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탤런트 김성환 출연을 홍보하는 나이트클럽 포스터
 탤런트 김성환 출연을 홍보하는 나이트클럽 포스터
ⓒ 조종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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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주일쯤 되었을까요. 거리를 산책하다 눈에 띄는 포스터 한 장을 발견했습니다. 만능 탤런트로 인정받고 있는 김성환이 모 나이트클럽에 출연한다는 홍보 포스터였는데요. 사진이지만, 중학교 1학년 때부터 같은 반을 했던 친구를 보니 무척 반갑더라고요. 

제 딸이 어렸을 때 용돈을 주기도 했던 친구라서 포스터를 발견한 순간 당장 만나고 싶었습니다. 그러나 전화번호도 모르고, 연기자생활 시작 이후 가장 바쁜 나날을 보내는 것을 알고 있기에 망설여지더군요. 갑자기 전화를 한다는 것이 쑥스럽기도 했고요.

연락이 된다고 하더라도 무슨 말부터 해야 할지 몰라 망설이던 끝에 공연 마지막 날(17일) 아침에야 수소문해서 전화를 했습니다. 처음 하는 전화인데 '혹시 데퉁스럽게 대하면 어쩌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더군요.      

"여보세요! 저는 군산 중·고등학교 42회 동창회 총무였고,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로 활동하고 있는 ‘조종안’이라고 합니다. 김성환씨 출연을 홍보하는 포스터를 보고 전화했는데요. 연락이 될지 모르겠습니다."
"아! 네 그러세요. 오늘 부산 공연이 있는 것은 맞는데요. 아직 나오지 않으셨습니다. 12시쯤 나오시니까 그때 전화를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아니, 이 전화에 찍힌 번호로 연락을 드리지요."

전화를 하기 전에는 매 맞을 순서를 기다리는 학생처럼 가슴이 콩닥거렸는데, 본인과 통화는 못했지만 그래도 속이 시원했습니다. 먼저 연락을 하겠다는 답변이 마음을 더욱 편하게 했습니다.  

조금 있으니 전화가 걸려왔습니다. 듣던 목소리여서 저는 금방 알았는데 모르는 눈치였습니다. 해서 이름과 전화를 하게 된 사연을 말했더니 깜짝 놀라며 반가워하더라고요. 육순을 바라보는 친구가 <오마이뉴스>시민기자라고 했으니 그럴 법도 하겠지요. 

처음 하는 전화라서 특별히 할 말도 없더라고요. 부산에서 밤 공연이 끝나면 KBS 일일드라마 <미우나고우나> 마지막 녹화 때문에 새벽에 올라와야 하니 간단하게 맥주나 한 잔 하자고 하기에 그렇게 하기로 하고 전화를 끊었습니다.

반가웠지만 너무나 짧았던 만남

노래가 끝날 때마다 ‘앙코르’와 ‘한번 더’를 외치며 환호하는 손님들
 노래가 끝날 때마다 ‘앙코르’와 ‘한번 더’를 외치며 환호하는 손님들
ⓒ 조종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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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행기가 늦게 도착하는 바람에 밤 11시쯤 만났습니다. 객지라서 그런지 더욱 반갑고 새롭더라고요. 무대에 오른 김성환은 인사 마지막에 "오늘은 군산 중·고등학교 동창이 이곳에 와있어 더욱 기분이 좋다"라며 제가 있는 쪽을 바라보았습니다.  

뜨거운 박수와 환호 속에 공연을 마치고 마주했을 때, 한국방송연기자협회(사) 이사장 연임과, 작년 12월 '장한 한국인 상' 문화부분 대상 수상, 지난 2월 경기대학 졸업, 그리고 동 대학원 입학을 늦게나마 축하한다고 말했습니다.  

육순을 앞둔 나이에 향학열을 불태우는 그는 지난 2월 경기대학교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20년 넘게 진행해온 라디오(교통방송) MC 경험을 토대로 동 대학원 MC 리포터학과에 진학했거든요.

김성환은 고맙다는 말과 함께, 방송계에서 전라도와 경상도 사투리를 함께 구사하는 연예인으로 인정받고 있다고 자신감을 내보이며 "21년 동안 해온 라디오방송을 정리하고 TV에 전념할 것이다"라고 말하더군요.

시청률 1위로 인기가 높은 KBS 일일 드라마 <미우나고우나>가 5월2일 막을 내리고, KBS 제 2TV에서 6월2일에 처음 방송되는 <돌아온 뚝배기>에서 주연을 맡았다며 눈여겨 봐달라고 당부하기도 했습니다. 제2의 <서울뚝배기>라는 말도 덧붙이더군요. 

마음 같아서는 밤새도록 얘기를 나누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새벽1시에 출발하는 심야버스를 타야 하기 때문에 다음을 약속하고 헤어졌습니다. 무엇을 물어볼까 메모까지 해서 나갔는데 아쉽더군요.

까까머리 시절의 김성환

김성환의 중학교 졸업 앨범사진(1965년)
 김성환의 중학교 졸업 앨범사진(1965년)
ⓒ 조종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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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환은 한 마디로 표현해서 '노력하는 연예인'입니다. 그 싹을 중학교 1학년 때부터 보여주었지요. 당시만 해도 한 반에 60명이었는데, 키가 작았던 김성환은 20번 이내라서 앞줄에 앉았고, 몸집도 작고 피부도 검었습니다. 

다 같이 치열한 경쟁을 뚫고 입학했지만, 시골학교 출신들은 얼굴을 익히기 전까지는 기가 죽어지내는 게 일반적입니다. 그런데 시골출신에 체구도 작은 김성환은 방죽의 붕어처럼 교실을 해죽거리며 다녔지요.

소풍을 갔을 때나 교실에서의 오락시간은 그의 독무대였습니다. 선생님이 시킬 것도 없이 교단에 올라가 몸짓과 발짓으로 교실을 웃음바다로 만들었으니까요. 당시 유행하던 서영춘의 "인~천 앞바다에 사이다가 떴어도 고뿌 없이는 못 마십니다··"를 손으로 박자를 맞추며 부르면 교실이 떠나갈 듯했습니다.

손바닥 껍질이 벗겨질 정도로 연습했다는 '손 박자'와 구수한 목소리의 창(唱)으로 사랑을 받는 것도, 학창시절 친구들을 웃겨주려는 마음과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했을 것이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그렇게 모두를 즐겁게 해주니까, 소위 주먹을 쓰는 친구들도 건방지다며 시비를 걸지 않았습니다. 중·고등학교 6년 동안 누구와 다투는 일 한번 없었거든요. 항상 웃는 얼굴이고 정이 많았으니 누구와 싸울 일이 없을 수밖에요.  

지금도 동창들은 김성환을, 연예계는 물론 경제와 사회적으로 기반을 닦았으면서도 근면 성실한 연기자로 평가합니다. 시기하거나 모함하는 동창이 없다는 것도 그에게 큰 복인 것 같습니다.

김성환은 왕소금처럼 '짠돌이'로 소문나 있습니다. 그러나 생활이 어려운 후배들이나 고향 어른들 복지를 위한 사업에는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답니다. 시청자들에게도 즐거움과 행운을 안겨주는 만능 연기자가 되기를 기대해봅니다.


태그:#김성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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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8월부터 '후광김대중 마을'(다움카페)을 운영해오고 있습니다. 정치와 언론, 예술에 관심이 많으며 올리는 글이 따뜻한 사회가 조성되는 데 미력이나마 힘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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