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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공정방송노조 위원장의 '강동순 녹취록' 파문

 

일단, 돌아봐야 할 것은 KBS의 복잡한 역학관계다. 윤명식 KBS 공정방송노동조합 위원장의 과거 이력 중에 흥미로운 부분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2007년 대선에서 한나라당을 지원하기 위해 KBS 공정방송노동조합(공정방송노조) 설립이 추진됐다는 의혹이 일고 있다.

이 같은 의혹은 강동순 방송위원회 상임위원 등 방송계 인사들이 지난해 11월 9일 서울 여의도 일식집 '유메'에 모여 한나라당 대선 전략을 모의한 자리에서 나온 것으로 특정정당의 집권을 위해 'KBS 제2노조' 설립을 추진했다는 의혹을 살 수 있다는 점에서 파문이 예상된다.

당시 모임에는 강 위원을 비롯해 유승민 한나라당 의원, 신현덕 전 경인TV 공동대표와 외주제작업체 장모 대표 등이 참석했는데 공정방송노조 설립을 추진하고 있는 윤명식 KBS 심의위원도 이 자리에 동석했다. 윤명식 KBS 심의위원은 현재 공정방송노조 조합장을 맡고 있다."

 

- <미디어오늘> 2007년 4월 6일자 기사 <"KBS 공정방송노조 대선 때 큰일 할 것">의 일부

 

<미디어오늘> 2007년 4월 7일자 기사 <[전문] 강동순 유승민 윤명식 대화 녹취록>에는 차마 입에 담고 싶지도 않은 '걸쭉한 대화'들이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여유가 있는 독자는 해당 기사를 통해 윤명식 위원장의 발언을 음미해보시라. 

 

어쨌든, 그 '녹취록'을 통해 윤명식 위원장의 정체를 알 수 있다고 생각한다. 물론, KBS 공정방송노조의 정체도 알아봐야 한다. KBS 공정노조는 1직급 이상 간부들로 구성돼 있으며, 윤명식 위원장이 바로 그 '강동순 녹취록' 파문으로 인해 '정직 6개월' 징계 상태에서 설립한 것이기도 하다. 이 정도면, KBS 공정방송노조가 '정연주 사퇴'의 선봉에 나선 이유를 알 수 있을 것이다.

 

'촛불문화제' 이후 여의도로

 

 늦은 시간까지 KBS를 '지키고 있는' 시위참가자들

 

효순·미선양 6주기 추모제를 겸한 촛불문화제가 마친 후, 주최 측이 "가능하신 분은 여의도로 함께 해달라"는 공지를 내린 후, 많은 촛불문화제 참석자들이 여의도로 향했다. 그전에 재빨리 여의도 KBS로 향했던 나로서는 '본대'가 합류하지 않았음에도 이미 연좌시위를 벌이고 있는 사람들이 KBS를 사실상 '포위'하고 있던 상황에 무척이나 놀랐다.

 

물론, 그 이전 상황은 여러분들도 아시다시피 위험한 순간이 많았다. 고엽제 전우회 회원들이 청계광장과 KBS 및 MBC에 골고루 퍼져 기자든 시위참석자든 가리지 않고 폭행을 일삼는다던가, 심지어 LPG 가스통을 들고 '위협'에 나선 것이다.

 

 

그런 이유로, '전경'은 무척이나 애매한 존재가 됐다. 시위참가자들을 '진압'하는 존재로 친숙한 '전경'이 고엽제전우회 회원들과 연좌시위 참가자 사이에서 '샌드위치'가 됨으로써, 시위참가자들을 오히려 '보호'하는 장면이 연출된 것이다.

 

하지만, 일부 시위참가자들은 여전히 경찰이 '편파적'이라는 이야기를 했다. 고엽제전우회 회원들이 지나가는 시민과 기자까지 폭행했음에도 그에 대해 별다른 제지를 하지 않았다는 주장이었던 것이다. 게다가, 이미 시위참가자들은 청계광장에서 '촛불시위 반대집회'를 열었던 10여 명의 사람들이 정복경찰 수십명의 '경호'를 받는 것을 목격했기에 그런 생각이 더욱 들었던 것일지도 모르겠다.

 

 13일 밤 9시 경, 일부 모습을 노출시킨 고엽제전우회 회원들이다. 이들은 곧 사라졌다.

 

그런 위험 상황에도 많은 사람들이 서대문과 충정로, 공덕과 마포를 거치는 평소보다 긴 행진 코스를 마다하지 않고 KBS를 찾아간 것이다. KBS에서 위험 상황에 노출돼 연좌를 유지하고 있던 사람들은 '본대'가 나타나자 환호했다.

 

고엽제전우회 회원들은 밤 9시를 기점으로 이미 '해산'을 한 상황, 나로서는 '반대집회'를 할 요량이라면 자신의 의견과 신념을 굳게 내세우는 상징의 의미에서 그들에게도 '밤샘'을 할 자세가 필요한 것이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든다. 하지만 그들은 늘 저녁 일찍 '해산'하는 경우가 많았다. 오히려 '밤 9시'는 비교적 그들이 오래 버틴 편이라는 점이 아이러니하다.

 

현상윤 KBS PD, 뛰쳐나오다

 

 

밤 11시 30분 경이었을 것이다. 어느 중년남성이 갑자기 뛰어와 KBS 본관 계단 앞에 앉은 시위참가자들을 향해 고함을 질렀다. 알고 보니 그는 전국언론노조 부위원장을 지냈던 현상윤 KBS PD였다. "누구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자신의 이름을 당당히 대면서 시위참가자들을 향해 '호소'했다.

 

"KBS는 현재 전쟁터나 다름없다. 수구보수 정권이 언론을 다 장악하고 있다. 반성 운운하더니 뒤로는 한국방송광고공사와 YTN 사장을 다 자기 사람으로 앉혀놨고, KBS에는 감사원과 검찰 수사까지, 5공시절에나 하던 공작정치를 일삼고 있다. 공영방송 KBS는 여러분들이 지켜주셔야 한다. 자본과 재벌, 기득권과 검찰이 아닌 서민과 노동자, 비정규직을 위한 KBS가 되도록 노력하겠다."

 

그뿐이 아니었다. 본관에서는 창문이 열리더니 KBS 직원이 손을 흔들면서 창틀에 촛불을 놓아 다시 환호를 얻었고, 플래카드까지 걸렸다. 정권의 납득 안가는 언론계 인사정책에 대항하는 시민들과 KBS PD들은 그렇게 하나가 됐다.

 

 KBS PD들이 내건 현수막

 이 창문이 열리면서 몇몇 직원들이 시위참가자들을 향해 손을 흔들면서 촛불을 보여줬다. 근처를 지나가던 일부 차량도 경적 소리로써 시위참가자들의 목소리에 힘을 보탰다.

 

그런 상황에, 뜬금없이 전경버스가 몇대 오더니 전경 병력이 내려 시위참가자들이 불안과 함께 의아해했던 적도 있었다. 고엽제전우회 회원들도 모두 물러간 상황이었기 때문에 의아했던 것이다.

 

하지만, 기자들이 몰려오고 민변 소속 변호사가 "무슨 법적 근거로 전경 병력이 동원됐느냐"고 강하게 항의하자, 병력의 책임자는 민망한 표정과 함께 병력을 다시 버스에 태워 물러갔다. 위험한 순간이었다.

 

 뜬금없이 전경버스와 전경병력이 찾아오자, 민변 소속 변호사가 "무슨 근거로 병력을 출동시켰느냐"고 강하게 항의했다. 기자들과 시위참가자들까지 몰려오자 경찰병력은 슬그머니 철수했다.

 

촛불은 과연 멈출 것인가

 

촛불문화제는 도합 37번이 열렸다. 충분히 장기전이 됐다. 하지만 더한 장기전이 될지도 모른다. 이명박 정부도 역대 정권 중에서 고집이 가장 거센 정권이라고 할 수 있으며, 시위참가자들의 의지도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많은 시위참가자들은 "집에 있으면 오히려 더 불안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다. 혹시라도 내가 없는 사이에 무슨 일이 생기는 것은 아닐까, 불안해서 더욱 거리로 나오고 있으며 그럴때마다 처음 만난 사람들과 함께 굳은 인연을 만들고 의지를 모아가는 것이다.

 

이명박 정부는 장기전으로 나아가면 본인들에게 유리하다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과연 그럴까? 어떤 전경이 "양심상 도저히 촛불집회를 진압할 수가 없다, 차라리 처음부터 2년간 다시 복무할테니 나를 군대로 보내달라"는 행정소송을 걸었다는 것을 돌아보라. 그 전경 개인만의 이야기는 아니다. 어쨌든 경찰 병력은 자의에 의해 현장에 나와 시위대를 진압하는 사람들이 아니다. 강제적이다.

 

반면에, 시위참가자들은 '자발적인 의지'를 불태우면서 그 의지를 서로서로 모아가고 있다. 누구에게 유리할까? 게다가, 이명박 정부가 시도하는 정책 하나하나가 서민을 죽일 수 있는 정책이라는 것을 많은 사람들이 알아버렸다.

 

'파업 지지'에 인색한 한국인들, 하지만 '화물연대 파업'에 적극적이고도 진심어린 지지를 보내는 사람들이 많다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화물연대 측도 그에 화답했다. "지금은 우리의 생존권 문제로 거리로 나왔지만 '미국산 미친 쇠고기'가 들어올 경우엔 다시 한번 우리가 나서자"라고. 이렇듯 굳건한 연대의식을 모아가고 있다. 누구에게 유리할까?

 

그들은 '자발적인 의지'에 센스가 가득 담긴 놀이 문화를 가미했고, '비폭력'과 '토론'이라는 명분을 중시하는 가운데에 본인들도 모르는 사이에 직접 민주주의를 실천하고 있다. KBS와 MBC 본사까지 찾아가 연좌를 벌였다는 것의 의미도 돌아보자. 언론의 정립이 민주주의의 원칙을 지키는데에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깨달았다는 것이다.

 

그들은 그렇게 진화하고 있다. 게다가 현장으로 뛰쳐나와 감사의 인사와 호소를 남긴 현상윤 PD의 경우에서도 알 수 있듯이, 언론인들도 다시금 권력의 부당한 낙하산 인사와 압력에 대항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그렇게, 그렇게 하나가 돼 가고 있다.

 

 KBS 본관에서 그리 멀지 않은, 국회 근처의 한나라당 당사를 찾아간 시위참가자들. 이미 전경 병력이 빈틈없이 길을 차단했다. 시위참가자들은 계란을 던지고 다시 KBS로 돌아갔다.

 

참고로, 한나라당에는 계란이 투척됐다. 빈틈없이 한나라당 여의도 당사를 보호하고 있는 전경 병력과 분노를 '계란'으로 억제한 시위참가자들, 많은 것을 느끼게 했다. 위정자들은 이를 보고 무엇을 느꼈을까? 확실한 것 하나, 정보화 사회를 맞이한 21세기 대한민국은 옛 관성으로 정치를 하려다가는 어떤 역풍을 맞을지, 시위참가자들이 제대로 보여주고 있다는 사실이다.

 

긴장하라. 그리고 진화하라. 국민의 진화에 발을 맞추지는 못할지언정 퇴보하는 정치인들은 더이상 살아남지 못할 것이다. 잊지 말길 바란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미디어다음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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