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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프라인 매장의 외관
▲ 향뮤직 오프라인 매장의 외관
ⓒ 이덕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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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 년 전만 하더라도 거리에서 음반 매장을 찾아보기란 어렵지 않았다. 시내 중심엔 대형 매장들도 있었고, 동네에는 작은 소매상들이 있었다. 좋아하는 가수의 음반이 나오는 날엔 동네 레코드점에 가서 갓 나온 신보를 사는 소소한 기쁨도 있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우리 음반 시장은 붕괴되기 시작했다. 마치 비디오 가게들이 하나 둘 사라져가듯 음반 매장도 그 자취를 감춰갔다.

이제 대부분의 사람들은 음반을 구입하지 않는다. 음반을 구입하는 경로도 인터넷 복합 쇼핑몰이나 대형 음반 매장을 통해서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작은 업체가 살아남기란 점점 힘들어지고 있다. 그러나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늘 틈새란 존재하듯이, 이러한 틈새를 공략하여 자신만의 시장을 개척한 소형 음반 매장이 있다. 바로 신촌에 위치한 '향뮤직'이다.

향뮤직은 음악을 좋아하고, 음반을 자주 구입하는 사람들에게는 이미 유명한 곳이다. 온라인 매장과 오프라인 매장이 유기적으로 잘 연결되어 있고, 자신의 구미에 맞는 음반들을 쉽게 구입할 수 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유동인구가 많고 대학교들이 밀집해있는 신촌에 위치하고 있다는 점도 향뮤직이 안고 있는 장점이자 특징이라 할 수 있다.

향뮤직에 대해 더 깊이 알아보기 위해 향뮤직의 김건힐 사장을 만나봤다.

- 향뮤직의 역사에 대해 설명 부탁드릴게요.
"1991년에 신촌에 오프라인 매장이 생겼고요. 1999년 온라인 매장이 열리게 됐어요."

- 온라인 매장을 열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요?
"일단 그 당시에 다른 업체들에서 음반을 싸게 팔았기 때문에 온라인을 통한 가격 경쟁력을 키울 필요가 있었고요. 온라인 매장에선 오프라인 매장에서 할 수 없는 다양한 이벤트들을 통해 고객을 만족시켜줄 수 있는 효과가 있었어요. 그리고 소비자들의 접근성을 더 높일 수 있었고요. 솔직히 온라인 매장을 열고서 매출은 늘어났지만 수익은 별로 없어요. (웃음)"

- 다들 우리 음반 시장이 불황이라고 하는 데는 동의하지 않습니까? 왜 이렇게 음반 시장이 어려울까요?
"먼저 사람들이 음악에 대해 무관심한 게 큰 이유이고요. mp3가 등장하면서 음반 시장이 상당히 어려워졌어요. 또 음반 소매상들이 안고 있는 가장 큰 문제가 반품 처리가 되지 않는거에요. 온라인 복합 쇼핑몰들이 음반 소매상들이 가지고 있던 영역을 다 흡수한 것도 이유고요."

- 음반 시장이 그렇게 어려운데도 불구하고, 향뮤직은 꿋꿋이 그 자리를 지키고 있는데요. 어디서 그런 힘이 나오는 걸까요?
"신촌이라는 지역적 특성을 잘 파악한 것 같아요. 이곳은 10대 상품은 안 되거든요. 대학생을 위한 매니아적 음악을 잘 파악한 거죠. 그리고 다른 매장에는 없는 음반들을 많이 구비했어요. 인디음악 같은 경우도 향뮤직에서만 파는 음반들이 있고요. 오프라인 매장에 와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가게가 무척 작잖아요? 그게 불편한 점도 있지만 고객들과의 친밀성을 높이는 효과도 있거든요. 향뮤직은 단골 고객들의 충성도가 다른 매장에 비해 더 높지 않나 생각합니다."

- 다른 음반 매장과 차별화된 향뮤직만의 특징이 더 있을까요?
"개인들이 시중에 나와 있지 않은 음반들을 '개인주문'을 통해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구입할 수 있어요. 저희가 외국의 도매상으로부터 직접 수입을 하거든요. 그리고 온라인 경매를 들 수 있는데요. 소비자들이 직접 경매를 통해서 서로 원하는 음반을 사고 팔 수가 있죠."

- 향뮤직에서는 국내인디 음반을 상당히 많이 취급하는데요. 그러한 이유나 목적이 있나요?
"일단은 고객들이 그러한 음반을 찾기 때문이고요. 인디 밴드들이 홍대 클럽을 중심으로 이 주위에서 활동을 하니까 자연스레 음반을 유통시키게 되는 거죠. 그리고 그러한 것들이 다른 매장과의 차별화에도 기여를 하고요."

오프라인 매장 내부 모습
▲ 향뮤직 오프라인 매장 내부 모습
ⓒ 이덕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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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향뮤직은 신촌에 위치해있고, 주위에 대학교들도 많잖아요. 주 고객층도 대학생들인가요?
"주중엔 대학생들이 많고요. 주말에는 일반 직장인들이 많아요."

- 제가 영국에 가있을 때 느낀 거지만 그 곳은 물가에 비해서 음반의 가격이 그리 높지 않은 편이었고, 새 앨범이 나온 지 반년이 지나면 그 때부터 반값에 판다던가 하는 가격 할인 행사를 많이 했거든요. 우리 음반 시장은 이러한 시스템도 없이 지나치게 가격이 고정되어있고, 비싼 것이 아닌가 생각해봅니다.
"저도 제작사나 유통사분들 만나면 그런 얘기를 하는데요. 그분들은 '가격을 내려봤자 어차피 안사는 사람들이 사겠느냐'라는 생각을 갖고 있어요. 저도 참 답답하죠. 더 이상 안 팔리는 음반들은 싸게라도 팔면 좋은 건데 말이죠. 원래 어딜 가나 외국 음반이 자국 음반보다 더 싸요. 왜냐하면 자국 음반은 음반을 생산하는데 있어서 여러 가지 비용이 들지만 외국 음반은 수입해서 찍기만 하면 되거든요. 그러나 우리나라는 정반대에요. 외국음반이 국내음반보다 더 비싸잖아요. 유통 과정에 문제가 있다는 얘기죠. 매출이 많은 큰 회사들이 먼저 나서서 음반 가격 할인 정책 등을 펴야 해요. 아직까지도 음반 제작사, 유통사, 소매상들은 수직 구조에요. 문제가 많죠."

- 전국적으로 현재 음반 매장은 얼마나 있나요?
"road shop 이라고 하죠. 소매상은 200개뿐이고요. 매일 음반을 받을 수 있는 곳은 20개뿐이에요."

- 앞으로 우리 음반 시장은 어떤 식으로 전개될까요?
"팝을 보면요. 음반 회사들이 서로 통합하는 추세거든요. 결국에는 CD 제작이 줄어들 거고, 제작이나 유통 회사가 하나만 남게 될 거에요. 가요 시장 같은 경우는, 음원 매출의 대부분이 모바일 시장을 통해 이뤄질 거구요. FTA의 여파로 저작권 문제가 심화되겠죠. CD 제작이 점점 줄어들 테지만 실력 있는 가수들은 음반을 낼 것 같아요."

- 음반 시장이 살아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우리나라가 IT 강국이지 않습니까? 하지만 IT 산업이 발전하면서 음반 시장이 확 죽게 됐어요. 영국 같은 나라가 초고속 인터넷 기술이 없어서 그걸 전국적으로 안 깔겠습니까? 그런 걸 한 번에 다 시행하면 다른 여러 가지 문화산업들이 죽으니까 템포를 조절하는 거지요. 우린 초고속 인터넷이 깔리면서 비디오 시장과 음반 시장 모두 죽었잖아요. 그리고 음반에는 아직도 10%의 부가가치세가 있어요. 책에는 없거든요. 부가가치세라도 좀 없앴으면 좋겠어요."

- 매장 운영에 있어서 새로운 계획들이나 꿈이 있나요?
"저는 음악을 사랑하는 사람이 아니라 CD를 사랑하는 사람이에요. (웃음) 오프라인 매장은 상징적인 존재에요. 고객들이 직접 볼 수 있는. 그리고 저는 매장을 지켜내야 한다는 사명감도 느끼고 있고요. 앞으로 인디레이블, 인디 뮤지션 등을 한데 묶어서 콘서트도 하고, 그러한 포털 사이트도 만들어서 음반 판매나 기념품 판매 등을 하고 싶어요. 클럽도 직접 만들어서 공연을 기획하고 싶고요. 부모들이 CD를 사면 자식들도 자연스레 CD를 사거든요. 그런 문화가 자리 잡기를 바랍니다."

가지런히 정리되어있는 CD들
▲ 향뮤직 가지런히 정리되어있는 CD들
ⓒ 이덕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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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년 동안 신촌을 대표하는 음반 매장으로서의 자리를 지켜오고 있는 향뮤직. 향뮤직의 향보와 미래는 우리 음반 시장과 인디 음악의 앞날과 분명 다르지 않을 것이다.


태그:#향뮤직, #신촌, #음반 매장, #레코드, #C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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