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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엄마 카페에 내 글 올려놨나봐. 가봐야지"라고 하면 친구들은 으레 우리 엄마가 커피숍을 운영하는 줄로 안다. 엄마는 바리스타? 웬 카페?

 

초등학교 선생님인 우리 엄마는 학생들과의 소통을 위해 7년 전, 웹상에서 '다음 카페'를 개설했다. '2007 xx초등 6-1 모여라', '학습자료방', '학부모님 모이세요' 등 학생, 학부모, 선생님이 모두 (인터넷) 카페에서 만난다.

 

학교에서 못다 가르친 수업 외 이야기들은 '이야기 훈화자료 모음'방에서 읽어 볼 수 있다(소통). 운동회 때 우리 반 줄다리기 하던 사진, 체험학습 다녀온 사진은 각자 '사진 구경하세요'방에 올리면 된다(참여). 그러면 작년에 갔다 왔던 언니, 오빠들은 "우리 이학뇬때 이쪽 갔나? 좋아졌다" 하면서 댓글도 단다(공유). 학교를 옮길 때 마다, 해가 지날 때마다 아이들과의 소통을 위한 폴더는 물론 조금씩 늘어난다.

 

학교 학생들은 위한 게시판 이외에 박 선생님 가족들을 위한 방도 있다. 우리 집 이야기들을 올리는 곳이다. 바로 '박윤희의 가족이야기' 폴더이다. 이곳은 우리 가족의 소소한 일상이나, 칭찬할 일, 자랑하고 싶은 일들을 엄마나, 우리 가족들이 쓴 일기로 채워진다. 우리 가족의 크고 작은 일들이 모두 담겨있다.

 

나도, 동생도 타지에서 대학교에 다니고 있기 때문에 서로 이야기를 하지 않으면 거의 남남 수준이다. 그런데 우리 가족 게시판을 통해서 엄마가, 아빠가, 내가, 동생이 어떻게 지내는지, 무슨 일을 하면서 지내는지 서로 잘 알 수 있다. 고민이 있거나 도움이 필요할 땐 서로 코멘트도 해 준다. 때로는 엄마가 딸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나, 가르치고 싶은 것들을 적어서 올리곤 한다. 눈앞에서 이렇다 저렇다, 칭찬하고 혼낼 때보다 효과는 몇 배 이상이다.

 

'백화점 안 갔어야 했는데……'

또 큰 실수를 했다.

백화점에 안 갔으면 돈을 쓰지 않았을 텐데.....

올해는 허리띠를 졸라매야 하는데 또 써버렸다.

아이들 데리고 가면 돈이 들어가는데....

가면 예븐 옷 보면 사주고 싶고 사고 싶고.....

나는 이만원자리 바지를 사고도 좋다고 하는데

아이들 옷은 세일하고도 기본이 10만원이 넘는다.

예브게 입혀놓으면 보기 좋고 해서 도 사주게 된다.

이런 실수를 안하기로 했는데 말이다.

후회하면 이미 늦다.

이러다 살림 바닥 나는 것 아닌지 모르겠다.

아기고 절약해도 요즘은 어려운데 말이다.

자~~

백화점은 이제그만....

화장품 , 옷은 꼭 필요한 것만 사자.....

이렇게 해 놓으시면, 엄마의 '돈 아껴 쓰거라'라는 말 한 마디 없이도 동생과 나는 양심에 쿡쿡 찔림을 느끼면서 용돈 기입장을 다시 한 번 정리하고, 지갑 열 때,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된다. 보너스로 엄마의 오타를 보면서 인간미를 느낄 때도 있다.

 

예전에 카페 개설 초반에 엄마도 카페 운영자라면서 좀 자주 들리라고 하면, 뭐 별거 있겠나 싶었다. 내가 오늘 싸이 다이어리에 남긴 글이 나는 더 중요하고, 내 싸이 히트 올리는 게 더 큰 관심이었다. 가족과의 대화는 가끔 하는 전화 통화로, 종종 집에 내려가서 ‘나 이거한다’ 하는 통보면 충분하다 생각했다.

 

하지만 재작년 중국 유학 생활동안 엄마의 카페 글을 통한 응원을 받은 뒤로 카페에 올라오는 글과 사진에 관심을 기울이기 시작했다. 내가 ‘이렇게’ 지내는 것이 중요한 만큼, 우리 가족이 ‘저렇게’ 지내고 있는 것을 아는 것도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엄마의 카페에 글을 쓰고, 사진을 올리고, 함께 보면서 나는 생활 속 웹 2.0을 체험한다.

 

우리는 지금 21세기 소통과 참여, 공유의 시대를 살고 있다고 한다. 인터넷만 연결되어 있으면, 어느 곳에서든 접속만 할 수 있으면, 전 세계의 누구와도 정보를 나누고 대화를 나눌 수 있다.

 

블로그에, 카페에 나의 하루를 사진으로 찍어서 올려본다. 내가 읽고 감동스러웠던 책을 소개해 본다. 내가 가지고 있는 것, 경험한 것들을 함께하고 싶다. 논문 같은 전문 지식들만을 나누고 공유하는 것이 아니다. 나의 일상 속에서 내가 느끼고 생각 한 것도 누구나 함께 할 수 있다.

 

어제 갔던 그 고기집의 고기는 나 혼자 먹기 너무 아깝다고, 여러 분도 한 번 꼭 가보라고 오늘 나의 블로그에 소개를 해 보는 건 어떨까?


태그:#카페, #웹, #참여, #공유, #소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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