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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기를 노획 당하느니 차라리 죽겠습니다!"

최후의 보루라 여겼던 차풀테펙 요새가 미국의 대공세에 밀려 함락 위기에 직면하자 6명의 사관생도들은 멕시코 군대를 이끄는 브라보 장군의 퇴각 명령도 거부한 채 끝까지 싸우다 전사했다. 심지어는 멕시코 군기를 몸에 휘감은 채 성벽에서 뛰어 내렸다는 전설도 전해진다.

꼭대기 부분에 황금으로 빛을 발하는 천사가 눈부시다. 1910년 당시의 멕시코 대통령인 포르피리오 디아스에 의해 독립 100주년을 기념하여 건립되었다. 멕시코시티의 허브도로인 레포르마 거리 중심에 위치해 있으며 내부에 계단이 있는데 멕시코시티의 지반이 약해 지금은 입구를 통제한다고 한다.
▲ 독립기념탑(Monumento a la Independencia) 꼭대기 부분에 황금으로 빛을 발하는 천사가 눈부시다. 1910년 당시의 멕시코 대통령인 포르피리오 디아스에 의해 독립 100주년을 기념하여 건립되었다. 멕시코시티의 허브도로인 레포르마 거리 중심에 위치해 있으며 내부에 계단이 있는데 멕시코시티의 지반이 약해 지금은 입구를 통제한다고 한다.
ⓒ 문종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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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47년, 미군이 멕시코시티로 가기 위한 마지막 관문인 차풀테펙 성으로 행군하던 날은 공교롭게도 9월 11일이었다. 그리고 다음 날 멕시코 부대는 활화산처럼 빗발치는 전투 속에 미군의 3배가 넘는 2600여명의 사상자와 포로가 발생했다. 승리의 여신은 남쪽으로 돌아가지 않고 성을 향해 정공법을 택한 미국편에 미소를 지었다.

하지만 전투발발 160년이 지난 지금 치명적인 패배를 당했던 그 자리엔 국가를 위해 최후까지 분투했던 용사들을 기리는 추모탑이 차풀테펙의 역사의 중심으로 우뚝 서 있다. 어두운 참호 속에서도 한 목숨 기꺼이 나라에 충성하고자 했던 빛나는 얼을 기리기 위함이다.

차풀테펙 성은 그 연혁이 대단히 변화무쌍하다. 1785년 비세로이 베르나도 데 칼베스가 성의 건설을 명했지만 건설 주도권을 인계받은 마누엘 아쿠스틴 마스카로라는 당시 대위의 급작스런 죽음으로 공사는 잠재적 중단이 된다. 그의 죽음을 둘러싸고 건축을 빌미로 삼아 스페인 왕가에 대항하려 했다는 주장이 제기되었지만 밝혀진 바는 아무것도 없었다. 이후 차풀테펙 성은 멕시코 독립 전쟁(1810~1821) 도중 버려졌고 1833년까지 누구도 살지 않았다.

그리고 1864년 초대 황제였던 막시밀리안 1세와 그의 왕비였던 카를로타가 성을 제국의 공식 관저로 지정하고 본격적으로 성을 꾸미기 시작했다. 그 후 1878년에는 지금까지의 흐름과는 전혀 궤를 달리한 천문기상관측소로 용도가 변경되었다. 1944년에는 라사로 카르데나스 대통령에 의해 멕시코 국립역사박물관으로 개관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여기가 끝이 아니다.

1996년 차풀테펙 성은 급기야 유명한 헐리웃 배우인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열연한 로미오와 줄리엣(Romeo & Juliet)의 배경이 되었다. 지금은 메트로폴리탄의 녹색쉼터 역할을 자청하며 시민들의 산책로로 애용되고 있다. 식민시대와 독립 과정을 거쳐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용도로 역사에 동참하고 있는 것이다. 

차풀테펙으로 들어가는 입구. 나라를 위해 끝까지 사력을 다한 사관생도들을 추모하기 위해 세워졌다.
▲ 니뇨스 에로에스(Ni?os heroes) 차풀테펙으로 들어가는 입구. 나라를 위해 끝까지 사력을 다한 사관생도들을 추모하기 위해 세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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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깥으로 정신없이 고속 질주 해가는 문명의 속도를 벗어나 차분함을 안겨 준다.
▲ 차풀테펙 공원 호수 바깥으로 정신없이 고속 질주 해가는 문명의 속도를 벗어나 차분함을 안겨 준다.
ⓒ 문종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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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세기 반 가까이 완전한 제 모습을 찾지 못한 채 역사의 흐름에 따라 다양한 얼굴로 권력의 주도자들의 의지를 대변해야 했던 차풀테펙. 이제는 총포 소리 대신 산새 소리가 귀를 간질이고, 별을 바라보던 곳이 역사를 바라보는 곳으로 변모한 그곳을 둘러싼 가뿐 시간의 흐름을 가볍게 훑으며 나는 두 시간여 동안 공원 주위를 배회했다.

누구도 시간에 쫓기지 않는 넉넉한 발걸음 속에 내 발자국을 섞고 마음이 차분하게 가라앉자 더 이상 영웅담으로 치장된 요새의 호걸이야기에 흥미를 잃어버리고 다시 새로운 목적지를 향해 자리를 털고 일어났다. 그리고 혁명과 독립의 뜨거운 아우성이 그보다 더 뜨겁게 데워진 엔진들의 소음에 묻혀버린 시티의 중심 레포르마 거리로 나왔다.

차들이 빼곡하게 들어차 도로의 숨통을 죄어오는 레포르마 거리에는 양 쪽의 빌딩 숲을 두고 두 개의 조각상이 하늘을 향해 치솟아 있다. 그 유명한 멕시코독립의 상징인 독립 기념탑과 라 디아나 카자도라상은 마치 금메달과 동메달만큼이나 그 규모의 차이가 확연하지만 두 점을 잇는 거리 사이로 멕시코의 어제와 오늘, 그리고 내일이 담겨있다.

이 지역을 아스테카 말로 '메뚜기의 언덕'이라 불린다.
▲ 카스티요 데 차풀테펙(Castillo de Chaputepec) 이 지역을 아스테카 말로 '메뚜기의 언덕'이라 불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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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풀테펙 호수 공원 주위로는 휴식을 취하기에 좋은 공원과 산책로, 동물원, 박물관 등이 위치해 있다.
▲ 휴식 차풀테펙 호수 공원 주위로는 휴식을 취하기에 좋은 공원과 산책로, 동물원, 박물관 등이 위치해 있다.
ⓒ 문종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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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들어가는 더위에 카자도라상은 분수에 몸을 숨긴다. 독립 기념탑은 햇살에 부서져 황금 파편을 튀길 때 갑자기 뭔가를 담아 가야 된다는 부담감에 사로잡힌 난 사진 한 번 찍기 위해 횡단보도도 없는 거리를 눈치 보아 가며 폴짝 건넜다. 그리고 탑에 탑재된 의미가 조금 이따 먹을 점심보다도 중요하지 않은 듯 대충 셔터를 눌러댔다.

누군가 내 카메라에 눈독  들일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천연덕스럽게 마무리를 한 다음 다시 차들 사이를 가뿐히 건너 탑들과의 짧은 조우를 마쳤다. 사물에 대해 특별한 의미가 다가오지 않더라도 뭔가 남겨야 한다는 생각에 감흥 대신 책임이 그 자리를 대신한 것이다.

사관생도 추모비 앞 숲에 깜짝 나타난 청설모.
▲ 귀여워 사관생도 추모비 앞 숲에 깜짝 나타난 청설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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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로수 아래로 몸을 피해 사방을 살펴본다. '이제 어디로 갈까?' 고민할 것도 없이 답은 뻔하다. 여행자들이 빼먹지 않고 반드시 거치는 멕시코가 자랑하는 건물이 가까이에 위치해 있기 때문이다. 그 건물이 같은 분류에서 동급최강이라는 말에 살짝 상기된 채 멕시코의 또 다른 역사를 보기 위해 다시 가로수를 벗어나야만 했다.

여행은 때론 피곤하다. 무제한의 자유와 그에 따르는 책임을 동반하는 '하고 싶은 것'에서 정형화되고 도식화 된 '해야만 할 것 같은 일'에 발을 담그기 시작한 순간부터…. 지금 가는 곳은 과연 그 법칙을 깨줄까?

사냥을 위해 활시위를 당기는 여인상이 마치 멕시코의 전투적인 형상인 듯 이채롭다. 독립기념탑과 마주한 곳에 위치해 있다.
▲ 라 디아나 카자도라(La Diana Cazadora) 사냥을 위해 활시위를 당기는 여인상이 마치 멕시코의 전투적인 형상인 듯 이채롭다. 독립기념탑과 마주한 곳에 위치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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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차풀테펙 성에 관한 역사적 사실은 '위키백과'와 밀리터리, 군사무기 카페글'http://cafe.naver.com/nuke928'을 인용했습니다. 세계 자전거 비전트립 홈페이지는 http://www.vision-trip.net입니다.



태그:#세계일주, #멕시코, #멕시코 시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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