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국민들이 30개월 소에 대해 우려가 많으니까 통상마찰을 최소화하면서 당분간 국민신뢰가 회복될 때까지 30개월 이상 소가 수입되지 않도록 외교적 노력을, 협조를 해서 원만히 수습하도록 하겠다."

 

유명환 외교통상부 장관은 3일 오후 서울 세종로 정부중앙청사 별관 3층 국제회의실에서 한승수 총리 주재 총영사회의 오찬토론회에 참석한 뒤 기자들과 만나 "미국에 30개월 이상 쇠고기 수출을 자율 규제하도록 요청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 같은 발언은 지난 2일 미국 쇠고기 생산업체들이 한국에 수출하는 쇠고기에 대해 당분간 '30개월령 초과 여부를 표시하는 라벨'을 붙이기로 한 것과 다를 바 없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우리 정부가 검역 주권 등 강제력을 가질 수도 없고, 미국측에 요청하겠다는 것도 사실상 미국 업자들이 이미 밝힌 내용의 재탕이라는 주장이다.  

 

유 장관은 이날 기자들이 "미국에 재협상 의사를 전달했느냐"고 묻자 "외교적 마찰이 되고, 외교적 문제가 되면, 우리가 정부간 협상을 하지만 현 단계에서는 농수산식품부에서 여러 조처를 취하고 있으니까 그쪽으로 좀 봐달라"며 "농수산식품부에서 여러 쪽으로 연락을 하고 있다"고 얼버무렸다.

 

이어 유 장관은 "국민들의 우려를 충분히 전달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며 "특별한 당근책을 준 것은 아니고, 지금 그 단계가 아니고, 협상을 외교부가 하는 게 아니지만 그건 나중에 관계부처간…"이라며 말꼬리를 흐리기도 했다.

 

외교통상부가 이번 협상에 대한 실질적인 책임을 지는 것이냐는 기자들의 질문에는 아무런 답변을 하지 않았다.

 

하지만 박원석 광우병국민대책위 공동상황실장은 "유명환 장관의 발언은 미국과 협의하겠다는 의지도 없고, 추가협상은 더더욱 아니며 재협상은 어불성설이라는 주장과 동일하다"며 "결국 국민을 또 한번 우롱하는 립 서비스에 불과하다"고 탄식했다.

 

이어 박 실장은 "우리는 정부에 대한 규탄집회를 지속적으로 진행할 것"이라며 "6월 10일 100만 촛불대행진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는 "지금이라도 정부는 즉각 전면 재협상을 선언해야 한다"며 "더 이상의 기만책은 국민들을 더욱 자극할 뿐"이라고 일갈했다.

 

광우병국민대책회의의 또 다른 관계자는 "정부와 미국 축산업자들이 짜고치는 고스톱인가"라고 반문한 뒤 "타이슨푸드와 카길미트솔루션, 스미스필드비프그룹 등 5개 업체들이 120일간 '30개월령 이상 라벨부착하겠다'고 밝힌 것과 유 장관이 '당분간 30개월 이상 소가 수입되지 않도록 하겠다는 것은 같은 맥락"이라고 꼬집었다.

 

실제 타이슨푸드와 카길미트솔루션, 스미스필드비프그룹 등 5개 업체는 2일 공동 언론보도문을 발표하고, "한국민들의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소 도축 때 연령 30개월 미만, 초과 여부를 표시하겠다"며 "한국 소비자들이 선택권을 가질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들은 공동언론보도문을 통해 "미국 육류가공회사들이 (한국에 수출하는) 쇠고기의 대부분이 30개월 미만 소에서 나온 것"이라고 주장하며 "120일간 한시적으로 라벨부착 프로그램을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이들은 "한국에 수출을 재개할 준비가 돼 있다"며 "모두 과거 한국에 쇠고기를 수출한 경력이 있는 업체들로 지난 2003년 워싱턴주에서 광우병이 발생한 뒤로 4년 6개월간 수출이 금지돼 왔었다"고 전했다.

 

세계 최대 규모의 육류생산업체인 타이슨푸드의 게리 마이클슨 대변인은 AP통신과 인터뷰에서 "한국 소비자들의 신뢰를 회복하고 시장개방을 보장하는 방법으로 자발적인 쇠고기 연령 라벨 부착 프로그램을 도입했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결국 대책위원회는 유 장관이 미국에 요청하겠다는 '자율 규제'가 미국 업체들의 주장과 일맥 상통하고 있다고 의심하고 있는 것이다.   

 

 

[관련기사 | 미국 쇠고기 수입 후폭풍]

☞ '촛불생중계' 인기폭발... '자발적 시청료' 1억2000만원

☞ 버시바우 주한대사 "쇠고기 재협상 필요성 못느껴"

☞ "정부 발표는 선거용"... 촛불은 계속 타오른다

☞ 정운천 "미국에 30개월 이상 쇠고기 수출 중단요청"

☞ 촛불에 밀려 재협상 요구... 독소조항 전면수정이 관건

☞ 폭력진압 피해자들 어청수 청장 고소�고발... "민중의 몽둥이"

☞ #5505... 엄지손가락으로 '촛불' 쏘아주세요

☞ [특별면] 미국쇠고기와 광우병 논란 기사 모음


태그:#유명환 외교부 장관, #광우병, #촛불시위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