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5월 21일은 '부부의날'입니다. 부부 관계의 소중함을 일깨우고 화목한 가정을 일궈가자는 취지로 만들어졌다고 합니다. 그래서 날짜도 '둘(2)이 만나 하나(1)'가 된다는 뜻에서 21일로 정했다고도 합니다. 5월을 '가정의 달'이라고 하는데, 가정의 시작은 부부가 아닐까요? 부부의날을 통해 다시금 사랑을 확인하고 돈독히 하는 계기가 될 수 있도록 '이 부부가 사는 법'을 주제로 몇 편의 이야기를 소개합니다.  <편집자주>

 

"그 집엔 부부싸움 같은 건 안 하죠?"
"네?"
"두 분 만날 붙어다니는 거 보면, 생전 부부싸움 같은 건 모르고 살 것 같아요."
"아, 네…."

 

언젠가 우리 마을 분식집 아저씨가 우리 부부를 보고 한 말이에요. 아침저녁으로 늘 자전거를 타고 붙어다니는 걸 오랫동안 지켜본 아저씨는 우리만 보면 늘 부럽다고 하셨어요. 그러면서, 요즘 세상에 부부가 함께 같은 취미를 즐기면서 사는 건 '복'이라고 하시네요.

 

입 다물고 살아요? 우린 안 그래요

 

날마다 함께 자전거를 타고 다니며 마을마다 구석구석 안 다니는 곳이 없으니, 사람들 눈에도 우리가 무척 남달라 보이나 봐요. 만나는 사람마다 비슷한 말을 해요.

 

"부부싸움은 안 할 거 같아요. 금실이 좋은 가 봐요."
"두 분이 함께 자전거 타고 다니는 거 보면 참 보기 좋으십니다."
"나도 두 분처럼 그렇게 살고 싶은데……."

 

이런 말을 하면, 우리는 으레 이렇게 말하지요.

 

"쉬워요. 오늘부터라도 해보세요. 처음 시작이 어렵지, 해보면 아마 아주머니도 좋아하실 걸요?"

 

그러면 또다시 대답해요.

 

"에이, 우리는 안 돼요!"

 

그러나 모든 건 마음먹기 나름!

 

그러고 보니, 우리는 살면서 크게 다투어본 적이 없어요. 아니, 싸울 틈이 없어요. 늘 같은 생각을 하고 살기 때문일 거예요. 쉬는 날이면 언제나 '자전거 타고 어디를 갈까?' 하고 머리를 맞대며 나갈 궁리를 하니, 자연스레 서로 이야기할 시간이 많지요. 부부한테 서로 문제가 생기는 가장 큰 까닭으로 '대화부족'을 들지요. 우리는 그런 거 모르고 산답니다.

 

또 하나, 서로 절대로 하지 않는 말이 있는데, 그건 바로 '돈 얘기'예요. 늘 모자란 듯 살아도 이 돈 얘기만큼은 하지 않는답니다. 어차피 없는 돈이 징징거린다고 하늘에서 뚝 떨어지는 것도 아닌데, 있으면 있는 대로, 없으면 없는 대로, 주어진 만큼 하루하루 즐겁게 살아가지요. 어찌 보면, 욕심없이 사는 게 우리가 재미나게 살아가는 가장 큰 까닭인지도 모르겠네요.


자전거에 싣고 다니는 우리 사랑

 

그 무엇보다 우리가 마을 사람들한테 부러움을 한 몸에 받는 까닭은 모두 '자전거' 때문이랍니다.

 

자전거를 타게 된 건 지난 2006년 봄에 남편이 무릎 수술을 받고 나서 무릎에 좋다는 운동을 찾다가 시작한 거랍니다. 남편이 자전거로 운동을 새로 시작했는데 혼자 하게 내버려둘 수는 없잖아요. 혼자 다니면 심심하니까요.

 

처음엔 자전거를 타고 마을 가까이에서만 다녔는데, 자꾸 타다 보니 조금 더 멀리까지 가보고 싶었어요. 둘이서 두 해 동안 군위·의성·예천·성주·김천……. 구미와 가까운 곳은 거의 모두 다녀봤어요. 이렇게 하면서 우리가 좋아하는 시골 풍경도 보고, 문화재도 찾아다니면서 기사까지 쓰고 있으니 그야말로 우리한테는 자전거가 '복덩이'랍니다.

 

 

우리도 다툴 때가 있었지

 

이웃들의 부러움을 한 몸에 받고 사는 우리도 가끔은 다툴 때가 있어요. 어디를 가든지 가기에 앞서 꼼꼼하게 지도를 챙겨보고 가지요. 그런데 난 아무래도 '길치'인 가 봐요. 아무리 자세하게 보고 가도 막상 거기 닿으면 머릿속이 하얘져요. 도무지 어디로 가야 할지 방향도 모르겠고 헤매기 일쑤지요. 남편은 이런 날 보며 몹시 답답했나 봐요.

 

"아침에도 지도 보고 나왔잖아! 저 다리에서 오른쪽으로 좁은 길이 있는 거!"
"……. 그랬나?"
"그랬나가 뭐야! 같이 봐놓고도 모르면 어떡해!"
"피이! 그럼 모르는 걸 모른다고 하지, 안다고 해?"
"……."
"……."

 

참 웃기죠? 따지고 보면 아무것도 아닌 일인데, 이런 일로 아주 잠깐 동안 티격태격할 때가 있어요. 그래 봤자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금세 풀어지지만요. 또 이런 일도 있었지요. 우리가 '임도'를 탄 지 얼마 안 되었을 때에요. 산길에서는 찻길과 달리 자전거를 타기가 매우 힘들어요. 오르막이 많고 길도 고르지 않기 때문에 '기술'을 익혀야 된답니다.

 

그 날도 군위에 있는 시골풍경을 찾아가는데, 산을 넘어서 가자는 거였어요. 나는 속으로 '쉬운 길을 놔두고 꼭 산길로 가야 하나?' 하고 투덜거렸죠. 남편 속뜻은 아무래도 찻길은 위험하니까 좀 힘들더라도 임도를 타면서 산에서 자전거 타는 기술도 익히고 풍경도 즐기면서 가자는 거였죠.

 

이럴 때면, 남편이 하자는 대로 따르기는 하지만 너무 힘이 들어 못내 심통을 부릴 때도 있었지요. 막상 가보면 산길에서 타는 재미가 남다르고 힘든 걸 참고 잘 올라왔다는 뿌듯함에 정말 이 길로 오길 잘했다고 생각한답니다.

 

"자기는 복인 줄 알아! 신랑 하자는 대로 따르는 사람 흔치 않아. 아마 모르긴 몰라도 다른 마누라 같으면 '나 못 가!' 하고 버텼을걸?"

 

사랑이 듬뿍 담긴 편지

 

우리는 가끔 서로한테 편지를 잘 쓴답니다. 더구나 남편은 한 번씩 편지로 날 놀라게 할  때가 많았어요.

 

언젠가는 커다란 달력 종이 뒤에다가 빼곡하게 적은 편지를 건네준 적이 있었어요. 그것도 이틀 동안 거듭해서 말이지요. 그 때를 생각하면 지금도 그 감동이 밀려와서 눈물이 나요.

 

또 한 번은 우리 누리집에다가 자전거를 타고 다니면서 찍은 사진을 몇 십장 갖다 붙이고 손수 키보드까지 연주해서 '담벼락에 쓰는 글'이란 제목으로 영상 편지를 올려서 깜짝 놀랐던 적이 있지요. 영상 속 사진을 가만히 살펴보니, 자전거를 타며 내가 힘들어하는 모습만 따로 모아서 길고 긴 편지를 적은 거였어요.

 

영상편지를 보면서 한없이 울었답니다. 처음에 자전거를 타면서 참 많이 넘어지기도 하고 갈비뼈에 금이 갈 만큼 크게 다치기도 했는데, 그렇게 힘겨웠던 일이 하나둘 떠오르고 그동안 다니면서 몸은 힘들었지만 서로 다독이며 즐겁게 살 수 있으니 참 고마웠지요.

 

이런 남편과 사는데 어찌 행복하지 않겠어요? 서로 좋아하는 일을 함께하면서, 글로 사진으로 하나하나 추억까지 쌓으며 살아가는 우리 부부, 부럽지 않나요? 마을 사람들이 부러워할 만 하지요?

 

남편이, 또는 아내가 좋아하는 일을 서로 함께 해보세요. 취미생활을 같이 한다는 거, 기쁨이 몇배가 된답니다. 틀림없이 삶이 더욱 즐거우리라 믿어요. 때때로 서로한테 못다 한 말은 편지로 써보는 것도 무척 기쁘답니다. 이렇게 살다 보면, 더욱 사랑하게 되고 서로 믿으며 나날이 웃음이 떠나지 않겠지요?

덧붙이는 글 | 뒷 이야기와 더욱 많은 사진은 한빛이 꾸리는'우리 말' 살려쓰는 이야기가 담긴 하늘 그리움(http://www.eyepoem.com)에서 볼 수 있습니다.


태그:#부부, #사랑, #부부싸움, #자전거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남편과 함께 자전거를 타고 오랫동안 여행을 다니다가, 이젠 자동차로 다닙니다. 시골마을 구석구석 찾아다니며, 정겹고 살가운 고향풍경과 문화재 나들이를 좋아하는 사람이지요. 때때로 노래와 연주활동을 하면서 행복한 삶을 노래하기도 한답니다.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