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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7일 오후 광우병위험 미국산 쇠고기 수입반대 촛불문화제가 열리는 서울 청계광장 부근에서 '나 미쳤소!'가 적힌 종이를 목에 건 소 인형이 춤을 추고 있다.

 

이명박 정부의 미국산 쇠고기 전면 개방을 둘러싸고 논란이 뜨겁다. 대통령은 "정부가 설마 위험한 쇠고기를 국민에게 먹이겠냐"며 미국산 쇠고기 전면 개방은 "대한민국 국민들이 값싸고 품질좋은 미국산 쇠고기를 먹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선택"이라고 말한다. 소비자를 위한 결정이라는 얘기다.

 

하지만 정작 그 소비자들은 '정부가 국민의 건강을 위험에 빠트릴 수 있는 결정을 했다'며 분노하고 있다. 독재자의 폭거에 항거했던 굵직굵직한 저항운동을 제외하고 국민 다수가 이토록 분노하고 자발적인 행동에 나섰던 전례가 있었던가. 정치에 무관심하다는 청소년들까지 대거 나선 것을 보면 상황이 보통 심각한 것이 아니다.

 

상황의 이런 심각성은 정부도 또 이른바 보수언론도 잘 알고 있는 듯하다. 하지만 정부와 몇몇 보수언론들의 진단은 잘못 돼도 한참 잘못됐다. 정부는 광우병을 우려하는 여론을 '반미좌파들에 의해 선동된 오도된 여론'이라고 규정하고, 미국산 쇠고기가 안전하다는 '사실', 아니 자신들의 신념을 국민에게 설득하기 위해 갖가지 진기한 대응책을 내놓고 있다.

 

"나부터 먹겠다"는 대통령과 행정부처 구내식당에 미국산 쇠고기를 사용한 꼬리곰탕을 메뉴로 올리겠다는 장관, 광우병에 걸린 소라도 살코기는 안전하다는 국회의원까지. 여기저기서 솔선수범해서 먹겠다는 선언이 잇따르는가 하면, 다른 한편에서는 "미국산 쇠고기가 절대 안전하다"며 신문광고를 내고(미국 정부가 아니라 한국 정부가 말이다) 광우병을 우려해 쇠고기 협상 반대에 나선 촛불시위를 두고 '악령이 출몰하는 세상' 운운하며 시민들이 비과학적인 미신에 사로잡혔다고 비난하는 국회의원도 있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 전면 개방을 반대하는 학생과 시민들이 17일 저녁 서울 청계광장에서 열린 '5.17 미친소, 미친교육, 촛불문화제'에서 정부의 미국산 쇠고기 수입 정책 철회를 촉구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혹자는 이런 얘기도 한다. 세상에 100퍼센트 안전한 게 어디 있냐고. 미국산 쇠고기를 먹고 광우병에 걸릴 확률이 골프장에서 벼락맞아 죽을 확률만큼이나 희박한 것 아니냐는 얘기도 나온다. 그럴지도 모르겠다. 정부 관계자들이나 정부 편을 드는 전문가들의 말처럼 광우병에 걸릴 확률은 수학적으로 무시해도 좋을 만큼 적은 것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수학적으로 확률적으로 무시해도 좋을 만한 수치란 도대체 어느 정도까지를 말하는 건가?

 

광우병이 처음 발견된 영국의 경우 지금까지 약 150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앞으로 얼마나 많은 희생자가 발생할지는 모르지만 혹시 미국산 쇠고기의 안전성을 주장하는 분들이 '그 정도면 1년 동안 발생하는 교통사고 사망자 수에 비하면 새 발의 피도 안 되는 것 아니냐', 이런 생각을 하고 있는 건 아닌지 궁금하다. 아니 걱정스럽다. 교통사고로, 각종 강력 사건으로 또는 천재지변으로 이 순간에도 숱한 사람들이 생명을 잃고 있다.

 

거기에 비하면 값싼 쇠고기 배불리 먹고 몇십 명, 몇백 명 쯤 희생되는 건 아무것도 아닌지도 모르겠다. 쇠고기 먹는 일이 그렇게 중요하게 평가되는 걸 보면 '이 밥에 (쇠)고기 국 먹는 것이 공산주의'라는 북한이 언뜻 떠오르기도 한다. 정말 국민들에게 그렇게 값싸고 품질 좋은 쇠고기를 공급하고 싶다면 호주산 쇠고기에 관세를 낮추고 수입을 확대하든지 몽골에서 쇠고기를 수입하든지 대안을 찾으면 될 일이다.

 

아무리 확률이 낮은 위험이라도 사전에 예방을 할 수 있는 위험을 방치하는 건 상식적으로나 윤리적으로 용납되기 어렵다. 그 뿐인가. 이런 예방할 수 있는 위험을 방치하는 건 실용을 표방하는 이명박 대통령의 신념에도 맞지 않다. 왜 그런가. 유럽의 사례를 보자.

 

지난 1990년 5월 광우병이 처음 발견됐던 영국에서 인간 광우병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자 당시 영국 농림부 장관이었던 존 검머는 "영국 쇠고기는 안전하다"며, 자신의 딸과 함께 텔레비전에 출연해 쇠고기 버거를 먹는 장면을 연출했다. 다행히 당시 검머 장관의 딸은 아버지의 권유에도 불구하고 쇠고기 버거를 먹지 않았다고 하지만 검머 장관의 이 시식행사 이후 영국에서는 엄청난 광우병 파동이 불어 닥쳤다.

 

그 뒤 영국에서는 18만 두가 넘는 소에서 광우병이 확인됐고 이로 인해 약 400만 마리가 소각 처리됐다. 말이 400만 마리지, 이건 대학살이다. 영국만큼 심각하진 않았지만 광우병 파동으로 인해 프랑스와 독일, 스위스, 이탈리아 등 서유럽국가들은 천문학적인 경제적 손실은 물론 대외적인 신인도 하락까지 막대한 피해를 입었다. 그 뿐인가. 영국에서는 1995년 인간 광우병으로 19세 청년이 사망한 뒤 지금까지 150명 이상이 인간 광우병으로 목숨을 잃었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일부 전문가들은 광우병의 잠복기간이 짧게는 10년 길게는 50년에 이른다는 사실을 감안할 때 2015년쯤부터 해마다 약 2만 명 정도의 영국인이 인간광우병으로 사망할지도 모른다고 경고하고 있다.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영국에서는 지난 2001년까지 동물 사료를 먹은 애완용 고양이 100마리가 광우병으로 죽었다. 확인된 것만 그렇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동물성 사료를 먹은 다른 애완동물들도 광우병의 위험에서 예외가 아니라는 얘기다. 그 위험은 현재 진행형이다.

 

 1990년 존 검머 당시 농무부 장관이 딸과 햄버거를 먹으며 쇠고기의 안전성을 일방적으로 홍보한 것을 비판하는 BBC 기사.

 

예방할 수 있는 위험을 방치했다가 만약 미국에서 유럽과 비슷한 상황이 초래된다면 그 후과를 어떻게 수습할 것인가. 미국에서 축산업이 차지하고 있는 비중을 놓고 볼 때 아마 공황상태가 초래될 것이다. 이런 위험을 방치하고 키우는 것이 미국에 이로운 일인가?

 

영국을 휩쓴 광우병 파동이 재연되질 않길 바라지만 마냥 안심하기에는 모든 게 너무 불확실하다. 미국은 광우병의 공포가 유럽을 휩쓸던 지난 1997년 동물성 사료 규제를 시작했다. 하지만 이 동물성 사료 규제 조치는 반추동물에게 반추동물의 부산물로 만든 사료를 금지했을 뿐 다른 동물의 부산물로 만든 사료는 계속 허용했고 이런 사료정책은 지금까지도 계속 유지되고 있다.

 

하지만 영국의 사례에서 보듯이 광우병은 반추동물에게만 발생하는 것이 아니고 서로 다른 종 사이에서 교차 감염되는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이런 면에서 미국의 상황은 불안하기만 하다. 미국의 경우 광우병은 밍크에서 처음 발견되었는데, 모피를 만들기 위한 가죽을 벗겨내고 남은 살코기와 부산물은 동물성 사료로 만들어져 소에게 공급되었기 때문이다.

 

여기서 미국에서 동물성 사료가 제조되는 과정을 한번 들여다보자. 미국의 공장식 축산업의 위험성을 경고하는 화제의 책 <성난 카우보이>를 썼고 토크쇼의 여왕 오프라 윈프리 쇼에 출연했다. 윈프리로 하여금 '햄버거 못 먹겠네'라는 그 유명한 발언을 하게 만든 하워드 리먼은 자신의 책에서 그 과정을 이렇게 묘사하고 있다. 하워드 리먼은 몬타나 주에서 대를 이어 축산업에 종사했던 사람이다. 

 

"농장에서 나온 가축 이외에 사료업자가 좋아하는 또 하나의 재료는 안락사 시킨 애완동물이다. 전국의 동물 수용소에서는 매년 6-7백만 마리의 개와 고양이가 죽어간다. 예를 들어 로스앤젤스만 하더라도 매월 약 2백 톤의 안락사한 개와 고양이를 사료 공장으로 보낸다. 이런 섬뜩한 혼합물을 빻아서 증기로 쪄내는데… 무거운 단백질 원료는 말려서 갈색 가루로 만든다. 그 중 4분의 1 정도는 배설물이라고 보면 된다. 이 갈색 가루는 가축의 사료뿐만 아니라 대부분 애완동물의 사료에 첨가된다. 축산업자들은 이것을 '농축단백질'이라고 부른다… 미국에서는 9000만 마리의 육우 가운데 약 75퍼센트의 육우에게 '영양가를 높인' 동물성 사료를 일상적으로 먹인다."

 

섬뜩한 광경이다. 하지만 더 심각한 문제는 97년 동물성 사료 규제정책을 실시한 뒤에도 이런 현실에 변화가 없다는 점이다. 뿐만 아니라 소의 피는 여전히 소의 사료로 이용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에서는 지난 2003년 광우병 소가 발견된 뒤 지금까지 모두 세 마리의 소가 광우병에 감염된 것으로 확인됐다. 약 1억 두에 이르는 소를 사육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확률적으로 아주 낮은 가능성일 수 있다.

 

 쇠고기 가공처리를 하는 웨스틀랜드 미트컴퍼니의 홀마크 미트패킹 도살장에서 노동자들이 도살소를 몰아넣으면서 소를 발로 차거나 포크리프트 블레이드로 때려 소들이 고통 속에 비명을 지르는 비디오 장면이 나왔다. 사진은 캘리포니아 치노 홀마크미트 패킹도살장 주차장에서 순찰하는 민간경비원.

하지만 문제는 미국의 경우 광우병 검역체계가 유럽연합이나 일본에 비해 대단히 허술하다는 점이다. 미국의 경우 2003년 12월 첫 광우병 소가 발견되기 전까지 전체 축우의 0.1 퍼센트에 대해 광우병 검사를 실시했다. 광우병 소가 발견된 이후 광우병 검사 대상이 1 퍼센트로 확대되었지만 다시 0.1 퍼센트로 축소되었다.

 

이에 비해 유럽연합에서는 전체 축우의 25퍼센트에 대해 광우병 검사를 실시하고 있고 일본은 모든 축우에 대해 검사를 실시하고 있다. 만약 유럽연합이나 일본처럼 광우병 검사 대상을 늘리면 어떤 결과가 나올까? 더구나 그동안 미국에서 확인된 광우병 소 3마리 중 2마리는 언제 어디서 태어나서 어디서 뭘 먹고 컸는지 확인조차 못했다.

 

이처럼 미국에서는 광우병 파동 이후 유럽연합을 중심으로 정착되고 있는 강력한 동물성 사료 금지조치와 이력추적제, 강화된 광우병 검사 중 어느 하나도 제대로 시행되지 않고 있다. 게다가 우리 정부의 '오역' 또는 '거짓말'과는 달리 미국의 동물성 사료 통제조치는 오히려 후퇴하지 않았는가.

 

현재 미국의 동물성 사료통제 조치는 소의 월령이 30월 미만인 경우 광우병 여부는 확인도 하지 않은 채 특정위험물질을 포함한 모든 부위를 다른 가축의 사료로 사용하고 그 가축을 다시 소의 사료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이런 무책임한 조치가 아무런 후과를 초래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는가? 세상에 그런 요행은 없다.

 

미 농무부가 자체 조사를 통해 밝혀낸 도축과정의 문제도 한두 가지가 아니다. 미국에서 처음 광우병이 발견된 2003년 12월 이후 14개월 동안 도축과정에서 광우병 검역과 관련해 모두 829건의 위반사례가 확인되었다. 이런 현실에서 미국산 쇠고기를 과연 안심하고 먹을 수 있을까?

 

더 큰 문제는 월령 30개월 미만의 경우 특정위험물질까지 수입하기로 했으니 현재의 합의대로라면 쇠고기 가공품이나 소의 피로 만든 사료 등도 수입될 가능성이 높다. 그럴 경우 광우병 쇠고기가 수입될 가능성뿐만 아니라 광우병이 국내에 확산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런 문제가 확실히 개선됐다는 얘기는 아직 듣지 못했다.

 

미국에 가본 사람이라면 적지 않은 미국 소비자들이 'grassfed' 등의 마크가 찍힌 유기농 쇠고기를 먹는다는 걸 알고 있을 것이다. 많은 선량한 미국 시민들이 공장식 축산업에 의해 '제조'되는 미국산 쇠고기의 안전성을 염려하고 있다. 미국 소비자들의 건강을 위협하는 건 광우병뿐만이 아니다. 항생제와 호르몬 남용, 유전자 변형 사료 사용 등 미래에 어떤 결과를 초래할지 모르는 문제들이 한 둘이 아니다.  

 

미국의 허술한 광우병 예방, 검역제도를 비판하는 건 이기적인, 또는 반미적인 행동이 아니다. 이는 대한민국 소비자는 물론 미국 소비자, 나아가 전 세계 소비자의 건강을 위한 것임과 동시에 생명을 소중히 생각하는 지구적인 윤리를 확립하는 일이기도 하다. '내 경쟁자는 세계 각국의 지도자'라는 대통령의 말을 기억한다. 무한경쟁시대에 국익을 위해 국제사회에서 치열한 경쟁을 벌여야하겠지만 지구온난화나 먹거리의 안전 문제 같은 지구적인 이슈와 관련해서는 윤리적인 경쟁도 필요하다. 그런 점에서 우리나라에도 세계적인 지도자가 나와야하지 않겠는가.

 

지난해 11월 열린 미국산 수입쇠고기 검역설명회는 이견이 노출되면서 고성이 오가면서 결국 예정된 시연회를 마치지 못한 채 끝났다. 지난해 11월 열린 미국산 수입쇠고기 검역설명회는 이견이 노출되면서 고성이 오가면서 결국 예정된 시연회를 마치지 못한 채 끝났다.

지극히 현실적인 차원에서 생각하더라도 미국산 쇠고기의 안전성을 강화하는 것이 그렇게 어려운 문제는 아니다. 수입을 하지 말자는 것도 아니고 우선 안전성이 검증된 것부터 하자는 얘기 아닌가. 그 뒤에 미국에서 동물성 사료 강화조치가 제대로 이행되는 것을 확인하고 협상을 거쳐 수입을 확대하면 될 일이다. 소 한 마리 당 광우병 검사 비용이 20달러 정도라고 한다. 검사 두수가 늘어나면 그 마리당 비용은 훨씬 줄어들 것이다. 미국 산 쇠고기의 신뢰를 확보하는데 이 정도 비용도 지출하기 어렵단 말인가. 당장 전수 검사가 어렵다면 유럽연합 수준으로 샘플을 확대하는 노력이라도 보여야할 것 아닌가.

 

하지만 상황은 정반대다. 미국 정부는 자신들이 가공 처리하는 모든 쇠고기에 대해 자발적으로 광우병 검사를 하려던 기업을 오히려 방해했다. 국내에도 쇠고기를 수출하던 ‘크릭스톤팜스’라는 업체가 일본으로 쇠고기를 수출하기 위해 전수검사를 하려다 미 농무성의 제지를 받고 현재 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이것이 무얼 의미하는가?

 

난 대한민국 국민만큼이나 선량한 미국 시민들의 생명과 안전을 소중하게 생각한다. 지구적인 차원의 환경과 생명은 어느 한 국가의 노력으로는 불가능한 일이다. 촛불시위를 반미로 매도하는 분들이여, 미국 시민들의 안전을 진정으로 걱정해 봤는가. 제발 친미 좀 제대로 하자.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를 쓴 이광조씨는 현재 CBS PD로 재직 중에 있습니다. 이기사는 인권연대 웹진 주간 <사람소리>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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