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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30일 오전 서울 세종문화회관앞에서 열린 '<엄마가 뿔났다> 한·미 쇠고기 협상 철회를 촉구하는 엄마들 기자회견'에서 참가자들이 이명박 대통령, 민동석 협상대표, 광우병 미국소를 밧줄로 묶는 퍼포먼스를 벌이고 있다.
 지난달 30일 오전 서울 세종문화회관앞에서 열린 '<엄마가 뿔났다> 한·미 쇠고기 협상 철회를 촉구하는 엄마들 기자회견'에서 참가자들이 이명박 대통령, 민동석 협상대표, 광우병 미국소를 밧줄로 묶는 퍼포먼스를 벌이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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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산 쇠고기 수입반대에 대한 국민의 목소리가 온 나라에 울려 퍼지고 있는 가운데 이명박 정부와 여당인 한나라당의 대응과 일부 보수언론의 논조가 성난 국민을 더 화나게 하고 있습니다. 

정부와 한나라당은 미국산 쇠고기가 안전함에도 야당과 일부 언론이 정치적 논리로 광우병에 대한 공포를 증폭시키고 있다고 합니다. 또 보수언론, 그 중 <조선일보>는 5월 2일자 <경제초점>을 통해 매년 1000만명이 가까운 국민이 미국·유럽 같은 '광우병 전과'가 있는나라에 여행 가고, 거기서 쇠고기를 먹고 있는데 현재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주장합니다.

또 미국에 11만명의 유학생과 215만명의 교포가 살고 있고, 미국 쇠고기가 위험하다면 왜 이들에게 경고하지 않는지 반문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지금 광우병에 대한 국민들의 공포는 지나친 점이 있다고 주장합니다. 또 미국산 쇠고기를 미국에서 먹는 것은 괜찮고, 한국에서는 안 된다고 하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다고도 합니다.

정리하면 미국산 쇠고기는 미국에서도 잘 먹고 있으며 안전하니까 불안해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입니다. 과연 미국에서는 광우병에 대한 아무런 불안감 없이 미국산 쇠고기를 잘 먹고 있을까요?

"30개월 이상은 잘 팔지도 먹지도 않는다고 봐야지!"

저는 궁금했습니다. 그래서 저는 미국에서 8년째 유학생활을 하는 친구에게 인터넷메신저를 통해 물어보았습니다.

"여기 한국은 미국 쇠고기 때문에 완전 난리났다."
"그렇다고 하데."

"니는 미국산 쇠고기 먹나?"
"먹기야 먹지."

"광우병 안 무섭나?"
"당연히 무섭지."

"근데 미국산 쇠고기를 먹고 싶나?"
"뭐, 미국산 소도 먹긴 먹는데 주로 호주산을 많이 먹는다. 스테이크하우스 같은데 가면 거의 다 호주산 쇠고기를 쓰지!"

"진짜?"
"그래, 미국사람들도 미국산 쇠고기는 광우병 때문에 불안해한다. 그리고 미국산을 먹더라도 20개월 미만의 어린 소를 먹는다. 마켓에서도 미국산은 거의 다 20개월 미만만 팔고…."

"그러면 30개월 이상은?"
"30개월 이상은 잘 팔지도 먹지도 않는다고 봐야지!"

"그게 미국 내 일반적 분위기가?"
"일반적이라고 봐야지."

"그러면 30개월 이상 된 쇠고기는 미국사람들도 잘 안 먹는데 우리나라에서는 먹겠다고 수입을 하는거네?"
"그런 셈이지."

대화내용에서 알 수 있듯이 미국 내에서도 미국산 쇠고기에 대한 불안은 존재했습니다. 특히 30개월 이상 된 소에 대한 불신은 더 컸습니다. 저는 이런 인식이 제 친구만 갖고 있는 것일 수도 있겠다 싶어 미국에 살고 있는 다른 친구와 친지들에게도 물어봤습니다.

하지만 다들 비슷한 인식을 갖고 있었으며, 미국 사람들은 경제적 형편만 되면 다들 호주산 먹으려고 하지 미국산은 먹으려 하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그것이 미국산 쇠고기에 대한 미국 사람들의 보편적 인식이라고 했습니다.

물론 제가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를 범하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설사 그렇다 하더라도 정부 여당과 보수언론이 말하는 것처럼 미국사람들이 광우병에 대한 불안 없이, 안심하고 미국산 쇠고기를 먹는 것 같지는 않았습니다.

백번을 양보해서 정부 여당과 보수언론이 말하는 것처럼 미국산 쇠고기가 안전하다고 해도 가장 중요한 문제는 국민이 미국산 쇠고기는 불안해서 먹기 싫다는 것입니다. 그것이 국민의 뜻입니다.

'섬김 정치' 펼치겠다는 이명박 대통령, 국민 뜻 받들길

2일 오전 서울 성북구 광운대 본관 앞에서 열린 '봄 농촌활동 발대식 및 한미 소고기 협상 규탄 집회'에서 한 학생이 '광우병 쇠고기'를 먹은 뒤 머리에 꽃을 꽂은 이명박 대통령의 모습을 풍자하고 있다.
▲ 이명박 대통령, 머리에 꽃 꽂았다 2일 오전 서울 성북구 광운대 본관 앞에서 열린 '봄 농촌활동 발대식 및 한미 소고기 협상 규탄 집회'에서 한 학생이 '광우병 쇠고기'를 먹은 뒤 머리에 꽃을 꽂은 이명박 대통령의 모습을 풍자하고 있다.
ⓒ 송주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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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히 이명박 대통령은 '국민을 섬기겠'읍'니다'라는 말로 섬김의 정치를 펼치겠다고 국민과 약속을 했습니다. '섬김'이란 국민의 뜻을 헤아리고 받드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이명박 정부는 지금처럼 '미국산 쇠고기가 안전하다', '광우병에 대한 공포가 지나치다'라고 이야기할 것이 아니라 국민의 뜻을 받들어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백지화하는 노력을 해야 합니다.

우리 국민이 미국산 쇠고기는 먹기 싫다는데, 정부는 무슨 말이 그렇게 많고, 왜 극구 안전하다며 먹기를 강요하는지 저는 정말 모르겠습니다.

너무 이해가 안 되다 보니 한 편으로는 이런 생각도 듭니다. 이명박 대통령이 점점 서구화되어가는 국민의 식습관이 염려된 나머지 국민건강을 위해 미국산 광우병 쇠고기를 수입하여 국민이 육류와 인스턴트식품 섭취를 자연스럽게 지양하도록 하기 위한 것은 아닌지. 즉 미국산 쇠고기는 국민의 식습관을 개선하여 국민건강을 증진시키기 위한 '트로이목마'인 것이지요.

어쩌면 이명박 정부는 우리가 상상하지도 못할 만큼 큰 그릇으로 국민을 섬기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렇지 않고서는 국민이 이토록 불안해하고, 미국에서도 불안해하는 미국산 쇠고기를 굳이 안전하다며 수입을 고집하는 이유를 이해할 길이 없습니다.


태그:#광우병, #미친소, #쇠고기수입, #이명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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