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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쇠고기 수입조건 개정 협상(쇠고기 협상)에서 월령 제한 없이 쇠고기 수입을 전면 개방해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지난 해 우리 정부는 "광우병 발생을 막기 위해 미국에 '30개월령 미만 조건'을 요구해야 한다"는 방침을 세웠던 것으로 밝혀졌다. 지난 해 10월 재개된 한-미 1차 쇠고기 협상을 앞두고서다.

 

또한 한국인이 유전적으로 광우병에 취약하다는 점을 우려해 국제수역사무국(OIE)의 기준에 관계없이 모든 광우병특정위험물질(SRM)을 제거해야 한다는 입장도 정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그러나 올해 타결된 협상에서 이같은 방침은 사실상 무용지물이 됐다.

 

농림부, 지난 해 1차 협상 앞두고 "30개월 미만 원칙 고수해야" 방침 정해

 

이 사실은 강기갑 민주노동당 의원이 농림수산식품부(옛 농림부)가 지난 해 9월 11~12일 '미국산 쇠고기 수입위생조건 개정 협의'에 대비해 열었던 전문가 회의 자료를 입수해 5일 공개하면서 알려졌다. 자료에 따르면, 이 회의에는 검역원 3명과 대학교수 4명 등 전문가 11명이 참여했다.

 

당시 회의에서 농림부는 쇠고기 협상과 관련해 다음과 같은 대응방안을 제시했다.

 

▲미국의 사료금지 조치는 광우병특정위험물질(SRM)을 비반추 동물의 사료로 사용하는 것을 제한하고 있지 않아 사료의 교차 오염이나 재순환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기 어려우므로 광우병 발생을 막기 위해서는 30개월령 미만 조건 요구 필요

 

▲광우병(BSE)의 잠복기가 길고 소비자 안전성을 확보하기 위해 소의 나이에 관계없이 모든 SRM을 제거하는 것이 바람직함. 특히, 한국민의 인간광우병(vCJD) 감수성이 높은 유전적 특성을 고려하고 현행 수입위생조건에서 SRM으로 규정한 등뼈 등 7개 부위를 OIE 기준과 관계없이 모두 SRM으로 인식하고 있기 때문에 모든 SRM을 제거해야 함

 

▲국제수역사무국(OIE) 기준에서는 30개월을 기준으로 SRM을 구분하고 있기 때문에 30개월령을 명확히 구분해야 하나, 치아감별법은 오류의 가능성이 있음

 

자료에 따르면, 이튿날인 9월 12일 열린 회의에서 우리 쪽 전문가들은 이같은 농림부의 의견을 받아들여 "미국과의 쇠고기 협상에서 월령 제한은 30개월 미만을 고수하고 모든 연령에서 7개의 SRM 부위를 제거해야 한다"고 결론 내렸다.

 

"광우병에 민감한 한국인 유전자 고려해 사골·꼬리뼈 등도 수입 금지해야"

 

지난 해 10월 5일 열린 가축방역협의회에서도 농림부는 이같은 회의 결과를 바탕으로 미국과 협상시 우리가 내세울 대응 논리를 보고했다. 엿새 뒤인 11일부터 재개될 쇠고기 협상에 대비해서였다.

 

강 의원이 입수해 공개한 자료에 의하면, 당시 농림부가 보고했던 내용 중 일부는 다음과 같다.

 

▲미국에서 추가 광우병 발생 우려가 있기 때문에 최소한의 안전성 확보를 위해서 '30개월 미만' 조건 준수 필요

 

▲미국은 OIE 기준에 따라 고위험우군에 대해서 검사를 하고 있으나, 정상 소에 대해서는 검사를 하지 않고 있어 식품안전을 도외시하고 있음

 

▲30개월 미만의 척수에서 프리온이 검출되었음을 고려할 때 30개월 미만 소의 척추는 반드시 제거돼야 함

 

▲BSE의 잠복기가 길고 소비자 안전성을 확보하기 위하여 소의 나이에 관계없이 모든 SRM을 제거하는 것이 바람직함

 

▲그간 미국산 쇠고기에서 갈비뼈 및 등뼈 검출 등 수입위생조건 위반사례 등을 감안할 때 미국 작업장에서 내장에서 SRM인 회장원위부가 제대로 제거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안전하게 내장 전체를 수입금지해야 함

 

▲골수의 위험성과 뼈를 고아먹는 우리의 식문화와 vCJD에 유전적으로 민감한 우리 민족의 유전적 특성을 고려할 때 사골, 골반뼈, 꼬리뼈 등 살코기를 제거한 상태의 뼈 수입금지도 검토해야 함

 

강기갑 의원 "올해 협상에서는 정부 방침 대폭 후퇴"

 

그러나 올해 협상에서 이런 방침은 지켜지지 않았다. 강기갑 의원은 "지난 해 미국과 재개된 1차 협상에서 우리 정부가 이같은 주장을 폈기 때문에 결렬됐던 것"이라며 "그러나 올해 총선 뒤 재개된 협상에서는 이런 방침을 뒤집어 쇠고기 시장을 완전히 개방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미국과의 쇠고기 협상 문제는 검역 문제이고 기술적·과학적으로 접근해야할 문제"라며 "그러나 지난 해 가축방역협의회와 전문가 기술협의에서 확정된 협상방침이 올해 4월 협상에서는 왠일인지 대폭 후퇴했다"고 말했다.

 

또한 강 의원은 "이번 협상과 관련해 청와대, 외교통상부, 농림부에 미국과 협상 전 논의 과정, 협상 전 우리 관계부처 논의 자료, 대통령 지시사항 등을 요구했지만, '쇠고기 협상과 관련해 논의한 사실이 없어 자료가 없다'는 답변이 돌아왔다"며 "자료로 남지 않는 방식으로 정부 입장을 수정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이어 강 의원은 "이는 누군가의 정치적 판단 속에 변경된 것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며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과 한-미 정상회담을 위해 변경했다는 추정이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태그:#쇠고기협상, #강기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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