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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못 하면 끝이 없다. 계속 죽 쑤고 있다가는 정말 정권의 최후를 맞게 될지 모른다. 저러다 말겠지? 국민이 코웃음 칠 일이다. 온 국민이 거리에서 비폭력·평화·참여민주주의를 학습하고 있다. 시간이 가면 결국 부담은 정권이 지게 된다. 이명박 정부가 주목해야 할 현상은 촛불집회에 처음 나오는 시민들이 계속 불어난다는 점이다."

 

한홍구 성공회대 교수와 김정인 춘천교대 교수가 내놓은 '40일간의 촛불집회' 의미와 전망이다. '저렇게 하다 말겠지' 셈법은 이미 '올드패션'이라는 게다. 이미 우리 시민들은 집회에 나와 '그냥 놀면 되고'를 터득하고 있는데, 뭘 저렇게 하다 마느냐는 거다.

 

머리띠 두르고 앉아 구속을 각오한 채 심각하게 뭘 주장할 필요도 없는데, '자봉'들이 전해주는 김밥과 오이, 물을 먹으면서 그냥 놀면 되는데 기세가 꺾이겠느냐고 반문했다. 예컨대 "두툼한 책 한 권 들고 광화문에 나가 오늘은 이걸 다 읽고 와야겠다" 하는 시민이 있다면, "야! 그거 재밌겠는데 나도 좀 빌려주쇼" 하면서 같은 현장에서 그걸 다 읽을 때까지 안 떠나는 시민들이 점차 늘고 있다는 게다.

 

아고라가 돼버린 청계광장은 점차 아크로폴리스로 변모해갈 것이라는 게 두 역사학자의 공통된 견해였다.

 

 

7시간 스티로폼 토론과 매국노 사건 그리고 주류의 굴욕

 

정부는 12일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이 수전 슈워브 미 무역대표부 대표를 만나 '추가협상'을 하겠다고 발표했다. 광우병 국민대책회의는 잇달아 기자회견을 열고 "국민은 광우병 위험으로부터 안전한 수입위생조건을 원한다"며 "30개월 이상 쇠고기만 수입금지하면 국민의 안전이 담보되는 것처럼 말하는데 결국 국민과 끝을 보겠다는 발상"이라고 비판했다.

 

추가협상은 꼼수며 대국민 사기극이라고 했다. 정부가 백날 잔머리 써봐야 국민들에게 안 통한다는 게 이들의 입장이다. 역사학자들도 비슷한 견해를 갖고 있었다. 김정인 교수의 분석이다.

 

"이쯤 되면 반미구호가 나올 법 한데 안 나온다. 반미구호가 나오면 조중동과 한나라당, 이명박 정부가 어떻게 공세할지 다 아는 거다. 정운천 장관이 촛불집회에 나왔지만 '매국노' 소리만 듣고 말았다. 정원식 총리 밀가루 투척사건의 교훈을 알고 있는 게다.

 

서울시청 앞 광장에 느닷없이 위패를 설치한 보수단체와 충돌하지 않았다. 경찰이 광화문에 설치한 컨테이너 박스 앞에서 기념사진을 찍고 '스티로폼 계단'에 오를지 말지를 두고 7시간 토론했다. 보수언론이 온갖 '괴담'을 유포했지만 80%에 가까운 국민이 재협상을 원한다. 주류의 굴욕이다."

 

날마다 기발한 아이디어로 신선한 충격을 던지고 있는 디지털게릴라들의 활약이 나타나는 것만으로도 이미 국민은 승리하고 있다는 게 김 교수의 판단이다. 80년대 같으면 '다음 날 조간신문이 어떻게 보도할까'를 두고 전전긍긍했지만 요즘은 그럴 필요가 없다는 게다. 아예 안 봐도 대세에 지장이 없다고 했다.

 

김 교수는 "조중동이 이렇게 찌그러진 것은 진실싸움에서 졌기 때문"이라며 "다음 아고라에도 여러 뉴스가 다양하게 올라오지만 디지털게릴라들은 진실이 아닌 것에 맹렬히 공격하고 사과를 받아내고 끌어내리는 직접행동도 벌인다"고 진단했다.

 

인터넷을 통한 소통에 뛰어나고 '식별능력의 달인'이라는 게다. 온라인에만 머물지 않고 직접 광장에 나와 무엇이든 발언하고, 토론을 통해 결론을 맺는다는 것은 정말 대단한 시민문화라고 격찬했다.

 

 

민주곗돈론과 닭장투어

 

한홍구 성공회대 교수는 이를 '민주곗돈론'에 비유했다. 87년 6월 민주항쟁 이후 20년간 쌓아온 민주화운동의 성과를 압축적으로 보여준 게 지난 6·10 민주항쟁 21주년 기념의 날이라고 했다.

 

"잊어버리고 있던 곗돈을 탄 기분이다. 이른바 '민주곗돈'이다. 과거에도 경찰폭력은 있었다. 더 끔찍하고 악랄했다. 그런데, 지금은 경찰이 폭력을 못 쓰고 있다. 민주정권에서 자란 10대는 경찰폭력이 두렵지 않다. 기꺼이 '닭장투어'도 하지 않나. 공권력이 맥 못추는 이유다."

 

한홍구 교수는 "정부가 계속 죽 쑤는 한, 전혀 안 꺾이는 방향으로 갈 것"이라고 진단했다. 국민은 똑똑하고 분명한 사리분별 능력이 있다고 했다. 청와대 수석들이 줄사표를 내고 내각이 총사퇴해도 국민이 원하는 것은 '닥치고 재협상' 그것 하나라는 거다. 국민의 단순하고 분명한 요구에 정부가 '잔머리'로 답하면 촛불만 늘어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사회학자 김동춘 박사는 "비단 촛불집회에서 끝나는 게 아니라 조직적 집단행동으로 연결시키고 있다는 게 중요하다"며 "다음은 정치"라고 지적했다.

 

김 박사는 "지금까지는 이명박 대통령에 대한 광범위한 불만을 드러냈지만 막강한 권력을 가진 입법부에 의해 삶의 조건이 결정된다는 게 확산된다면 다음 아고라는 여의도 국회가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지적대로 대통령이 모든 걸 할 수 없고, 입법기능이 있는 국회에서 해야 할 것들이 더 많은데 임무를 해태하고 있다는 게 드러나면 '디지털게릴라'들이 그냥 두고볼 리 없다는 게다. 결국 지금의 시민의식은 정치의식으로 성숙되는 방향으로 발전해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아날로그정당, 디지털정당에 무너지는 세상 올 것"

 

김정인 교수는 "대의민주주의의 한계를 느낀 네티즌들은 직접민주주의를 껴안고 나갈 가능성도 크다"며 "새로운 정치지형은 대단히 가변적 상황이 될 것"이라고 조망했다. 김 교수는 "이명박 대통령이 정치무력화, 식물 상황으로 내몰리면 네티즌 정치세력화도 가능하다"고 봤다.

 

"이번 재보궐선거를 보라. 한나라당 심판을 위해 투표해야 한다고 주장하니 20대가 대거 몰려가 왕창 투표한 일이 있다. 네티즌은 직접행동에 강하다. <조선일보>에 광고한 업체에 직접 전화를 걸어 '불매운동' 하겠다고 했다. 한 제약회사는 '보수언론에 광고하지 않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조중동 광고 지면이 줄자 신문지면도 줄어들었다. 항의 불매운동에서 '이 회사는 일요일에 전화 안 받음, 주중에 하시라' 전략과 주문도 구체적이다. 이건 네티즌혁명이다."

 

김 교수는 "인터넷 '맛집 찾기'와 같은 방식으로 직접행동이 이뤄지고 있다"며 "인터넷을 통한 인식공유를 볼 때 조만간 아날로그 정당이 위협받을 가능성도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계속 못하면 한나라당도 깨질 가능성이 있다"며 "디지털정당에 무너지는 아날로그정당들을 보게 되는 날이 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 교수의 전망이다.

 

"끝나지 않을 것 같은 느낌이 든다. 폭력을 쓰면 쓸수록 정권이 불리해진다. 3·1만세운동도 일제가 폭력을 써서 더 커졌다. 5·18, 6·10 다 마찬가지다. 비폭력은 계속 가게 돼 있다. 국민이 자존심을 회복할 때까지 촛불을 내리지 않을 것 같다. 재협상이 없는 한 '백날 헛다리 짚네' 비판은 더 거셀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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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촛불문화제, #아날로그정당, #디지털정당, #민주곗돈, #주류의 굴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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