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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친일인명사전편찬위원회와 민족문제연구소는 29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언론재단 기자회견장에서 친일인명사전 수록대상자 4,776명의 명단을 발표했다.
 친일인명사전편찬위원회와 민족문제연구소는 29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언론재단 기자회견장에서 친일인명사전 수록대상자 4,776명의 명단을 발표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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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한용 민족문제연구소 연구실장은 29일 친일인명사전 수록명단 발표 기자회견장에서 "명단을 찬찬히 보시면 우리나라 역사가 어떻게 흘러왔는지 알게 될 것"이라며 "명단에 수록되지 않았더라도 그것은 단순한 기준에 따른 분류인 만큼, 친일행위에 대한 엄밀한 반성과 직시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박 실장의 말처럼 이날 추가로 발표된 1800명 중 국가지도자급 인사도 여럿 눈에 띄었다. 아동문학가 이원수는 해방 이후 한국아동문학가협회 협회장을 역임했고,'목련화', '가고파' 등을 작곡한 김동진은 만주에서 수많은 친일연주회에 참여했지만 해방 뒤 3·1 문화상 등을 수상하고 경희대 음대 학장으로 역임하기도 했다.

정치 부분도 마찬가지였다. 고재필 전 보건사회부 장관, 신현확 국무총리, 3선 서범석 전 의원, 진의종 전 국무총리 역시 이번 2차 발표 명단에 포함됐다.

하지만 이날 민족문제연구소와 친일인명사전 편찬위원회는 스스로 친일을 반성하고 책임지려 한 사람들의 사례를 공개했다.  

스스로 친일을 반성하고 책임진 사람들

 현석호 전 국방장관
 현석호씨
ⓒ 오마이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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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석호 전 충남도 광공부장(鑛工部長)은 45년 9월 중순 충남도지사로 부임한 미 군정 육군대령에게 사표를 제출했다. 그는 이유를 묻는 지사에게 "나는 일제에 협력한, 고급관리로서 일한 친일파이기 때문에 도의적 책임을 지고 물러나는 것이 마땅하다"고 답했다.

일제강점기 대검찰청 차장을 역임한 엄상섭 등 검사 8명도 48년 8월 24일 사표를 일괄 제출했다. 그들은 성명서를 통해 "일제하의 검사로서 해방 후 미군정에 협조한 것은 이것만이 역사적인 건국성업에 이바지할 것이라 확신했기 때문이었는데 오늘날 독립정부가 수립되고 검사 진영의 우수한 인재가 배출된 이상 인심쇄신과 민족정기 앙양에 협조할 필요가 있다는 것을 통감해 사의를 표명한다"고 밝혔다.

이후 엄상섭·신동운·허일태 등은 회고록 '권력과 자유'를 통해 "왜정 압력 하에서 독립운동에 신명을 바치시던 애국지사들에게 대하여는 지금도 면목 없는 일"이라며 "왜제통치에 협력하였다는 것만은 아무리 사과를 해도 모자랄 것"이라고 밝혔다.

이항녕 전 하동 군수도 지난 45년 미군정으로부터 경남도청 사회과장으로 발령받은 지 한달 뒤 사표를 제출했다. 그는 "일제 말 27세의 젊은 나이로 하동군수를 지내면서 저 자신의 출세와 보신에 눈이 어두워 군민들을 죽창으로 위협까지 했던 저를 너그럽고 따뜻하게 맞아주신 하동 군민들에게 진심으로 사죄드린다"며 "민족, 우리나라의 장래 보다는 편한 쪽을 택한 자신을 부끄럽다"고 고백하기도 했다.

일제강점기 초등학교 교사로 재직한 김남식 선생은 학생들에게 일본말 쓰기를 시킨 것에 대한 벌을 받는 의미로 지금까지도 동대문구 회기동 주변의 쓰레기를 줍고 있다. 그는 그 때의 반성으로 멈추지 않고 일제의 잔재인 '국민학교' 명칭 바꾸기 운동에도 공헌했다.

"과거 되돌아보면서 오늘을 부끄럽지 않게 하는 것이 삶의 기준 돼야"

 김상덕 반민특위 위원장 아들 김정육씨(우측), 노익환 반민특위 검찰차장의 조카 노시선씨(좌측)는 이날 친일인명사전 최종명단 발표 전 과정을 지켜보며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던 친일반민족행위자에 대한 청산작업이 시작됐다"고 말했다.
 김상덕 반민특위 위원장 아들 김정육씨(우측), 노익환 반민특위 검찰차장의 조카 노시선씨(좌측)는 이날 친일인명사전 최종명단 발표 전 과정을 지켜보며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던 친일반민족행위자에 대한 청산작업이 시작됐다"고 말했다.
ⓒ 송주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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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민족문제연구소 회원으로 가입하거나, 이메일 등을 통해 선대의 죄과를 대신 사죄한 후손들도 있다.

시 '국경의 밤'을 쓴 파인 김동환의 아들 김영식 전 경찰총경은 지난 2005년 아버지의 친일행위를 대신 고백하고 사죄를 청했다. 그는 반민특위 김상덕 위원장의 후손들을 직접 만나 사죄하기도 했다.( "부친의 '친일 죄과' 민족앞에 사죄합니다" 2002. 8.17)향린교회의 조헌정 목사는 자신의 할아버지인 조승제 목사가 일본침략전쟁의 승리를 기원했음을 고백하고 "이 고백이 민족의 아픔을 치유하고 새로운 길을 열어가는 데 밑거름이 됐으면 한다"고 밝혔다.

역시 1차 발표 때 명단에 수록된 일제강점기 하에서 음성군수를 지낸 이준식의 손자 이윤 전 홍대부고 교사는 "나의 할아버지의 이름이 명단에 올라갈 것을 알았다"며 "소위 조·중·동을 필두로 하여 입에 게거품을 물고 자신들의 부끄러운 과거를 속죄하지 못하는 무리들에게 새삼 연민의 정을 느낀다"고 밝혔다.

한용수·한창수·한상용의 후손인 한진규(25)씨도 1차 명단 발표 후 민족문제연구소에 이메일을 보내 사죄의 뜻을 밝히고 "작지만 용기 있는 행동 하나만으로도 한국사회는 조금씩 바뀌어나갈 것이라는 희망을 가지고 있다"며 격려를 전했다.

이름을 밝히기를 원치 않은 한 후손은 다음과 같은 부끄러움을 밝히기도 했다.

"저희 조상 어르신들의 잘못된 행위로 인해 피해를 입으신 분들께 후손으로서 진심으로 사죄드리고 용서를 빕니다…(중략)…지금 이 시대에도 반인륜적이고 비도덕적이고 비양심적인 일들을 벌이고 있는 현실을 부끄럽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과거를 되돌아보면서 오늘의 내 모습을 부끄럽지 않게 하는 것이 우리 모두의 삶의 기준이 되어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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