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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면 1

 

3일 저녁 7시. 이정박 정부 출범 100일 잔칫상이 대전역 광장에 차려졌다. 한 시민이 피켓에 100일 맞이 저녁상을 그려온 것.

 

음식목록은 이렇다. 상 맨 윗줄엔 '영어몰입교육탕'과 '0교시 부활죽'이 놓였다. 중간에는 '대운하탕'과 '건강보험 민영화찜"이다. 젓가락이 가기 쉬운 맨 앞줄에는 '미친소 육회'를 차려놓았다. 그리고 상 머리에 이렇게 썼다. '차린 사람: 뿔난 엄마들, 드실 분: 2MB'

 

피켓에 꾸며놓은 100일 차림상을 지켜보던 한 시민이 대뜸 한 마디 한다.

 

"우리는 상관하지 말고 2MB 혼자 다 먹었으면 원이 없겠습니다"

 

 

#장면 2

 

밤 8시. 대전역 광장에 모인 촛불을 든 800여명의 시민들에게 나눔행사가 열렸다. 처음에는 학생들에게 '공책'이 배포됐다. 시간이 좀 지나자 시민들 손에 '오이'가 배분됐다. 그 다음엔 '생수'가 무료로 공급됐다. 잠시후 주최측이 그 연유를 설명한다.

 

"나눠드린 공책과 오이, 생수는 촛불 참여자들에게 들어온 후원물품입니다" 

 

이명박 대통령이 특별 조사를 지시할 만큼 궁금해 하는 초 구입 자금의 실체(?)도 공개됐다. 주최 측에 따르면 19번째를 맞는 대전역광장 촛불문화제 행사에 답지한 각종 성금은 모두 1241만원. 이 안에는 현수막 등 물품 판매수익금도 들어 있다.

 

이 중 초와 종이컵 등 촛불을 켜는데 필요한 물품 구입비로 400여만원이 쓰였고 음향대여및 공연비 등에 264만여원. 스티커 및 현수막 제작 비용에 341만원이 쓰였다. 남은 돈은 440만원 가량. 하지만 이날 또 다시 모금함이 돌자 지폐가 가득 쌓였다. 주최 측이 알리는 끝마디는 이렇다.

 

"이명박 대통령이 들으면 싫어하겠지만 일년 내내 초살 돈 걱정할 일은 없을 듯 합니다"

 

#장면 3

 

밤 8시 30분. 이날 유독 초등학생들이 많다. 어찌된 일인지 확인에 나섰다.

 

"성남초등학교에서 친구들 하고 왔어요. 엄마한테 미리 허락받고 온 거예요"

"삼성초등학교에서 왔어요. 오늘이 두번째예요. 놀러온 게 아니예요. 미친 소 막으러 왔어요" 

"저요? 6학년이예요. 당근 미국산 쇠고기 막으러 왔죠"

 

시민들이 목이 터져라 외친다. "이명박은 물러가라!" 그 때마다 대열 오른쪽에서 미리 준비해온 손깃발을 흔드는 사람들이 있다. 다가가 보니 이렇게 새겼다. '2MB 나가!' 한밭대 건축과 2학년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학생들은 "직접 만들어 온 것"이라며 "처음 촛불문화제에 참석할때는 무서웠는데 엄숙하지 않고 즐겁다"고 말했다.

 

단체로 '미친소 청와대로' '배후세력 이명박' 등을 새긴 마스크를 쓴 학생들은 중부대 유아교육과 학생들이란다. 이들이 몇번씩 강조한다.

 

"시간이 허락되는 한 앞으로도 계속 참석해 힘을 보태고 싶어요."

 

#장면 4

 

밤 10시 20분.  대전역광장을 출발해 중앙데파트-동백 4거리-충남 도청앞을 돌아 가두행진을 벌인 시민들이 으능정이 거리에 모였다. 한 때 행진대열에 참여하는 시민들이 1000 여명으로 불어나기도 했다. 

 

인도를 지나던 시민들이 시위행렬에 손을 흔들어 답례하거나 구호를 함께 연호하는 모습은 조금도 낯설지 않은 일상이 됐다. 3km에 이르는 차도를 걷는 동안 시위를 벌이는 시민들을 탓하는 사람은 한 명도 없다.

 

주최측이 3시간 여 동안의 촛불문화제의 폐회를 선언했다. 하지만 누구도 자리에서 일어날 줄 모른다. 사회자의 마지막 한 마디를 듣고서야 아쉬운 듯 자리를 털고 일어섰다.

 

"헤어지기 아쉽죠?  내일 7시 대전역 광장에서 또 만나니까 섭섭해도 그만 헤어집시다. 내일 또 만나요!"

 


태그:#대전역광장, #촛불문화제, #광우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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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보천리 (牛步千里). 소걸음으로 천리를 가듯 천천히, 우직하게 가려고 합니다. 말은 느리지만 취재는 빠른 충청도가 생활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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