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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시위가 한창이다. 난 처음 촛불시위라는 말에 조금은 무서웠다. 텔레비전을 보면 다들 시위하다 사고가 나고, 맞고, 죽고… 그래서 정말 무섭고 두려웠다.

 

아빠께서 학교 다닐 때 이야기를 가끔 하실 때도 시위를 하다가 최루탄을 맞고, 곤봉으로 두들겨 맞고, 경찰에 잡혀가고…. 정말 징그러운 장면들이 머리 속으로 지나갔다. 이런 이유로 난 시위를 하려면 긴장감도 긴장감이지만, 비장한 각오도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촛불문화제에 처음 나가려고 할 때 한편에 두려움이 있었다. 그런데 막상 가서 보니 내 예상과는 반대였다. 사람들이 많이 모였다. 어른들은 친구들하고 아니면 가족들하고 같이 나왔다. 어린 아이들도 와서 놀고…. 왠지 무슨 잔치인 것 같았다.

 

앞에서는 노래를 부르고, 춤도 추고…. 시위가 아니라 이것은 야유회 같았다. 서울은 국민MT를 한다는데 완전 놀이공원 같았다. 저녁이라 그런지 참가자들이 흔드는 촛불도 너무 멋있었다. 검은 밤하늘에 빨간 꽃들이 흔들거리는 것 같았다.

 

참가자들도 즐거운 표정이었다. 서로 협동하는 마음도 느껴졌다. 노래도 같이 부르고, 박자에 맞춰서 촛불도 흔들었다. 흥겨웠다.

 

지금까지 한 달 동안 촛불집회에 아빠와 예슬이랑 다섯 번 간 것 같다. 갈 때마다 사람들이 더 많이 모였다. 거기에 모인 사람들을 볼 때마다 힘이 솟구치는 것이 느껴졌다. 많은 사람들 앞에 서서 자유 발언을 하는 언니, 오빠들을 보면서 부럽다는 생각도 들었다.

 

언니, 오빠들은 이명박 대통령 흉을 보고 욕을 퍼 부었다. 뭐, 예를 들면 "미친소 너나 퍼먹어라!", "(울먹거리며) 우리가 미친소 먹다 죽으면 책임질 거냐!!" 이런 식이다. '이명박'을 주제로 한 기발한 삼행시도 선보였다.

 

나도 하고 싶은 말이 많았다. 그래서 앞에 나갈까? 여러 번 고민을 했다. 부끄러움도 있었지만, 앞에 나가서 창피를 당하면 어쩌나 하는 마음에 용기가 나지 않았다. 그래도 다음 기회에는 한 번 나가보고 싶다.

 

서울에서는 경찰들이 촛불집회 참가자들에게 물대포를 쏘고 소화기를 뿌리기도 했다. 심지어 사람의 머리를 군홧발로 밟고 그랬다. 그런데 우리 광주는 경찰 아저씨들이 그냥 교통정리만 해줬다. 정말 고마웠다. "광주의 경찰 아저씨들, 고마워요∼!"

 

그리고 이명박 아저씨! 우리 국민의 요구 좀 들어 주세요! 우리들이 맘 편하게 공부할 수 있도록 여건을 만들어주고, 엄마와 아빠가 걱정 없이 살 수 있도록 해주세요. 제발 우리들의 건강을 해치는 미친소 수입하지 말고, 대운하도 만들지 말고.

 

요즘 많은 친구들이 이민을 가고 싶다고 한다. 나도 이민을 가고 싶을 때가 있다. 하지만 그런다고 해결될 문제는 아닌 것 같다. 제발 우리 집에서, 우리 학교에 다니면서, 우리 친구들이랑 같이 즐겁게 놀고 함께 공부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덧붙이는 글 | 이슬비 기자는 중학교 1학년 학생입니다.


태그:#촛불, #촛불집회, #촛불문화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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