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텅 비어있는 운동공간.
 텅 비어있는 운동공간.
ⓒ 송주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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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스클럽 입구에 붙어있는 게시물. 회사가 부도 났다며 서명운동을 동참할 것을 요구하는 내용을 담고있다.
 헬스클럽 입구에 붙어있는 게시물. 회사가 부도 났다며 서명운동을 동참할 것을 요구하는 내용을 담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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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정오, 서울 명동 한복판에 위치한 '캘리포니아 와우 휘트니스 센터'는 그야말로 아수라장이었다. 운동기계는 멈춰있고, '부도 처리'라는 종이만 수없이 붙어 있었다. 점심시간을 찾아 운동을 하러 온 회원들은 헬스클럽의 어수선한 모습을 보고 영문도 모른 채 황당해했다.

"여기 왜 이래요? 운동 안 하나요?"

불과 이틀 전(13일)까지만 해도 수많은 회원들이 땀을 흘리던 공간이었다. 또한 이틀 전에도 열심히 회원을 모집하던 곳이었다. 그런데 하루 아침에 헬스클럽은 부도가 났고, 영업은 정지됐다. 평생회원으로 등록한 수천명의 회원들은 통보도 받지 못한 상태였다.

연예인 수두룩한 초대형 헬스클럽, 극심한 자금난으로 결국 부도

'캘리포니아 와우 휘트니스 센터'는 서울에서만 압구정·강남·명동 세 곳의 지점을 운영하고 있는 초대형 헬스클럽이다. 박중훈·한채영·전도연 등 수많은 연예인들이 이용하고, 이용했던 곳이기도 하다. 등록된 회원만 해도 세 곳을 합쳐 4만 명이 넘는다. 

그러나 최근에는 극심한 자금난을 겪어왔다. 유사 휘트니스 센터가 등장한 데다가, 무리하게 지점을 확대하는 바람에 자금 압박이 겹치는 바람에 계속해서 경영이 악화돼 온 것이다. 지난 3월 31일 압구정점이 문을 닫은 데 이어 13일에는 강남점과 명동점이 연달아 영업을 중지했다.

결국 지난 14일, 금융결제원이 '캘리포니아 와우 휘트니스 코리아'의 당좌거래를 금지시키면서 최종적으로 부도처리 됐다. 하지만 회원들은 부도 상황에 대해 통보도 받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단지 '조만간 다시 문을 열 계획이니 회원들의 양해를 부탁한다'는 공문만 몇 개 붙어있을 뿐이었다.

명동지점을 다닌 지 4개월 되었다는 나미숙씨는 "세계적으로 유명하다는 곳이고, 강사들도 괜찮다고 해서 이왕 운동할 거 좋은 데서 하자는 마음으로 등록했는데 정말 분통이 터질 노릇"이라며 격한 반응을 보였다.

근처에 회사를 다닌다는, 이름을 밝히길 꺼린 한 회원도 "여기가 얼마나 유명한 곳인지 아시지 않느냐"면서 "연예인들도 수두룩하고, 좋다는 소문 듣고 왔는데 이렇게 될 줄 누가 알았겠나"고 허탈해했다.

대부분 평생회원 등록... 피해액은 100만~500만원까지 천차만별

피해 회원들로 어수선한 헬스클럽 안의 모습
 피해 회원들로 어수선한 헬스클럽 안의 모습
ⓒ 송주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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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헬스클럽은 평생회원으로 등록한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다. 평생회원이 되면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으로 최고의 시설에서 운동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상했다. 평생회원권의 가격이 회원마다 천지 차이였다. 헬스클럽 운영 초창기인 2000년대 초반에는 평생 회원비가 1000만원을 호가했는데 얼마 전부터는 100만원대, 심지어는 90만원 정도까지 낮춰서 받았다는 것이다. 부도 하루 전에도 100만원 정도의 액수로 평생회원 등록을 받았다고 한다.

부도 하루 전날인 13일, 120만원을 지불하고 평생회원으로 등록한 최현민씨는 "이런 좋은 곳이 가격도 저렴해서 등록했는데 어이가 없을 뿐"이라며 "헬스클럽 관계자가 이런 저런 설명을 하며 특별히 싸게 해주겠다고 해서 현금으로 바로 지불했는데 너무 억울하다"고 밝혔다.
  
'배우'라고 밝힌 신희은씨도 "인터넷에 일주일 무료이용권이 있어서 공짜로 운동할 셈 치고 왔는데 6개월에 60만원 해줄테니 등록하라고 권유해서 작년에 6개월 이용권을 끊었다"면서 "6개월 후에는 70만원 추가하면 평생회원권 준다고 해서 그렇게 했는데 결국 이렇게 당했다"고 성토했다.

이런 식으로 저렴한 가격에 끌려 평생회원이 된 사람들의 피해액수도 천차만별이었다. 적게는 100만원 정도부터 많게는 500만원까지 되는 금액이었다.

평생회원권 치고 지나치게 저렴한 가격에 회원들은 의심하지 않았을까? 회원들은 계약서에 다 명시된 사항이기에 안심하고 등록했다고 한다. 최현민씨는 "이름있는 헬스클럽이고 계약서까지 작성했는데 이럴 줄 알았겠느냐"면서 "120만원에 등록했는데 1년만 한다 해도 손해볼 것이 없겠다 싶어서 등록했다"고 밝혔다.

강사도 몰랐던 사실... 외국인 피해자도 수두룩


일을 하던 트레이너와 강사에게도 급작스러운 부도이긴 마찬가지였다.

벨리댄스 강사로 일을 하던 정아무개씨는 "나도 전혀 몰랐던 사실"이라며 "알았다면 회원들 무서워서 이 곳에 오지도 못했을 것"이라고 밝혔다. 한 트레이너는 "12월부터 직원들의 임금이 밀리기 시작했다"면서 "회사 측에서는 3월에 300억 투자가 들어오니 참아달라고 했다"고 밝혔다.

요가 강사라고 밝힌 레아씨도 월급을 받지 못한 건 마찬가지였다. 그는 인터넷 게시글을 통해 "비크람 요가가 좋아서 다니던 직장도 그만두고 트레이닝을 다녀와 강사로 일한 지 5개월 정도 되었다"면서 "부도가 나고 보니 참 황망하다"고 밝혔다.

외국인들도 많이 이용하는 헬스클럽이었다. 이날도 많은 외국인들이 운동을 하러 들렀다가 어수선한 광경을 보고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으며 발걸음을 돌렸다.

이 모습을 지켜보던 이혜숙씨는 "해외에서 온 외국인들이 이런 모습을 본다면 도대체 한국을 어떻게 생각하겠느냐"면서 "정말 국제적인 망신이 아닐 수 없는 일"이라고 한탄했다.

손해배상을 위한 서명운동을 벌이고 있는 회원들
 손해배상을 위한 서명운동을 벌이고 있는 회원들
ⓒ 송주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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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회원들은  온라인 카페(cafe.daum.net/q3d3w1)를 개설하여 피해 회원을 조직하고 손해배상을 받아내기 위한 집단행동을 준비 중이다. 이 카페에는 현재 4178명의 회원들이 가입한 상태다.

또한 간신히 셔터가 내려가는 것을 막은 명동점을 거점으로 삼아 14일부터 이 곳에서 회원들이 번갈아가며 점거농성 중이다. 서명운동도 한창이다. 집단적인 움직임을 통해 최적의 구제방안을 마련하기 위해서다.

회원들 조직화에 힘쓰던 이혜숙씨는 "많은 서명을 통해 소비자원에 정식적으로 고발할 것"이라며 “지금은 법률적인 검토를 모아가는 중"이라고 밝혔다.

회원들은 16일 오후 6시, 강남구 역삼동에 위치한 ‘캘리포니아 와우 휘트니스 센터’ 강남점에 모여 대책회의를 벌일 예정이다.


태그:#캘리포니아와우, #헬스클럽, #평생회원, #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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