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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의 여정은 쑤아오에서 타이뻬이 북부에 있는 지룽시까지 105km이다. 화리엔에서 쑤아오까지 그런 험한 길과 달리 도로는 마치 서해안을 달리는 것 같이 평탄하다. 그래서인지 쑤아오부터 무덤 모양이 또 서부와 같이 변한다. 아마도 쑤아오 남쪽에 있는 매우 높은 산을 경계로 양쪽의 문화가 달라진 것 같다. 달리(大里)를 지나 삐쭉 튀어나온 곳으로 들어서니 언덕이 나오고 이어 터널이 나온다. 지룽에 가까워질수록 트럭이 점점 많아진다.

기암괴석이 해안가에 널린 예류

23일은 여행 후 두 번째 맞이하는 토요일. 아침부터 가랑비가 온다. 오늘은 2번 북부도로를 타고 타이뻬이 서부에 있는 아름다운 석양의 마을 딴수이까지 간다. 복잡한 지룽시를 빠져나가니 시 경계에 높은 언덕이 나오고 그 언덕을 넘으니 바다가 보인다. 잠시 후 예류(野柳)풍경특정구인 지질공원이 나온다.

타이뻬이와 가깝고 유명한 공원인지라 여행 중 처음으로 우리나라 사람을 만날 수 있었다. 우리의 깃발을 보고 "이곳까지도 자전거를 타러 오네" 하며 이것저것 묻는다. 해외여행 중 외국서 우리나라 사람을 만나는 것은 아주 반갑지만, 한 무리의 떼로 다니는 관광객은 별로 반가운 생각이 들지 않는다.

관광안내소에 있는 사물함에 배낭을 넣어두고 자전거는 안내소 뒤에 잘 묶어놓고 공원 안으로 들어갔다. 백만년 이상 침식과 풍화작용으로 여러 가지 모양을 한 기암괴석들이 해안가를 따라 배열되어 있다. 여왕두라 불리우는 바위는 꼭 클레오파트라 여왕의 옆 얼굴을 닮았다.

클레오파트라를 닮은 여왕두
 클레오파트라를 닮은 여왕두
ⓒ 이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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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간히 내리는 비를 맞으며 딴수이에 들어섰다. 그 아름답다던 석양은 비가 내리는 바람에 감상할 수 없고 멀리 펼쳐있는 우중충한 바다만 바라보았다. 딴수이 전철역 건너편에 있는 호텔로 들어섰다. 이번 여행에서 가격 대비 가장 좋지 않은 호텔이었다.

더구나 방에 넓은 베란다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자전거를 방으로 갖고 가지도 못하게 한다. 여행 중 처음으로 기분이 언짢았다. 그러나 비는 오고 주변에는 높은 언덕이 많아 새로운 호텔을 찾는 것을 포기하고 투숙하였다. 마침 백열전등이 있어 비에 젖은 신발을 말리는데 많은 도움이 되었다.

모범적인 도시간 자전거 전용도로

자전거 일주의 마지막 날이다. 처음 출발한 곳이 이곳에서 멀진 않지만 그곳에서 타이뻬이로 들어가는 것이 더 오래 걸릴 것 같아 일찍 출발하였다. 딴수이에서 2번 도로를 타고 발리(八里)로 가는 다리에 들어서니 자전거 전용도로가 나온다. 그 길을 따라 지나온 곳을 되돌아보니 딴수이부터 이어져 있는 길이었다. 분명 어제 역에서 자전거전용도로가 있음을 알았으나 중간에 끊길 것 같아 국도를 탄 것이 몹시 후회되었다.

딴수이 하구 따라 설치된 자전거 전용도로
 딴수이 하구 따라 설치된 자전거 전용도로
ⓒ 이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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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행자와 자전거를 안전하게 보호하는 2차선
 보행자와 자전거를 안전하게 보호하는 2차선
ⓒ 이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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딴수이에서 하구를 따라 발리까지 15km의 자전거전용도로를 설치하여 도시와 도시를 연결하였다. 정말 경치 좋은 곳에 보행자와 자전거를 위해 이러한 길을 만든 것만 보아도 타이완 지방정부는 자전거 활성화 정책을 매우 잘 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 길은 보행자 길과 자전거길이 완전히 분리되어 있을 뿐 아니라 오토바이는 들어올 수 없도록 저지대를 만들어 놓았다. 길은 획일적으로 포장하지 않고 지형에 어울리게 시멘트와 나무로 하여 친근감을 주었으며 곳곳에 이정표가 설치되어 있다.

오토바이 못 들어오게 만든 저지대
 오토바이 못 들어오게 만든 저지대
ⓒ 이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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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은 자전거길 오른쪽은 보행자길
 왼쪽은 자전거길 오른쪽은 보행자길
ⓒ 이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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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을 여행하면서 가장 부러운 것이 아름다운 경치를 볼 수 있는 곳에 이러한 자전거 전용도로가 있다는 것이다. 일회용품을 제한 없이 마구 사용하는 그들을 보면 환경적인 측면에서는 바람직하지 않지만 그들의 자전거정책을 보면 그들이 얼마나 자전거 인구를 늘리려고 노력하고 있는지 알 수 있다. 자전거 타는 인구가 별로 없음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자전거 전용도로를 늘리고 있다.

발리를 지나 시아후(下福)를 지나니 우리가 출발했던 주유소가 보인다. 인터넷을 통해 타이완 둘레가 얼마가 되는지 사전에 알아보려 했으나 알 수 없었다. 이제야 타이완 둘레가 1200㎞ 정도라는 것을 알아냈다.

1200km의 타이완 일주를 마치고
 1200km의 타이완 일주를 마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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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후기

일주를 끝내고 타이뻬이로 향하였다. 가는 도중 높은 고개를 하나 만났으며 타이뻬이 시내에 도착하는데 약 4시간 정도 걸렸다. 타이뻬이 기차역 길 건너 YHA 유스호스텔에서 이틀간 숙박하며 관광하였다. 귀국할 때 미리 자전거를 분리하여 가방에 넣었다. 기차역 옆에 있는 버스터미널까지 메고 가서 공항버스를 타고 공항에 도착하였다.

인천공항과 마찬가지로 대형화물을 넣는 곳에서 자전거를 보냈다. 타이완 공항에서는 자전거가 정상적으로 화물 나오는 곳으로 나왔는데, 인천공항에서는 직원이 가지고 나와 우리를 호출하였다. 출국하기 전에 작성한 자전거 세관증명서는 별 소용이 없었다. 집에 와서 자전거를 다시 조립해 보니 디스크브레이크가 약간 휘어 있었다. 타이완에서 이런 경우를 만났으면 매우 곤란하였을 것이다. 

여행정보
1. 숙박비와 식비, 교통비 모두 한국보다 싸다. 우리 돈으로 환산하여 휘발유 리터당 900원, 시내버스 450원, 전철 600원 정도이다.
2. 편의점이 많아 물건 구입이 쉽다.
3. 서해안은 거의 언덕이 없는 평지이나, 동해안은 높은 고개가 많다.
4. 자전거 타기에 우리나라보다 훨씬 안전하다.
5. 자전거대리점이 매우 드물다.
6. 개들은 대부분 묶여있지 않아 조심해야 한다.
7. 여행을 갈 때 자전거를 포장한 상자를 구하여 자전거를 잘 포장한 후 가방에 넣는다. 귀국할 때는 상자 구하기가 어려우므로 분해해서 잘 묶은 후 가방에 넣는다.
8. 뒷드레일러는 분리하여 프레임에 잘 묶는다.


태그:#타이완 자전거 일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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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을 통해 사회를 분석한 <오지랖 넓은 수학의 여행>, 역사가 담긴 자전거기행문 <미안해요! 베트남>, <체게바를 따라 무작정 쿠바횡단>, <장준하 구국장정6천리 따라 자전거기행> 출간. 전 대전환경운동연합 의장, 전 민족문제연구소 운영위원장, 현 배재대 명예교수, 피리와 클라리넷 연주자로 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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