해 하지말자. 


태그:#필리핀, #팍상한, #카누여행, #급류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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