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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살당한 사람들 와트마이사에 모신 학살당한 사람들의 유골들
▲ 학살당한 사람들 와트마이사에 모신 학살당한 사람들의 유골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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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골은 돌무더기처럼 탑 안에 차곡차곡 쌓여 있었다. 인간이 상상할 수 있는 최악의 방식들에 의해 고문 당하고 학살당한 사람들의 무덤이 캄보디아의 와트마이사다. 이들은 이름도 가족도 없다. 그냥 크메르 정권에 의해 '학살당한 사람들'이다.

이 사찰의 주지인 젠 스님은 우리들이 무슨 말을 할지 알고 있다는 듯 유창한 한국말로 한마디 던진다.

"(굳이) 말하지 마십시오. 초월하시지요."

아마도 수많은 이들의 질문을 받았으리라. 한국 유학파답게 우리 또한 한국전쟁과 5․18학살을 경험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학살당한 사람들을 모신 와트마이사 와트마이사는 미군과 킬링필드에 의해 학살당한 사람들을 모신 사찰이다.
▲ 학살당한 사람들을 모신 와트마이사 와트마이사는 미군과 킬링필드에 의해 학살당한 사람들을 모신 사찰이다.
ⓒ 김대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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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 등 지구상에 벌어지는 수많은 전쟁을 보는 아버지의 눈은 청년 시절의 그것과 다르다. 전쟁의 명분보다도 상처 받고 죽어가는 사람들 때문에 가슴부터 예리하게 아파온다. 학살 당한 사람들과 죽은 어미의 젓을 빨고 있는 아이와 폭격으로 초토화된 건물더미에 뒤섞인 아이들의 시체를 보면서 나도 모르게 분노를 토해낸다. 죽인 자들의 명분은 차라리 죄악이다.

우리는 교과서에서 킬링필드(죽음의 들판)를 통해 총인구의 1/4인 2백만 명의 민간인들이 학살당했다고 배웠다. 그러나 이는 미국에 의해 상당 부분 왜곡된 것이다. 전범은 폴 포트와 크메르루즈 정권만이 아니라 미국과 닉슨 대통령도 포함돼야 한다.

유골을 모신 불탑 불탑에는 수백구의 유골들이 가득차 있다.
▲ 유골을 모신 불탑 불탑에는 수백구의 유골들이 가득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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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 학살자 170만 명 중 크메르 루즈 정권에 의한 학살은 30만 명이었으며 미군의 융단폭격에 의해 70만 명의 국민들이 목숨을 잃었다. 나머지 70만 명은 기아와 질병, 지뢰, 강제노역 같은 학살 외적인 요인에 의해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 미국은 어용학자들과 언론을 동원해 자신들이 학살한 사람들까지 슬그머니 킬링필드에 집어 놓은 것이다.

급진적 마오이즘에 심취해 있었던 폴 포트는 농업에 기반한 공산주의 사회를 최단시간에 건설하기 위해 혁명에 걸림돌이 됐던 사람들을 무차별적으로 학살했다. 미국의 괴뢰정권 론놀 정권에 가담한 사람들과 베트남 내통자, 부유층, 지식인, 전문직종사자 등을 반혁명분자로 보나 무참하게 학살했는데 그 숫자가 30만 명에 이른다.

유골이 보이는 불탑 학살당한 사람들의 유골들
▲ 유골이 보이는 불탑 학살당한 사람들의 유골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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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12․12 군사반란을 통해 정권을 장악한 전두환·노태우 일당이 5․18학살을 감행하고 삼청교육대를 만들어 강제노역을 시키고, 공안검찰, 경찰(보안수사대 등), 군 보안대(합수부)를 통해 국민을 탄압했던 것과 너무나 흡사한 방식이라고 볼 수 있겠다.

베트콩의 주요 이동로로 베트남과 국경을 맞댄 캄보디아를 지목했던 미국의 닉슨 대통령은 이를 차단한다는 명분으로 민간인 거주 지역을 가리지 않고 선전포고도 없이 무차별적인 융단폭격과 군사작전을 감행해 70만명의 국민들을 학살했다.

와트마이의 비구니스님들 이들은 전쟁고아와 가난한 아이들을 위한 학교를 운영하고 있다.
▲ 와트마이의 비구니스님들 이들은 전쟁고아와 가난한 아이들을 위한 학교를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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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이 학살과 주범인 폴 포트는 1998년 가택연금 상태에서 병사했으며  키우삼판 전 국가수반과 이엥사리 전 외무부장관 등에 대한 처벌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당시 크메르 루즈 정권에 가담했던 훈센은 현재 캄보디아의 총리를 맡고 있는 등 대학살 책임자들은 단 한 사람도 처벌받지 않고 있다. 미국의 닉슨 대통령도 학살과 관련해 어떤 처벌을 받지 않았으며 이와 관련 없는 '워터게이트' 사건으로 권좌에서 물러났다. 

12․12 군사반란과 5․18 학살을 저지른 전두환·노태우도 법정에서 사형을 선고받았지만 결국 사면복권되었고 아직까지 2059억원과 2839억원의 추징금은 내지 않고 있다. 오히려 전두환은 골프까지 즐기면서 전 재산이 29만 원이라고 주장하고 노태우는 은닉한 재산을 돌려받겠다고 소송까지 벌이고 있으니 가관이 아닐 수 없다.

와트마이의 불상 학살당한 사람들을 모신 불탑 앞에 불상을 모셔 그 넋을 위로 하고 있다.
▲ 와트마이의 불상 학살당한 사람들을 모신 불탑 앞에 불상을 모셔 그 넋을 위로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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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듯 학살자들이 처벌되지 않는 것은 친일파를 단죄하기는커녕 반민특위를 무력화 시켰던 이승만 정권이 친일부역자들로 구성돼 있었던 것과 무관하지 않는다. 캄보디아의 훈센총리가 킬링필드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것은 그 또한 크메르 루즈 정권에서 연대장까지 지냈던 인물이기 때문일 것이다.

결국 나라가 독립하고 정권이 바뀌었다고 해도 부도덕한 권력에서 한축을 담당했던 정치인, 판사, 검사, 학자, 관료, 경제인, 언론 등 부역자들에 대한 단죄와 평가가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그들에게 또다시 국가의 경영을 맡긴다는 것은 그 정권이 과거와의 연장선상에 있음을 의미한다. 학살자들이 처벌받지 않는 것은 학살자들에 기생했던 세력들에 대한 교체가 이뤄지지 않기 때문이다. 과연 그들이 자기 꼬리에 불을 붙이겠는가?

대웅전에서 절하는 관광객들 한국 관광객들이 캄보디아에서 학살당한 사람들을 위한 기도를 올리고 있다.
▲ 대웅전에서 절하는 관광객들 한국 관광객들이 캄보디아에서 학살당한 사람들을 위한 기도를 올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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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례로 독재 권력에 기생해 <민족일보> 조용수 사장에게 사형을 선고해 사법살인 한 인사가 대통령 후보까지 나서고 집권당의 당수까지 지낸 곳이 대한민국이다. 그들을 계승한 정권이 권력을 쥐고 있는 곳이 대한민국이다. 그들은 사회의 음지와 양지 곳곳에 독버섯처럼 뿌리를 내리고 있다. 미완의 친일청산과 함께 반민주 세력에 대한 청산까지 이뤄져야 한다.

전쟁은 군인들이 하는 것이다. 그러나 전쟁에서 주로 사망하는 사람은 군인이 아니라 민간인이다. 한국전쟁에서 사망한 민간인은 실종자를 포함해 200여만 명에 이르지만 군인은 80여만 명, 이중 유엔군은 5만7천여 명에 불과하다. 전체 인구의 11%가 전쟁으로 목숨을 잃었다.

와트마이사 주지 젠스님 학살당한 사람들을 위해 제사지내고 극락왕생을 비는 주지스님
▲ 와트마이사 주지 젠스님 학살당한 사람들을 위해 제사지내고 극락왕생을 비는 주지스님
ⓒ 김대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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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계에 의하면 19세기까지 전쟁 사망자 수는 1400만 명이며 1차 대전 때는 850만 명, 2차 대전 때는 7800만 명이 사망했다고 한다. 이라크 전쟁에서 사망자는 전체 인구의 5%인 70~120여만 명 이르는데 반해 전쟁 당사자인 미군은 4000여 명이 사망했다. 베트남 전쟁에서는 240만 명, 동티모르에선 80만 명 인구 중 20만 명이, 이란-이라크 전쟁에서는 50만 명, 중미전쟁에서는 10만 명, 수단 200만 명, 르완다 100만 명의 민간인들이 학살당했다.

한 명의 군인을 죽이는 데 얼마나 돈이 들어갈까를 알면 전쟁의 목적이 극명해진다. 로마시대에는 한 명의 적을 사살하는 데 750원이 들었다고 한다. 1차 대전 때는 1500만원, 2차 대전에는 3천만 원, 한국전쟁 때는 5천만 원이 들었다. 베트남 전쟁 때 미국은 베트콩 한명을 사살하기 위해 무려 8억 원을 쏟아 부었다고 한다. 미국 공화당의 자금줄인 군수산업이 막대한 부를 축적했으리란 것은 누구나 알 수 있는 일이며 전쟁의 목적도 드러난다.

탑안에 모신 학살당한 자들의 유골 유골들 사이로 당시 입었던 옷가지와 소지품들까지 뒤섞여 있다.
▲ 탑안에 모신 학살당한 자들의 유골 유골들 사이로 당시 입었던 옷가지와 소지품들까지 뒤섞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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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사일 한 기를 쏘지 않으면 종합병원 한 채를 지을 수 있고 수류탄 하나면 쌀이 한 가마니다. 그런데도 굳이 강대국들이 그 나라 국민들의 생존이 아닌 학살로 내모는 전쟁을 택하는 이유는 고도의 정치·경제적 함수관계가 있다. 명분보다는 '자원수탈'과 '무기수출'에 있다.

다시 5·18민중항쟁 기념일이다. 사람들은 죄인들의 목에 죄명을 써 붙인 팻말을 채우고 시가행진을 벌이고 수천 명의 군중이 보는 광장에서 공개처형하는 중국을 보며 우리는 인권후진국이라고 욕한다. 어쩌면 독재자와 연쇄살인범의 인권보다 국민들과 가족들의 인권이 경시되는 대한민국에서는 당연한 일일 수도 있겠다. 진정으로 보호받을 가치가 있는 인권만을 보호해야 한다고 한다면 지나친 욕심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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