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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는 올 한 해 동안 연중기획으로 '쓰레기와 에너지'를 다룹니다. 그 첫 번째로 '이런 결혼 어때요'를 진행합니다. 5월에 새로운 가정을 꾸미는 부부가 많다는 점을 감안해 '친환경 결혼'을 주제로 정했습니다. 6~8월은 '쓰레기 이동을 막아라'라는 주제를 통해 쓰레기 감량과 재활용 없이는 결국 쓰레기 절대치는 변함이 없다는 점을 확인할 계획이며, 나머지 달엔 그 달 주제에 맞게 시기별 공모를 진행할 계획입니다. [편집자말]
장인어른 산소 성묘 가는 길 처음엔 둘이서 시작했으나 지금은 넷이 됐다. 아이들은 가장 큰 재산이다.
▲ 장인어른 산소 성묘 가는 길 처음엔 둘이서 시작했으나 지금은 넷이 됐다. 아이들은 가장 큰 재산이다.
ⓒ 조경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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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물일곱살 동갑내기 아내와 '가진 것 없이' 결혼한 지 딱 8년 됐다. 지금 생각해보면 엊그제 같은데 벌써 그렇게 지났다니 믿기지 않을 때가 많다. 힘들었던 때도 있었지만 그래도 뒤로 밀리지는 않고 잘 버텨왔다고 생각한다. 가장 큰 재산인 두 아이도 무럭무럭 크고 있고.

얼마 전 한 결혼정보업체가 요즘 젊은이들이 결혼식 올리는데 드는 비용은 평균 잡아 1억7000만원 정도라고 발표해서 놀란 적 있다. 2006년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한국인의 결혼 평균비용이 1억3000만원였으니 2년 동안 4000만원이 오른 결혼정보업체의 발표가 틀린 것이 아니리라. 내 경험에 비춰봐선 상상하기 힘든 비용이라 생각하면서도 실제 주위를 둘러보면' 그 정도는 들겠구나' 고개가 끄덕여진다.

결혼정보업체에서 조사한 결혼비용 1억70000만원 중에서 1억2000만원은 주택마련을 위해 사용되는 금액이라고 하니 순수하게 '결혼식'에만 들어가는 비용은 5천만원 정도인 셈이다. 서울이나 수도권에서 직장생활을 하고 있는 신혼부부라면 20평 남짓한 깨끗한 빌라를  전세로 구하는데도 1억원은 잡아야 한다. 아파트를 얻으려면 물론 더 많은 돈이 들고. 지방에서 산다면 집을 얻는 데 드는 비용은 상당히 줄어들겠지만 '살만한 집'이라는 것이 워낙 사람 따라 기준이 다른 것이니 예외로 치고 결혼식 비용에만 5000만원씩이나 들어가는 것은 너무 과한 것은 아닌지.

우리나라 노동자의 1년 평균 연봉이 약 3000만원(2007년 기준 통계청 발표)이라는 것을 감안한다면 결혼식 비용 5000만원은 웬만한 샐러리맨이 몇년은 꼬박 모아야 될 돈이다. 직장 생활을 오래 했어도 정말 힘들게 저축하지 않았다면 결국 빚을 내거나 부모님께 손을 벌려야 하는 큰 돈이다. 거기다 1억2000만원이라는 주택마련 자금까지 포함한다면 자식 시집 장가 보내는 일에 집안 기둥뿌리 뽑는다는 옛말이 틀린 것이 없다.

부모님의 결혼 기념 사진 결혼식 사진 찍어주는 아르바이트를 수도 없이 했었는데 우리 부부는 웨딩 사진 촬영도 생략했다. 그래도 나나 아내나 후회는 없다. 언제봐도 폼(?)나는 아버지 어머니의 결혼 기념 사진으로 대신.
▲ 부모님의 결혼 기념 사진 결혼식 사진 찍어주는 아르바이트를 수도 없이 했었는데 우리 부부는 웨딩 사진 촬영도 생략했다. 그래도 나나 아내나 후회는 없다. 언제봐도 폼(?)나는 아버지 어머니의 결혼 기념 사진으로 대신.
ⓒ 조경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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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물과 혼수는 생략, 웨딩 사진은 건너뛰고

8년 전 결혼 직전으로 필름을 돌린다. 8년 동안 사귄 여자친구와 결혼 날짜를 잡은 뒤 부모님께 혼수나 예물은 '절대' 준비하지 않겠다고 말씀드렸다. IMF 사태 이후 아버지께서 직장을 그만 두시고 집안 사정은 급경사 내리막을 '질주'했다. 나는 군대 제대 후 학교 공부도 빼먹으면서 이런 저런 장사를 하며 돈벌이를 했지만 모아 둔 돈이 별로 없었기에 당장 집 구할 비용 마련하는 것조차 걱정해야 할 지경이었다.

결국 혼수와 예물은 생략, 웨딩 사진까지 건너뛰고 결혼식도 비용이 들지 않는 곳에서 최대한 저렴하게 할 생각이었다. 하지만 그동안 투자(?)했던 축의금을 회수하기 위해선 결혼식장만큼은 조금 번듯한 곳으로 잡는 것이 좋겠다는 가족들의 의견에 따랐다. 당시 예식장을 빌리고 웨딩드레스를 빌리는 데 200만원 정도 들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결혼반지는 어머니께서 가지고 계셨던 금 2돈을 녹여 만들었고, 시계나 목걸이 같은 다른 예물은 전혀 하지 않았다. 예복이나 한복도 물론 생략. 처가나 우리 집안이나 최대한 간소하게 하겠다는 의견에 별다른 이견이 없었던 것은 아마 당시 아내나 나나 어려운 집안 형편이 크게 작용했으리라. 그 외엔 고향 마을 어르신들 대접하느라 돼지 한 마리 잡고, 예식장을 찾은 분들 식사 대접한 비용 외엔 거의 쓰지 않았다.

다른 것은 생략하더라도 신혼여행만큼은 해외로 가자고 아내와 합의를 했던 터라 미리 필리핀 보라카이를 신혼 여행지로 잡아두었다. 아무리 예산을 뽑아보아도 리조트 끼고 있는 여행사 상품을 이용할 형편이 안 되니 배낭여행으로 결정하고 5박6일 동안 아내를 생고생(?)시키며 다녀온 신혼여행비는 120만원 정도였다. 이 비용은 모두 폐백 할 때 어르신들께 인사드리며 받은 축의금으로 충당했다.

그리고 가장 큰 문제인 신혼집 마련은 축의금 남은 돈 1천만원과 은행에서 융자받은 1천만원, 그리고 결혼식이 끝난 뒤 "신혼 때부터 돈 때문에 고생하면 힘들다"며 큰숙모님이 아내에게 몰래 건네주신 500만원을 보태 2500만원으로 전셋집을 얻는 데 썼다. 숙모님께 받은 500만원은 언젠가는 꼭 갚아드리겠다 약속 드렸다. 신혼집에 들어갈 텔레비전이며 세탁기며 냉장고 등등은 모두 자취생활하며 사용하던 것과 우리보다 조금 앞서 결혼식을 올렸던 처형이 쓰던 것을 얻어 마련했고.

누누이 아저씨의 딸들 배낭여행으로 떠났던 신혼여행지 필리핀 보라카이에서 만난 누누이 아저씨의 딸들이다. 좋은 인연으로 아저씨의 집까지 방문했었다. 사진 속 아이들은 이제 다 큰 숙녀들이 되었을 것이다.
▲ 누누이 아저씨의 딸들 배낭여행으로 떠났던 신혼여행지 필리핀 보라카이에서 만난 누누이 아저씨의 딸들이다. 좋은 인연으로 아저씨의 집까지 방문했었다. 사진 속 아이들은 이제 다 큰 숙녀들이 되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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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0만원으로 시작한 결혼생활 지금 성적은?

이래저래 따져보면 3000만원으로 결혼식 올리고 살 집까지 마련하고 했으니 알뜰한 결혼식이었다 자평한다. 결국 결혼식 끝내고 남은 축의금 1000만원으로 신혼생활을 시작한 셈이다. 부모님께 거의 폐를 끼치지 않고 독립한 것만으로도 성공했다 믿는다. 모두 아내와 가족 친지들이 이해하고 배려해 주지 않았다면 이렇게 결혼식을 올리기 힘들었으리라.

그리고 지방이었기 때문에 이 정도 예산으로 가능했으리라 생각한다. 집값이 비싼 서울이라면 이 비용으론 어림없을 것이다. 하지만 5000만원 정도 든다는 결혼식 비용은 아무리 물가가 비싼 서울이라도 어떻게든 줄일 수 있지 않을까. 그리고 형편에 맞춰 하면 되는 것이지 꼭 무리해서 결혼식을 올릴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결혼'식'은 하루 만에 끝나지만 결혼'생활'은 평생을 가는 것이 아닌가. 굳이 부모님께 짐을 지우고 집안끼리 격식을 차리느라 괜한 돈을 쓴다면 그 부담은 모두 당사자들에게 돌아오는 것이다.

부모님들이 혼수를 놓고 자신의 아들 딸 괴롭히는 것도 절대 안될 일이다. 가끔 무리한 혼수를 요구해 파경에 이르렀다는 기사를 보면 안타깝다는 생각이 든다. 혼수를 얼마나 해왔느냐로 며느리와 사위의 가치를 따지는 집안이라면 오히려 인연을 맺지 않는 편이 낫지 않을까. 결혼은 집안끼리의 결합이기도 하지만 그 이전에 사랑하는 두 사람 끼리의 백년가약이다. 혼수 때문에 상처 받은 결혼은 언젠가 다시 그 상처가 터지기 쉽다는 것은 아마 이 글을 읽는 분들도 공감하시리라.

이제 8년 후 현재로 필름을 돌린다. 결혼식 올리고 남은 1000만원으로 시작한 우리 부부의 재산은 엄청나게(?) 늘었다. 현재 살고 있는 임대아파트 보증금으로 넣어둔 돈 2700만원과 7년이 다 되어가지만 잘 굴러가는 소형차 한 대, 저축해둔 약간의 돈을 포함하면 거의 4배나 재산을 불렸다. 더불어 그동안 집안 빚도 많이 갚았으니 이 정도면 엄청나게 성공한 케이스가 아닌가. 거기다 아이 둘까지 건강하게 키우고 있으니 남부러울 일도 없다. 밥벌이를 하느라 가족과 떨어져 남편 노릇, 아빠 노릇 제대로 하지 못하고 지낸다는 것을 뺀다면.

이 글의 결론은 형편대로 결혼식을 올리면 된다는 것이다. 절대 형편 '닿는' 대로 하란 이야기가 아니다. 없으면 없는 대로 서로 마음 맞춰 결혼하면 된다. 첫출발부터 넘치면 무슨 재민가. 검은 머리 파뿌리 될 때까지 '잘' 살아야 하는 것이 결혼생활이라면 조금 모자란 듯 시작해서 채워나가는 것이 더 재미있지 않겠는가. 이거 아무래도 결혼 8년차 밖에 되지 않은 젊은 놈이 주례사 같은 소리 한다 야단치실 분도 계실 것 같다. 아무쪼록 귀엽게 봐주시길.

 달동네 셋방살이도 지나고 나면 추억이 된다.(왼쪽) 아내가 큰 아이를 가졌을 무렵에 촬영했던 사진. 뒤편 액자는 주례 선생님께서 써주신 글귀. "우연히 만난 아름다운 인연/사람이 아니요 하늘이 맺어줬으니/하늘뜻 이어 사명을 아름답게 하면/큰 복이 저절로 이루어지리라"는 뜻이다.(오른쪽)
 달동네 셋방살이도 지나고 나면 추억이 된다.(왼쪽) 아내가 큰 아이를 가졌을 무렵에 촬영했던 사진. 뒤편 액자는 주례 선생님께서 써주신 글귀. "우연히 만난 아름다운 인연/사람이 아니요 하늘이 맺어줬으니/하늘뜻 이어 사명을 아름답게 하면/큰 복이 저절로 이루어지리라"는 뜻이다.(오른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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