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밖에서 본 한국사>
▲ 책표지 <밖에서 본 한국사>
ⓒ 돌베개

관련사진보기


'맹호 기상도'란 그림이 있다. 한반도 모양을 포효하는 호랑이 모습으로 형상화한 그림이다. 처음 그 그림을 봤을 때 꽤 괜찮은 그림이라 생각됐다. 토끼 같은 나약한 이미지를 벗어나 호랑이 닮은 용맹스런 이미지로 탈바꿈한 것도 마음에 쏙 들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맹호 기상도'가 눈에 거슬리기 시작했다. 그림 속의 호랑이가 아주 불편한 자세를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실제 호랑이에게 '맹호 기상도'의 자세를 강요하면 포효보다 신음 소리가 먼저 들릴 것 같았다.

일제는 한국 지배를 정당화하기 위해 한민족의 역사를 가능한 한 초라한 모습으로 그렸다. 일제의 식민사관에 대항해서 민족사의 영광을 되살리려는 노력은 민족사관으로 나타났다. 민족사관은 영광스럽고 자랑스러운 역사를 부각시키기 위해 노력했다. 그런데 그 노력이 지나치다보니 주관적이고 편향적 역사 서술로 이어지기도 했다.

한반도의 모양은 나약한 토끼의 모습도 아니고 용맹스런 호랑이의 모습도 아니다. 한반도의 실제 모습 그대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 우리 역사를 초라하고 나약한 역사로 서술하는 것도 문제가 있지만 필요 이상으로 미화하고 자랑스러움을 부추기는 것도 문제가 있다.

우리 역사는 토끼 같은 역사도 아니고 호랑이 같은 역사도 아닌 있는 그대로의 역사로 받아들이고 이해할 필요가 있다. 잘난 점은 잘난 점 대로, 못난 점은 못난 점 대로 가리지 않고 솔직하고 당당하게 드러내 보여줄 필요가 있다.

저자는 2002년부터 3년간 연변 조선족 자치주에 살면서 조선족 사회를 관찰했다. 그리고   해방 후 60여 년간 변함없이 이어졌던 민족사관을 뛰어 넘어 새로운 관점에서 역사를 이해하자는 취지에서 <밖에서 본 한국사>를 집필했다.

일제 식민지 지배 하에서 민족주의는 일제로부터 우리를 분리시키는 독립이 지상 과제였다. 하지만 지금은 정치 상황으로 인해 우리 민족이 서로 다른 국가 정체성을 가지고 살고 있다. 자본주의 국가, 사회주의 국가, 재일동포, 연변 조선족 자치주 동포….

이제는 단일과 획일을 벗어나 다양한 모습을 인정하고 이해하며 그 다양함을 하나로 모을 수 있는 통일의 관점을 지향하자고 저자는 주장한다. 우물 안에서 바라보는 역사에 안주하지 말고 다양한 우리의 모습을 이해하고 인정하고 포용하는 시각을 역설하는 저자의 관점은 참신하다.

삼국의 역사를 제대로 이해하려면 고구려, 백제, 신라의 어느 나라에도 치우치지 않는 객관적 시각이 필요하다. 마찬가지로 같은 민족이 서로 다른 국가의 정체성을 가지고 다양한 모습으로 살고 있는 지금 하나의 시각과 관점에만 머물러 역사를 이해한다면 다양함을 하나로 모으고 통일을 지향하는 역사를 만들 수 없다. 

한반도를 호랑이로 형상화한 그림
▲ 맹호 기상도 한반도를 호랑이로 형상화한 그림
ⓒ 금성출판사

관련사진보기


식민사관에 대항하는 민족사관은 식민사관의 함정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동북공정에 대항하는 역사관은 동북공정의 그늘에 머무르기 쉽다.

외부에서 주어지는 자극에 조건반사적으로 반응하는 역사관을 벗어버리고 우리 민족을 아우르고 포용할 수 있는 새로운 역사관을 정립시킬 필요가 있다.

<밖에서 본 한국사>는 고대부터 2007년 대선까지 역사를 다루면서도 지루하거나 어렵지 않게 서술해서 읽는 재미를 더해주고 있다. 한국에서 나고 자라 한국사의 관점에만 머물러 있던 독자들에게 참신하고 새로운 역사관을 열어 보여주고 있다.

만주와 반도 사이에 울타리가 없던 시절의 역사, 신라의 삼국통일이 대동강 이남에만 머무를 수밖에 없었던 이유, 고려의 천리장성 축조가 가지는 의미, 외교로서 사대의 진정한 의미, 몽골 지배의 두 얼굴, 쇄국과 개항, 독립운동의 여러 가지 얼굴들, 밥과 주체성, 폭력 국가의 청산, 새로운 세상을 향해 가는 역사 등 다양한 이야기를 밖에서 바라본 관점에서 서술하고 있다. 

<밖에서 본 한국사>를 읽다보면 한반도에 머물러 있는 시선에서 벗어나 동아시아에서 바라보는 한국사, 세계 속에서 바라보는 한국사의 모습이 느껴진다. 잘난 점은 잘난 점 대로, 못난 점은 못난 점 대로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객관적으로 바라보면서 역사 읽기의 새로운 즐거움을 느껴볼 수 있다.

덧붙이는 글 | 김기협/돌베게/2008.3/13,000원



밖에서 본 한국사 - 김기협의 역사 에세이

김기협 지음, 돌베개(2008)


태그:#한국사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내가 서 있는 모든 곳이 역사의 현장이다.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