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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취재 : 박상규 선대식 기자 / 총괄 : 김병기 최경준 기자
사진 취재 : 남소연 기자
동영상 생중계 : 김호중 박정호 문경미 엄수용 / 총괄 : 김윤상 기자
편집 : 권박효원 기자
 
 
[최종신 : 5일 새벽 0시 15분]
 
"오늘은 몸 풀고, 내일 화려하게 싸워보자"
 
"100일 됐다, 헤어지자!"
"이명박을 수출하자! 어청수도 수출하자!"
 
규모는 작았지만, 기발함은 여전했다. 예고없는 시위대의 즉석 구호에 광화문 사거리를 걷는 시민들은 웃음을 터뜨렸다.
 
이뿐만이 아니다. 경찰이 "차량 소통을 위해 인도로 조금만 올라가 달라"는 방송을 하자 시위대는 "개인기! 개인기!"를 연호했다. 마이크를 잡았으니 개그 개인기를 선보이라는 것이다. 그러자 이번엔 진지한 얼굴로 시위대의 길을 막아 섰던 경찰 쪽에서 피식피식 참고 있던 웃음이 터져나왔다.
 
28번째 촛불문화제는 4일 밤 11시께 광화문 사거리 교보빌딩 인근에서 마무리 됐다. 마지막까지 자리를 지킨 시민은 약 400여 명. 최근 열린 촛불문화제 및 거리 시위 중 가장 작은 규모였다. 하지만 현장에 남아있던 시민들의 얼굴에는 실망의 기색은 없었다.
 
"큰 싸움을 하려면 강약 조절을 잘 해야 한다. 내일부터 72시간 철야 농성을 시작하는데 벌써부터 힘뺄 필요 없지 않나. 오늘은 어차피 워밍업 차원의 가벼운 몸풀기다. 이번 주말은 지난 주말보다 화려하고 또 치열한 싸움이 벌어질 것이다."
 
이날 끝까지 자리를 지킨 김영섭(42)씨의 말이다. 김씨는 "오는 주말부터 6월 10일인 다음 주 화요일까지가 이번 정국의 최고 절정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씨 같은 중년만이 아니다. 학생들도 다시 신발끈을 고쳐매고 있다. 광화문 인근 이화여고에 다니는 여학생 세 명은 "학교에서 학생들이 칠판에 쥐를 그릴 정도로 이명박 대통령은 이미 놀림과 조롱의 대상이 된 지 오래"라며 "경찰 물대포가 무섭지만 이번 주말에는 꼭 집회가 나가자는 학생들이 많다"고 학교 상황을 전했다.
 
거의 매일 촛불문화제에 참석했다는 김학손(50)씨도 "굳이 평일인 6월 10일까지 갈 것 없이 이번 주말에 집중력 있게 싸워 어떻게든 결판을 내자"고 다소 과격한 제안을 광우병 국민대책회의에 제안했다.
 
4일 거리 시위는 어느 때보다 고요하게 진행됐다. 구호도 거의 외치지 않았다. 도로도 거의 점거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를 분위기가 가라앉았다고 평가하는 사람은 없다. 경찰도 마찬가지다.
 
시민들은 오는 6일부터 8일까지 이어지는 연휴 기간의 싸움에 많은 기대를 모이고 있다. 비가 내리지 않고 있는 4일 광화문의 밤 풍경은 폭풍 전야와 같다. 
 

"시험도 중요하지만 촛불 들어야 하는데..."

동맹휴업 투표 들어간 촛불 대학생들의 기대와 우려

 

오늘 거리행진의 선두를 지킨 건 대학생들이었다. 행진의 선두에는 서울대·고려대·한국외대 등의 깃발이 나부꼈다. 거리에서 만난 대학생들은 "6월 10일 집회 때 대학생들이 대거 참여할 것"이라고 외쳤다.

 

하지만 이들의 표정에는 기대와 우려가 동시에 교차했다.

 

주하나 덕성여대 부총학생회장은 "우리학교는 6월 10일 동맹휴업을 위한 총투표를 5일과 9일 진행할 것"이라며 "교수님들에게 메일을 보냈고, 내일(5일_은 총장님이 우리를 보자고 했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많은 학생들이 열화와 같은 성원을 보냈고, 시험이 코 앞이라 소극적인 일부 학생들이 있지만 전체적으로 보면 가결될 것 같다"고 강조했다.

 

조현철 고려대 문과대 부학생회장은 "오늘과 내일 동맹휴업 총투표를 진행하는데 쉽지 않을 것 같고, 9일 하루 연장해도 그 가결 여부를 가늠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투표 결과에 대해 다소 비관적인 견해를 나타내기도 했다.

 

그는 "시험을 앞두고 있어 쉽지 않지만, 학우들에게 유인물을 나눠주는 등 투표 통과를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대학생들이 나와서 대학자율화 문제, 예비 노동자로서 노동문제 등에 대해 얘기를 나눴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이날 만난 한국외대와 건국대 학생들은 동맹휴업 투표 자체가 어려울 것이라는 입장을 보였다. 홍우람 한국외대 사범대 학생회장은 "많이 학생들이 시민의 행진에 참여해야 한다고 하지만 총학생회장은 소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며 실망감을 드러냈다.

 

홍 학생회장은 "초중고생은 나오는데, 대학생들은 뭐하냐는 얘기를 들었을 때 많이 부끄러웠다"며 "대학생들이 시험뿐만 아니라 촛불을 드는 것도 중요하다는 걸 알았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곽철은 건국대 총학생회장은 "건국대 학생 대표자로서 동맹휴업은 부담스럽다"며 "다른 방법으로 참여하겠다"고 말했다.

 
 
[4신 보강 : 4일 밤 10시 20분]
 
"오늘은 숨고르고, 내일부터 빡세게~!"
차 세우고, 일 멈추고, 책 덮고 촛불의 거리로
 
4일 저녁 서울 시청광장 주변은 "10일 서울시청으로"라는 구호로 가득찼다. 이날 저녁 8시30분경 시청광장에서 촛불문화제를 끝내고 행진에 나선 시민 5000여명은 광화문 사거리, 종각·명동·숭례문을 거쳐 다시 서울시청 앞 광장으로 돌아왔다.
 
행진하는 도중 비가 내렸지만 시민들은 우산을 들고 촛불을 끝까지 지켰다. 시민들은 '폭력경찰 물러나라!', '이명박은 퇴진하라!'고 구호를 외쳤다. 또 한쪽 손에는 '이명박 아웃', '고시철회 협상무효'라고 적힌 피켓을 들고, 다른 손으로는 오는 10일 시청앞 광장에서 열리는 집회 참가를 호소하는 전단지를 나눠줬다. 전단지에는 "차를 세우고 일을 멈추고 책을 덮고 촛불의 거리로, 6월 10일 오후 7시 시청광장 100만 촛불대행진, 모이자 시청으로"라고 적혀있다.
 
촛불시위대로부터 전단지를 건네받은 행인들은 적극 공감하며 박수를 쳐줬다. 행진에 발이 묶인 차량 운전자들도 손을 들어 시민들의 행진에 공감을 표시했다. 1시간여에 걸친 이날 행진은 경찰과 별다른 마찰 없이 끝났다.
 
이들이 평소와 달리 이날 청와대를 향해 행진하지 않은 까닭은 시민들에게 10일 집회 참석을 호소하기 위해서였다. 말하자면 '6·10 집회 성사를 위한 사전집회'인 셈이다. 특히 내일부터 시작되는 '72시간 릴레이 집회'를 앞두고 전야제 분위기를 띄었다.
 
저녁 9시 20분경 광장에 도착한 시민들은 곧바로 정리집회에 들어갔다. 사회를 맡은 권혜진 흥사단 교육운동본부 사무처장은 "오늘은 참가단위별로 6월 10일 집회 성사를 위해 시민들에게 선전전을 했으면 한다"며 "그리고 내일 72시간 릴레이 집회부터 수위를 높일테니 숨고르기를 하자, 연 인원 20만명이 모일 것 같으니 내일부터 빡세게 하자"고 말했다.
 
9시 45분경 정리집회가 끝났다. 시민들은 광우병 대책위원회로부터 받은 전단지를 들고 행인들에게 건네주고 있다. 전단지 나눠주는 일이 끝난 뒤에도 일부 시민들은 남아서 촛불을 들고 '횡단보도 놀이'를 통해 '이명박 퇴진' 구호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몇몇 시민들은 내일부터 시작되는 '72시간 릴레이 농성' 참여를 위해 이날 시청광장에 설치된 천막에서 노숙을 할 예정이다.
 
한편, 300여명의 시민들은 집회가 끝난 뒤 세종로 사거리 쪽으로 진출, 3개 차선을 점거한 채 "폭력경찰 물러가라" 등의 구호를 외치며 경찰과 대치 중이다.
 
 
[3신 : 4일 밤 8시 40분]

 

"물대포 쏘라고 우리가 세금냈나"

 

바람이 몹시 불고, 날도 차다. 하지만 5000여 명(경찰 추산 2000명)이 촛불을 들었다. 퇴근하는 직장인들도 속속 모여들고 있다. 서울광장 한켠에는 광우병 대책위와 운하 백지회 국민행동이 꾸린 천막농성장이 들어서 있다.

 

무대에서는 연신 자유발언이 이어지고 있다.

 

정원석 부마민주항쟁 동지회장은 "6월 항쟁 21주년인 6월 10일이 눈 앞에 다가오고 있다"면서 "100만명이 아니라 200만~300만명이 모여 이명박 정권을 타도하는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순희 천주교정의구현전국연합(평신도들의 모임) 상임대표는 "타오르는 촛불에 감명받은 시민단체 어르신들이 내일부터 서울광장에서 72시간 농성을 하기로 했다"면서 "시민들이 가지고 나온 크고 작은 텐트가 시청광장을 가득 메웠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 곳에서 춤추면서 재미나게 승리하는 마음으로 노래부르며 72시간을 보냈으면 좋겠다"면서 "21년 전 그 날처럼 수백만명이 모여' 이명박 하야'를 외치자"고 덧붙였다.

 

이날 모의고사를 끝낸 고등학생도 많이 참가했다. 박아무개(19)양도 마이크를 잡았다. 박 양은 "모의고사 선택과목이 근현대사인데 책을 넘기다가 6월 항쟁과 광주민주화운동이 나오면 무조건 형광펜을 쥐고 별표를 했다"면서 "이제야 왜 그게 중요한 지 알겠다"고 말했다.

 

박 양은 이어 "지난 토요일에 청와대 앞에서 전경들이 시위대를 막는 것을 보고 설마 때리기야 하겠느냐, 설마 무슨 일이야 있겠느냐고 생각했는데 실제로 경찰이 방패로 찍고 물대포로 쏠 줄 몰랐다"면서 "우리가 물대포 쏘고 군화 업그레이드하라고 세금낸 줄 아느냐"라고 일갈했다.

 

정아무개(18) 양은 "헌법 1조를 보면 대한민국의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고 했는데 이명박 정부는 왜 우리의 주권행사를 막는 줄 모르겠다"면서 "옳은 것을 옳다고 하고, 정의를 정의라고 부르는데 뭐가 잘못됐는가, 4800만개의 촛불이 모일 때까지 싸웠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촛불문화제 참가자들은 행사를 마친 뒤 곧바로 광화문 쪽으로 행진할 예정이다. 

 

 

 

[2신 : 4일 밤 7시 50분]

 

한나라당 당원 "시민들이 빨갱이인줄 알았는데..."

 

 

서울광장에 비는 그쳤다. 이미 돗자리를 깔로 자리를 잡은 시민들도 많다. 정장에 우비를 걸쳐입은 넥타이 부대도 보인다.

 

촛불문화제는 밤 7시 15분경 시작됐고, 600여개의 촛불들이 잔디 광장을 밝히고 있다. 비가 그친 탓인지, 주변에서 시민들이 모여들고 있다.

 

박아무개(47)씨는 오늘로서 여섯 번째 참석이란다. 그는 "이런 자리에는 당연히 나와야 한다"면서 버시바우 주한미 대사의 '망언'을 성토했다.

 

"어떻게 일개 대사라는 사람이 그렇게 무식하게 얘기할 수 있는가. 우리보고 과학을 배우라고 하는 데 중고등학생의 과학 수준은 우리가 더 높다. 미국은 문맹률이 더 높지 않은가. 버시바우 대사는 미국산 쇠고기가 위험하다고 말하는 미국 소비자단체의 주장을 아는 지 모르겠다. 우리 국민에 대한 모독이다."

 

김 아무개(47)씨는 자신을 한나라당 당원이라고 밝혔다. 지난 대선과 총선에서 한나라당을 찍었다는 그는 오늘 처음으로 촛불문화제에 참석했단다.

 

"솔직히 이건 아닌 것같아 오늘 처음 나왔다. 최소한 국민과 소통할 줄 알았는 데 너무나 독단적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국민의 목소리를 들어야 한다. 그게 정치이고 민주주의다. 대선과 총선에서 한나라당을 찍은 게 후회된다. 처음에는 여기에 나오는 사람들이 빨갱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가면 갈수록 이 사람들 주장이 옳은 것같다. 이렇게 시민들이 나오는 모습이 아름답다."

 

그는 이어 버시바우 대사의 '망언'에 대해 비판한 뒤 이상득 의원의 발언과 관련해서도 "나도 직장인인데, 어이가 없어 대꾸할 가치조차 못 느낀다"고 혀를 찼다.

 

 

[1신 : 4일 오후 5시 30분]

 

버시바우가 기름 붓네, 서울광장에 모이자

 

3일째 비가 쏟아지고 있지만, 촛불은 꺼지지 않았다. 누가 모이자고 하지 않지만 오늘(4일)도 많은 시민들의 발걸음은 저녁 7시 서울시청 앞 서울광장으로 향할 것으로 보인다. 벌써 스물여덟 번째다.

 

이날 촛불대행진에도 '분노한 시민들'의 참여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3일 "재협상할 필요를 못 느낀다, 실망이다, 한국인들이 과학과 미국 쇠고기에 대한 사실을 더 많이 배워야 한다"고 말한 버시바우 주한 미 대사가 시민들의 분노에 기름을 부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몇몇 보수 신문들은 "시민들의 촛불이 반미투쟁으로 변하는 것 아니냐"고 걱정하고 있다. 오늘 경찰은 청와대뿐 아니라, 미국 대사관을 방어하기 위해서라도 광화문 사거리를 '철통 방어'할 것으로 보인다.

 

시민들을 분노케 한 건 버시바우 미 대사뿐만이 아니었다. 이명박 대통령의 친형인 이상득 한나라당 의원 역시 시민들의 성토 대상이다. 그는 "실직하고 일자리가 없어 길거리를 헤매는 젊은이들과 서민, 어려운 중소기업 경영자들이 (촛불문화제에) 참가한 것 같다"고 말했다. 불난 집에 부채질 한 꼴이다.

 

한반도 대운하를 반대하는 이들도 오늘 서울광장으로 모인다. 이들은 오후 6시 30분 청계광장에서 "국민의 강 파괴하는 이명박 퇴진하라"고 외친 후, 저녁 7시 30분 광우병 위험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반대하는 시민들과 합류할 예정이다.

 

한편, '광우병 국민대책회의'는 오늘 오후 1시 서울광장에서 비상시국대표자회의를 열어 정부에 "최소안전기준에 따라 재협상을 하라"고 다시 한 번 강조했다.

 

이들은 "굴욕적인 한미 쇠고기 협상에 대한 국민항쟁은 이제 무엇으로도 막을 수 없다, 정부가 사태 해결의 대안으로 내세운 '자율규제'는 한 사람의 국민도 속일 수 없는 기만책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국민대책회의는 오는 10일까지 서울시청 앞에서 천막농성에 들어가기로 했다.

 

오마이TV는 오늘도 촛불대행진을 생중계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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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촛불문화제, #촛불대행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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