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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 오후 노량진의 한 닭갈비 전문점. 조류 인플루엔자 확산으로 삼계탕과 치킨 등 서민들이 즐겨먹는 음식 소비시장이 얼어붙으며 업계 관계자들이 울상을 짓고 있습니다.
 주말 오후 노량진의 한 닭갈비 전문점. 조류 인플루엔자 확산으로 삼계탕과 치킨 등 서민들이 즐겨먹는 음식 소비시장이 얼어붙으며 업계 관계자들이 울상을 짓고 있습니다.
ⓒ 엄두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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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류 인플루엔자(AI)에 대한 보도가 연일 계속되고 있습니다. 지난 12일 서울시는 AI에 따른 '시민행동요령'을 발표하면서 AI에 감염된 조류를 손으로 만지지 말 것을 알리는 등 일반 국민에 대한 홍보를 강화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AI 확산으로 삼계탕과 치킨 등 서민들이 즐겨먹는 음식 소비시장마저 얼어붙었다는 보도도 나오고 있습니다. 특히 삼계탕이나 치킨점 등 업계의 90% 이상이 영세 자영업자여서 서민 경제에 타격을 줄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조류에서는 성공했지만 인간에게서는 실패한 바이러스

조류는 AI에 대단히 민감하기 때문에 AI에 걸린 새들은 건강하게 다닐 수 없습니다. 그러나 비둘기는 비교적 AI에 강하기 때문에 지나치게 경계할 필요가 없습니다.
 조류는 AI에 대단히 민감하기 때문에 AI에 걸린 새들은 건강하게 다닐 수 없습니다. 그러나 비둘기는 비교적 AI에 강하기 때문에 지나치게 경계할 필요가 없습니다.
ⓒ 엄두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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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독감이 동물에게 옮기지 않듯이, 조류 독감도 사람에게 옮기지 않는다'는 것이 일반적으로 알려진 사실입니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1997년에 홍콩에서 AI 바이러스가 사람에게 전염되어 6명의 사망자가 발생했습니다.

현재까지 세계보건기구(WHO)의 보고에 의하면 2003년 이후 전 세계적으로 379명이 AI에 감염되어 이중 239명이 사망했습니다. 사망률이 무려 63%로 많은 국민들에게 공포를 주기 에 충분합니다.

그러나 대한인수공통전염병 학회장을 맡고 있는 박승철 서울삼성의료원 건강의학센터 교수는 "이와 같은 인체에 대한 감염은 의학적으로 문제가 되지 않는다"라면서 "사례가 매우 드물어 단지 사건 사고의 수준이지 보편화된 일이 아니다"라며 조류 인플루엔자의 확대해석을 경계합니다.

박 교수는 "조류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는 조류에서는 성공했지만 인간에게서는 실패한 바이러스"라고 정의합니다.

박 교수는 이어 조류 인플루엔자에 걸린 가금류의 유통에 대해 "닭은 정직하다"라면서 "조류 인플루엔자는 닭이나 오리에게는 매우 치명적이어서 도계장에 가기 전 죽어버리거나 알을 낳을 수 없다"라고 강조합니다. 즉, 이미 시장에 유통되고 있는 닭이나 달걀은 안전하다는 것입니다.

조류 인플루엔자, 무엇을 조심해야 할까?

조류 인플루엔자는 75도 이상의 열에서 5분만 가열하면 죽게 되므로, 설사 조류 인플루엔자에 감염된 음식물이라도 익혀 먹는다면 걱정할 이유가 없습니다.
 조류 인플루엔자는 75도 이상의 열에서 5분만 가열하면 죽게 되므로, 설사 조류 인플루엔자에 감염된 음식물이라도 익혀 먹는다면 걱정할 이유가 없습니다.
ⓒ 엄두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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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조류 인플루엔자에 감염되면 38도 이상의 고열이 나고 기침, 인후통, 호흡곤란 등이 나타납니다. 이것은 일반적인 독감의 증상과 비슷합니다.

그러나 현재까지 국내의 경우 조류 인플루엔자에 감염된 사람은 한 명도 없습니다. 또한 닭이나 오리 등의 음식물을 통한 인체 감염 사례도 아직 세계적으로 한 건도 보고된 바 없습니다.

한편 조류 인플루엔자는 75도 이상의 열에서 5분만 가열하면 죽게 되므로, 설사 조류 인플루엔자에 감염된 음식물이라도 익혀 먹는다면 걱정할 이유가 없습니다.

박승철 교수는 "대량의 조류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를 직접적으로 접촉해서 바이러스가 폐 깊숙이 들어가야만 걸릴 가능성이 있다"라면서 "일상적인 조류 접촉 등으로는 감염의 위험이 거의 없다"라고 지나친 걱정을 경계합니다.  즉, AI 발생 인근 지역을 방문했어도 조류와 밀접한 접촉이 없었다면 인체감염을 우려할 필요가 없다는 것입니다.

배현주 한양의대 감염내과 교수는 "외부에서 돌아오면 손을 잘 씻고, 양치질을 하는 등 기본적인 위생에 신경 쓴다면 조류 인플루엔자를 예방할 수 있다"고 조언합니다.

조류 인플루엔자보다 더 문제인 것은?

조류 인플루엔자 바이러스가 근본적으로 인간에 대한 전염력이 높다고 볼 수 없지만, 조류 인플루엔자가 근절되면 인간에 대한 전염의 우려가 낮아진다는 것이므로 가금류에서의 조류 인플루엔자 유행 차단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조류 인플루엔자 바이러스가 근본적으로 인간에 대한 전염력이 높다고 볼 수 없지만, 조류 인플루엔자가 근절되면 인간에 대한 전염의 우려가 낮아진다는 것이므로 가금류에서의 조류 인플루엔자 유행 차단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 동물살처분감시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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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많은 전문가들은 조류 인플루엔자의 유행을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다고 한 목소리로 말합니다.  지난 2003년 이후 동남아에서 조류 인플루엔자가 유행하면서 일부 조류 인플루엔자가 인체에 감염되어 치명적인 유행을 일으킬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오고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지난 2005년 세계보건기구(WHO)는 조류 인플루엔자의 위험수준을 6단계 중 5단계인 '상당한 대유행의 위험성'이라고 발표해 변종이 있을 경우 사람 사이의 전파를 통해 전 세계적으로 유행할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학계의 보고에 따르면 인플루엔자 대유행은 최소 10년, 최장 40년 주기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인플루엔자의 대변이가 발생하게 되어 대유행이 시작되면 1918년 5000여 만 명의 목숨을 앗아간 '스페인 독감'과 같이 많은 희생자를 낼 수 있습니다.

즉, 어떤 바이러스가 원인이 됐건, 일단 인플루엔자가 유행하면 우리나라 전 인구의 30%가 감염되고 초기 사망자만 해도 5만 명이 넘을 것으로 예측하고 있습니다.

정희진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조류 인플루엔자 바이러스가 근본적으로 인간에 대한 전염력이 높다고 볼 수 없다"라면서도 "가금류에서 조류 인플루엔자가 근절되면 인간에 대한 전염의 우려가 낮아진다는 것이므로 가금류에서 조류 인플루엔자 유행을 차단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라고 말합니다.

턱없이 부족한 예방 약품

인플루엔자 대유행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적어도 항 바이러스제가 선진국 수준인 20% 정도는 확보되어야 하지만, 아직까지 우리나라는 턱없이 부족합니다. 사진은 항 바이러스제 '타미플루'
 인플루엔자 대유행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적어도 항 바이러스제가 선진국 수준인 20% 정도는 확보되어야 하지만, 아직까지 우리나라는 턱없이 부족합니다. 사진은 항 바이러스제 '타미플루'
ⓒ 한국 로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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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까지 인플루엔자 감염을 치료할 수 있는 항 바이러스제는 '타미플루'가 유일합니다.

최근 질병관리본부는 현재 125만 명분을 비축하고 있는 '타미플루'를 올해 말까지 250만 명분으로 늘리기로 했다고 밝혔는데, 250만 명은 인구의 5% 정도에 해당합니다.

정희진 교수는 "인플루엔자 대유행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적어도 항 바이러스제인 타미플루를 선진국 수준인 20% 정도는 확보해야 한다"라면서 효과적인 대응을 위해서 정부가 예방 약품을 적정 수준 이상으로 대비할 것을 강조합니다.

한편 정부가 지난 15일 조류 인플루엔자 인체 감염에 대비해 내년까지 연 2000만 명분의 백신을 생산할 수 있는 시설을 완공한다고 발표했지만, 현재는 예방 백신이 전무한 실정이기 때문에 이에 대한 대책도 시급합니다.

현재까지 조류 인플루엔자는 우리에게 직접적인 위협으로 다가오고 있지 않습니다. 그러나 조류 인플루엔자의 확산은 인플루엔자 대유행의 전조일 수 있으므로 정부차원에서 대비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덧붙이는 글 | 엄두영 기자는 현재 경북 예천군의 작은 보건지소에서 동네 어르신들을 진료하고 있는 공중보건의사입니다. 많은 독자들과 '뉴스 속 건강'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보고자 합니다.



태그:#조류 인플루엔자, #조류 독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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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수면허의사(의사+한의사). 한국의사한의사 복수면허자협회 학술이사. 올바른 의학정보의 전달을 위해 항상 고민하고 있습니다. 의학과 한의학을 아우르는 통합의학적 관점에서 다양한 건강 정보를 전달해 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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