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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시철폐 협상무효'를 외치며 거리로 나온 '촛불 시대위'의 대대적인 연행사태가 속출하고 있는 가운데 경찰은 '연행자를 석방하라'는 내용의 기자회견도 '불법 집회'로 규정했다. 이에 기자회견을 연 '광우병 국민대책회의'(이하 '국민대책회의')는 "김영삼 정권 때도 없었던 헌법과 법률을 무시하는 태도"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경찰 "피켓 들고 구호 외치면 불법 집회... 당장 해산하라"

 

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친 게 화근(?)이었다. 국민대책회의 소속 회원 20여명은 27일 오후 1시부터 서울 서대문에 있는 경찰청 앞에서 "평화시위에 대한 폭력 진압을 중단하고, 연행자를 석방하라"는 내용의 기자회견을 열었다. 하지만 참가자들이 피켓을 들고 "고3학생을 석방하라"는 구호를 외친 순간 갑자기 백승엽 서대문경찰서장이 들이닥쳤다.

 

"여러분들이 하는 행위는 기자회견을 가장한 불법집회다. 앞으로 3차 경고까지 무시할 경우 강제해산 조치 하겠다." 

 

백 서장은 "기자를 대상으로 평화적인 방법을 통해 알리는 게 기자회견이지 정치 구호를 외치고, 피켓을 드는 것은 불법 집회에 해당한다"며 "명확한 법 위반이므로 당장 해산해야 한다. 3번 무시할 경우 연행 조치할 것"이라고 밝혔다.

 

백 서장은 "연행자는 법적 절차에 따라 처리하는 것이지 피켓과 구호를 제창하며 정치적인 내용을 말하는 것은 불법"이라며 "기자회견은 피켓을 내리고 구호를 외치지 않으며 '내 생각은 이렇다'라고 기자를 대상으로 밝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백 서장은 '개인 의견도 정치적인 내용일 수 있지 않냐'는 기자의 질문에 "물론 정치적인 내용이 들어갈 수가 있지만 그것은 유동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일"이라고 밝혔다.

 

시민단체 "취재의 자유, 국민의 알권리 침해하는 명백한 헌법위반 행위"

 

하지만 기자회견에 임한 국민대책회의 소속 회원들은 강한 불만을 토로했다. 기자들의 요청에 의해 구호를 외치고, 피켓을 통해 평화적으로 의견을 피력하는 것이 '불법'으로 규정되는 것에 대해 불쾌감을 감추지 않았다.

 

안진걸 참여연대 민생희망팀장은 "김영삼 정권 이후에 지난 15년 동안 기자회견을 노골적으로 방해했던 때는 없었다"며 "유독 이명박 정부 들어 탄압이 심해지고 있는데 기자회견 내용은 기자와 시민들이 구성하는 것이지 경찰이 이래라 저래라 할 사항이 아니"라고 일갈했다. 

 

이어 안 팀장은 "불법과 강제연행을 운운하는 것은 기자들의 취재의 자유와 국민들의 알권리를 유린하는 명백한 헌법위반행위"라며 "현직 경찰서장이 회견 도중에 들이닥쳐서 시민들의 권리를 탄압하는 무식하고 몰상식한 경우가 어디 있나. 경찰서장은 법조문이나 더 공부하고 오라"고 꼬집었다.

 

안 팀장은 또 "법조문 어디에도 피켓을 들면 안 되거나 구호를 외쳐서는 안 된다는 내용은 없다"며 "계속해서 방해한다면 업무 방해죄로 고발조치 하겠다"고 밝혔다.

 

국민대책회의는 기자의 요청 등에 의해 또다시 "연행자를 석방하라", "폭력진압 사과하라"는 등의 구호를 외쳤다. 그러자 옆에 대기하던 전경들이 투입되어 기자회견 장소를 'ㄷ'자로 둘러쌌다. 백승엽 경찰서장은 한번 더 마이크를 잡고 "2차 경고다. 계속해서 구호를 외칠 경우 물리력을 동원하여 강제 해산하겠다"며 으름장을 놨다.

 

이에 회원들은 "기자회견이 유해가 됐다는 말을 들어본 적이 없다", "20여명의 소규모 인원이 여는 기자회견을 공격했던 정부가 민주화 이래 어디 있냐"는 등의 말로 강한 불만을 표출했다.

 

한편 기자회견 도중 김재준 서대문경찰서 경비계장도 갑자기 들이닥쳐 "이게 무슨 기자회견이야"라며 으름장을 놨다. 또한 갑자기 <SBS> 방송기자의 카메라를 가리는 일도 발생해 기자로부터 "왜 공개된 기자회견 장면을 가리느냐"는 항의를 듣기도 했다.

 

이날 기자회견은 경찰과 시민단체 회원들과의 실랑이 속에 예상 시간인 20~30분을 훌쩍 넘겨 1시간 가까이 진행됐다. 회견장이 전경들로 둘러싸이는 등 '명령 한마디'면 바로 공권력이 투입되는 일촉즉발의 상황까지 치달았으나 다행히 강제연행사태는 발생하지 않았다.


태그:#기자 회견, #강제 연행, #광우병, #촛불 문화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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