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원폭2세 환우 문제와 원폭피해자 전반의 문제를 우리 사회에 호소하며 인권운동가로서 뜨거운 삶을 살다간 고 김형률 씨의 3주기 추모제가 오는 24일 부산민주공원에서 열린다.

 

한국 최초로 기자회견을 통해 자신은 히로시마 원폭피해자인 어머니에게서 태어난 원폭2세 환우로서, 폐기능의 80%를 잃은 채 33년간 원폭후유증을 앓고 있음을 밝혔던 김형률씨. 그는 고통스러운 병마를 견뎌가며 핵무기, 전쟁 없는 세상 및 원폭피해자들의 인권을 위해 온몸을 던져 싸웠다. 그러다 지난 2005년 5월 29일 부산 자택에서 피를 쏟으며 끝내 안타까운 죽음을 맞이하였다.

 

‘한국원폭2세피해자 김형률 추모사업회’(이하 추모사업회)와 부산민주공원이 공동주관하는 이날 추모제에는 한국 원폭피해자 1, 2세를 비롯하여 김형률씨의 유가족과 추모위원, 부산지역 고교생들이 참석할 예정이다. 고인의 일대기를 담은 추모영상을 상영하고, ‘공생의 여행’ 소속 부산지역 고교생들이 김형률씨의 유고를 낭독한다. 또 김형률씨가 생전에 혼신의 힘을 쏟아 기반을 닦아놓은 ‘한국원폭2세환우회’에서 그간의 활동경과를 보고하는 순서도 있다.

 

추모제에 참가한 원폭피해자들은 이날 오후 부산항을 출발하여 일본 나가사키· 히로시마 원폭투하 현장 및 치쿠호, 군함도 등의 조선인 강제동원 피해지를 방문한다. 평화박물관건립추진위원회 주관으로 원폭피해자및원폭2세환우문제해결을위한공동대책위원회(이하 공대위)가 준비한 <원폭피해자와 함께 떠나는 나가사키· 히로시마 평화기행>은 한국의 원폭피해자들이 일본의 원폭투하 현장에서 일본 피해자 및 활동가, 연구자들과 교류하고 이를 통해 원폭문제 해결을 위한 한일 시민 국제연대의 틀을 만들려는 취지에서 마련되었다.   

 

 

고 김형률씨 3주기를 맞아 특별히 눈에 띄는 것은 <삶은 계속되어야 한다-원폭2세환우 김형률 평전>(전진성,휴머니스트)의 출간이다. 당일 추모제에서 추모사를 낭독할 예정인 저자 전진성 교수(부산교대 사회교육과)는 김형률 씨 생전에 ‘한국원폭2세환우회를 지원하는 모임’에 참여하면서 김형률씨 및 유가족과 가까이 지내왔다. 이 책은 너무나 슬퍼서 아름다운 김형률씨의 투혼의 삶과 한국인 원폭피해자와 2세환우를 낳은 비극의 한일사를 절절하게 담아내고 있다. 

 

3년 전 세상을 떠난 김형률씨는 원폭피해자의 문제를 불행한 한 개인의 문제가 아닌 ‘인권’의 문제로 받아들일 것을 촉구했다. 이러한 호소는 많은 사람들과 단체를 움직였다. 김형률씨는 사람들이 미처 알지 못했고 무관심했지만 사람들 속에 함께 살아가고 있던 원폭피해자, 원폭2세환우 문제에 대해 증언했다. 이를 통해 그는 우리 사회가 전쟁과 폭력이 아닌 평화의 세상을 만들어 가기 위해 지금 여기서 무엇을 해야 할지에 대해 많은 자극을 주었다.

 

고인이 생애 마지막 순간까지 목숨과 맞바꿀 정도로 사력을 다했던 것은 원폭피해자를 위한 특별법 제정이었다. 다행히 2005년 8월, '한국인 원폭피해자 진상 규명 및 명예회복을 위한 특별법(안)'이 민노당 조승수 전 의원의 대표발의에 의해 국회에 제출되었다. 그러나 국회의원, 보건복지부, 국가인권위원회의 무관심으로 방치된 채  본회의에 안건으로 상정되지도 못했다. 이 법안은 17대국회의 임기가 끝나가면서 폐기처분 위기에 놓여 있어 원폭피해자 및 원폭2세환우들의 눈물과 한숨이 더해 가고 있다. 

덧붙이는 글 | 추모제 문의_02-735-5811~2 


태그:#고 김형률, #3주기, #원폭피해자 특별법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이 땅의 모든 아이들이 건강하고 평화롭고 행복하게 살 수 있기를 바라는 주부이자, 엄마입니다. 번역가로도 활동하고 있습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