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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아 모여라. 될때까지 모여라. 맨해튼에서 열린 촛불 집회에 참여한 이들은 한국 정부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를 나타냈다.
 촛불아 모여라. 될때까지 모여라. 맨해튼에서 열린 촛불 집회에 참여한 이들은 한국 정부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를 나타냈다.
ⓒ 이승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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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뉴욕 한복판인 맨해튼에서 '아침이슬'이 울려 퍼졌다. 그리고 약 150개의 촛불이 올라갔다.

인터넷 사이트 '헤이코리안'에 만들어진 '한국의 촛불 시위를 지지하는 뉴욕 뉴저지 한인 모임' 클럽에 가입한 사람이 149명(6월 8일 현재)이니, 얼추 대부분이 모임에 참여한 셈이다. 간혹 주위를 지나가던 몇몇 사람이 촛불 집회를 하고 있는 이들을 비난했지만, 이들은 전혀 개의치 않고 꿋꿋이 자신들의 목소리를 냈다.

유모차를 타고 온 두 살배기 아이부터 65살 어르신까지 모인 사람들의 연령층도 다양했다. 아이의 손을 잡고 나온 엄마 아빠는 산책 장소로, 연인의 손을 꼭 잡은 커플의 데이트 장소로, 뉴욕에서 20년 이상 산 어르신들도, 마침 뉴욕에 관광을 온 관광객도 맨해튼 32번가에 있는 코리아타운을 찾았다.

한국과 미국 뉴욕과의 거리는 비행 거리로 따질 경우 약 7000km다. 하지만 물리적인 거리는 숫자에 불과했다. 뉴욕 맨해튼에 있는 코리아타운은 한국의 광화문보다 장소도 좁고, 모인 사람도 10만 명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열기는 한국 못지 않았다. 이날 행사에 참여한 한인들은 한마음으로 고국에서 진행되는 촛불 시위에 힘을 실어줬다.

맨해튼에서 열린 촛불 모임은 6월 7일 저녁 7시부터 9시까지 32가에 있는 코리아타운에서 평화롭게 진행됐다. 주최하는 사람이 정해져 있지 않았기 때문에 순서도 없었다. 조금 무모하다 싶게 자유 발언만으로 2시간을 이어나갔지만, 분위기가 끊어지지는 않았다. 모두 자유롭게 생각을 표현했으며, 노래를 같이 부르자고 제안하는 사람도 있었다.

자발적인 참여 돋보여

참가자들은 한국 국민처럼 소를 철저하게 먹는 민족이 없다며, 30개월 이상 된 소를 뼈와 내장까지 수입하는 것은 아주 위험한 일이라고 말했다.
 참가자들은 한국 국민처럼 소를 철저하게 먹는 민족이 없다며, 30개월 이상 된 소를 뼈와 내장까지 수입하는 것은 아주 위험한 일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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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시위에 참여한 한 누리꾼은 한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시위 상황을 동영상으로 편집해 방영, 참가자들의 공감을 얻어냈다. 이 동영상에는 전경들이 시위대를 향해 폭력을 행사하는 모습, 시위하는 시민들의 이명박 대통령에게 전하는 말 등이 담겨 있다. 동영상에서 "촛불아 모여라, 될 때까지 모여라"라는 구호가 나오자 맨해튼에 모인 한인들 역시 구호를 따라했다.

집회에 참여한 한인들은 이명박 대통령과 일부 목회자들이 제기하는 배후설을 우습다고 일축했다. 뉴저지에서 왔다는 30대 남성은 "청와대와 일부 인사들이 자꾸 촛불 시위의 배후설을 제기하는데, 말도 안 된다"며 어이없어 했다. 자유 발언에 나선 한 시민은 "여기에 모인 사람 중에 김정일의 지령을 받은 친북 좌파 세력이 있느냐"고 묻자 참가자들은 웃으며 "아니오"라고 답했다. 이 남성은 "여러분의 대답이 맞다. 우리는 누구의 지시도 받지 않고 자발적으로 모인 사람들이다"고 했다.

국민의 건강권을 지키지 않는 정부에 대한 비판도 이어졌다. 두 살배기 딸과 함께 참여한 한 주부는 "국민의 건강권을 돌보지 않는 대통령은 필요 없다"며 "국민의 건강을 담보로 미국에 와서 자랑스럽게 (쇠고기 수입 문서에) 사인한 것부터가 잘못된 일이다"고 비판했다. 40대 남성은 "미국산 쇠고기 수입 문제는 국민의 먹거리 문제다"며 "이웃 나라인 일본도 먹지 않는 30개월 이상의 쇠고기를 왜 우리가 먹어야 하느냐"고 물었다. 그는 이어 "한국 사람처럼 소를 철저하게 먹는 민족이 없다"며 "광우병에 걸릴 위험이 높은 30개월 이상 된 소의 뼈와 내장까지 수입하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한 참가자가 '이름은 명박, 경제는 쪽박, 개념은 외박'이라고 쓰인 피켓을 들고 있다.
 한 참가자가 '이름은 명박, 경제는 쪽박, 개념은 외박'이라고 쓰인 피켓을 들고 있다.
ⓒ 이승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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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저지에 있는 드류대학교에서 신학을 공부하는 목사와 전도사들도 참여했다. 가족까지 포함하니 16명의 대식구가 참여한 것이다.

김남중 목사는 "한국의 일부 대형 교회 목사들이 촛불 시위 배후에 빨갱이가 있다는 등의 말을 하는데, 같은 목사로서 창피하다"며 "6월 10일에 촛불 시위에 반대하는 집회를 열겠다는 보도를 봤는데, 나는 그 집회를 반대한다"고 덧붙였다. 이 목사는 "이른 시일 내에 드류대학교에서 공부하는 학생들이 이명박 정부의 독선을 비판하고, 미국산 쇠고기 재협상을 촉구하는 기도회를 열고, 성명도 발표할 예정이다"고 말했다.

상체에 초를 휘두르고 나온 30대 강경희씨는 "나는 이명박 대통령이 좋다"고 했다. 국민에게 민주주의란 무엇인가를 확실하게 가르쳐줬다는 이유에서다. 강씨는 "인터넷에서 이명박 대통령을 향해 민주주의의 요정이라고 지칭하는 말을 봤다"고 했다. 자유 발언에 나선 20대 여성은 "한국에 친구가 있는데, 한 명은 전경이고 한 명은 촛불 시위를 하고 있다"며 "이명박 대통령은 경찰에 연행된 사람을 즉각 석방하고, 전경들이 원하지 않는 시위 진압에 내보내지 말라"고 말해 박수를 받았다.

플러싱에서 왔다는 60대 남성은 "지난 10년 동안 민주주의가 많이 성장해 이제 경제를 살려보자고 대통령으로 뽑아줬더니, 미친 소를 수입해 국민 건강권을 말살하려 한다"며 "나라의 주권과 국민의 건강권을 지키지 못하는 대통령은 청와대에서 방을 빼라"고 했다.

이날 시위는 예정대로 저녁 9시경에 끝났다. 하지만 일부 참가자들은 코리아타운 주변에 삼삼오오 모여 아쉬움을 달랬다. 앞으로 촛불 모임이 또 열릴지는 미지수다. 일단 인터넷 카페에서 다음 행동에 대해 의논을 하기로 했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미주뉴스앤조이>(www.newsnjoy.us)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뉴욕, #미친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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