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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산 쇠고기 수입 전면 개방을 반대하는 학생과 시민들이 17일 저녁 서울 청계광장에서 열린 '5.17 미친소, 미친교육, 촛불문화제'에서 정부의 미국산 쇠고기 수입 정책 철회를 촉구하며 촛불을 들고 있다.

촛불이 쉬 꺼질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 1929년 광주항일학생운동과 1960년 4.19 혁명이 그랬듯이 청소년들이 가장 먼저 열어 제친 민주주의의 함성은 광장을 촛불로 수놓고 있다. 후퇴되는 듯 보였던 한국 민주주의는 이렇게 제자리를 찾아가고 있다.

 

그럼에도 마음 한 구석 걱정이 사라지지 않는 이유는 쇠고기 문제에 밀려 한미FTA가 제대로 다뤄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한미FTA 청문회는 미국산 쇠고기 청문회를 방불케 했으나 한미FTA 자체가 지닌 문제점을 제대로 드러내는 데는 성공하지 못했다.

 

쇠고기 수입은 문제지만, 한미FTA는 괜찮다?

 

정권 또한 쇠고기 문제에 쩔쩔매고 있지만 정작 한미FTA는 은근슬쩍 넘어가볼 심산이다. "촛불시위에는 한미FTA를 반대하는 세력이 배후에 있다"는 주장은 미국산 쇠고기 문제와 한미FTA를 분리시키려는 전략이다. 사실상 '우리는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반대하지, 한미FTA를 반대하는 것이 아니다'는 반응을 유도하고 있는 것이다.

 

청문회에 임하는 통합민주당의 입장도 문제다. "쇠고기 수입문제를 재협상하지 않으면 한미FTA 통과는 없다"는 주장은 "쇠고기 문제만 제외하면 한미FTA는 통과되어야 한다"는 말의 다른 표현일 뿐이다. 한미FTA 타결의 주역이 통합민주당이라는 점에서 이런 반응은 오히려 당연하다.

 

그러나 한미FTA는 그런 식으로 넘어갈만한 사안이 아니다. 한국의 지배이데올로기는 1997년 외환위기를 기점으로 사유화와 자유화, 탈규제를 핵심으로 하는 신자유주의적 경제질서로 재편됐다. 한미FTA는 그런 경향을 되돌릴 수 없는 질서로 확정하는 결정판이다.

 

이미 지난해 한미FTA 타결 시점에도 쇠고기와 함께 위생검역의 문제가 제기된 바 있다. 노무현 정부는 협상과정에서 검역과정에 대한 미국의 지속적인 참여를 보장하는 '위생검역 상설위원회' 설치를 합의했고, 스콧 퀴전베리 섬유수석협상관은 1차 협상 시한 마지막 날인 2007년 3월 30일 섬유와는 전혀 상관없는 '유전자 변형 생물체(LMO)에 대한 수입규제 완화를 빅딜안으로 제시해 우리 정부가 이를 수용했다. 여기에는 유전자 변형 생물체와 관련해 국내에서 관련 법률을 제개정하려면 반드시 미국과 별도 협정을 거쳐야 한다는 내용이 명시되어 있다. 검역주권의 침해는 이미 예고되었던 것이다.

 

광우병 쇠고기는 '한미FTA' 빙산의 일각일 뿐

 

먹을거리만 문제가 아니다. 상품, 농업, 섬유, 원산지, 서비스, 정부조달 등 6개 분야에 비위반 제소(협정에 위반되지 않는 한쪽의 조치로 인해 다른 당사국이 협정의 체결로 기대할 수 있었던 혜택이 무효화되거나 침해되었을 경우 국가 대 국가 간 분쟁해결절차에 회부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가 인정됐다.

 

또 투니버스, MTV, OCN과 같은 PP(Program Provider, 방송채널사용사업자)의 외국인 지분을 100퍼센트 허용했고, 영화와 에니메이션 쿼터를 5퍼센트 축소했으며, 한국방송광고공사를 해체하기로 합의했다. 특히 한국방송광고공사 해체는 광고료의 대폭 상승과 지상파 광고독점, 그리고 이로 인한 지역방송과 일간지·인터넷 매체의 타격을 피할 수 없게 되었다.

 

쇠고기가 아니더라도 국민건강에 위협을 줄만한 요소들도 많다. 보건의료노조에 의하면 약제비 적정화 방안이 한미FTA를 통해 무력화되면 우리 국민이 추가 부담해야 하는 연간 비용은 최소 1조 5000억 원에서 최대 약 2조 원에 달한다. 여기에 의료보험마저 민영화되면 국민건강은 오갈 데 없는 신세가 된다. 미국에서는 이미 약값을 부담하지 못하는 저소득층이 애완견용 의약품을 이용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여기에 그 유명한 투자자-국가제소권은 이 모든 협상을 되돌릴 수 없도록 만들어버린다. 투자자의 선택에 따라 국내 사법체계가 무력화될 수 있는 이 조항은 미국투자자는 특별계급으로 만들고, 우리 국민은 2등 국민으로 전락시킬 수 있는 심각한 내용으로 가득 차 있다.

 

신자유주의 사고로는 타오르는 촛불 막을 수 없어

 

무소불위의 지지율을 자랑하던 한나라당의 지지율이 곤두박질치고, '아무 것도 하지 않은' 통합민주당의 지지율은 곧 한나라당을 추월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한미FTA에 대해 조금도 다르지 않은 입장을 보이는 두 정당에게 국민의 불만을 해소해줄 것을 기대하기란 어려울 듯싶다. 

 

촛불시위에서는 점차 미국산 쇠고기 수입문제만이 아니라 다양한 사회적 요구가 분출되고 있다. 한나라당과 뉴라이트 등 수구세력을 제외하면 이를 잃어버린 민주적 가치의 회복으로 보는 시각이 공감대를 얻고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 절대적인 권력을 가지고 있는 국회에서 국민의 요구를 제대로 파악하고 있는 것 같지는 않다. 국민들의 다양한 요구와 의견이 한미FTA 타결 내용과 전적으로 부합한다고 주장할 수 있는 국회의원은 없을 것이다.

 

신자유주의 외 다른 대안은 없다고 보는 이들은, 설령 그것이 이명박 정부나 한나라당 국회의원이 아니더라도 지금과 같은 국민 저항에 언제든지 마주할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새로운 사회를 여는 연구원(새사연)의 대안정책 웹사이트 이스트플랫폼(www.epl.or.kr)에도 실렸습니다. 기사를 쓴 손우정 기자는 새사연 연구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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