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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각배에서 행상 하는 참족여인과 아이 한때 동남 아시아를 호령했던 참파왕국의 후예들은 수상촌에 사는 소수 민족으로 전락했다.
▲ 조각배에서 행상 하는 참족여인과 아이 한때 동남 아시아를 호령했던 참파왕국의 후예들은 수상촌에 사는 소수 민족으로 전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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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기억 속의 아버지

꿈속에서 몽환처럼 아버지의 둥지를 만난다. 여섯 살 나는 송아지만큼 큰 숫염소를 타기도 하고, 팔려가던 날 누렁이 눈에 고이던 왕방울 눈물에 섧게 따라 울기도 한다. 초가지붕 속에 숨어든 참새 알을 훔치기도 하고, 사과 궤짝을 밟고 처마에 걸린 보리밥 광주리에 허기진 여린 손을 넣기도 한다.

스물일곱 아버지는 군 입대를 앞두고 지게로 남의 전답에 석달 열흘 흙을 넣어 중병에 걸린 환자를 격리하던 낡은 움막을 사서 두 딸아이와 아내에게 선물했다. 남의 집 문간방 살이 7년 만에 아이들은 남의 눈치 보지 않고 방구들이 꺼지라고 뛰어놀 수 있었다. 어머니는 아버지가 만든 둥지에서 3년 동안 남편이 돌아오기를 기다렸다.

톤레샵 호수 위의 학교 톤레샵 수상촌은 한국 등 구호단체의 도움으로 운동장까지 갖춘 수상학교를 운영하고 있다.
▲ 톤레샵 호수 위의 학교 톤레샵 수상촌은 한국 등 구호단체의 도움으로 운동장까지 갖춘 수상학교를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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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로부터 10년. 남의 집 소를 대신 키워주고 그 대가로 송아지를 받아 키워 되팔고, 비가 와도 금세 바닥을 드러내는 천수답 자갈논을 사들여 흙을 채워 논물을 가두기를 반복해 서른 일곱 나이에 방 두 칸에 헛간까지 딸린 초가집을 마련했다. 딸 아이 넷과 두 아들은 이  둥지에서 오뉴월 엿기름 자라듯이 자라 머리통이 굵어졌다. 내 기억속의 아버지는 새처럼 끊임없이 둥지를 만드는 사람이었다.

세상의 아버지들은 집을 짓기 위해 사는 사람이다. 사냥을 하고 동굴을 파서 가족을 보호하던 구석기의 아버지에서부터 시작해 서울 복판에 처자식 거할 집 한 칸 마련하기 위해 새우등처럼 등을 구부리고 사는 21세기의 가장들까지 집은 이 땅의 아버지들에게 원죄다.

비단구렁이를 짊어지고 관광객들에게 바나나를 파는 아이와 할머니  수상촌이 관광지로 부각되면서 상당수 주민들은 관광객을 대상으로 행상을 하고 있다.
▲ 비단구렁이를 짊어지고 관광객들에게 바나나를 파는 아이와 할머니 수상촌이 관광지로 부각되면서 상당수 주민들은 관광객을 대상으로 행상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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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이 없는 이들은 배위에 엉성하게 집 올려

세상이 변해 아버지들은 허접데기가 되었다. 가부장은 하잘 것 없는 권위의 상징처럼 되었다. 아이들은 입을 벌리고 벌레(용돈)를 달라고 보채고, 아내는 둥지증후군을 이야기 하지만 아버지의 아버지 그 아버지의 아버지 때부터 남자는 집을 지어야 한다고 배웠기에 돌아오지 않을지도 모르는 암컷을 기다리는 수새처럼 바보같이 집만 짓는다. 허깨비 같다.

톤레샵 호수에서도 아버지들은 여전히 집을 짓고 있었다. 건기에 농사지을 땅이라도 있는 사람은 강가에 콘크리트 들보를 세우고 제법 그럴싸한 집을 짓지만 땅이 없는 이들은 배 위에 통나무를 얹고 판자를 얼기설기 엮어 엉성하게 집을 올린다.

배 위의 악어 양식장 배 위에서는 악어와 물고기는 물론 돼지까지 기른다.
▲ 배 위의 악어 양식장 배 위에서는 악어와 물고기는 물론 돼지까지 기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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톤레삽 호수는 우리나라의 경상남북도만한 크기로 동양 최대의 호수다. 건기인 10월에서 3월까지는 3000㎢의 면적에 수심이 1~2m 정도밖에 안 되기 때문에 강 언저리에서는 벼농사를 짓는다. 우기에 밀려온 침전물로 기름진 땅이 된다. 우기가 되면 1만㎢ 면적에 12m정도 수심의 호수가 되기 때문에 물고기를 잡는다.

톤레샵은 시소 같은 호수다. 우기에는 범람하는 메콩강물이 역류하여 톤레샵으로 흘러들지만 건기에는 호수의 물이 프놈펜 쪽으로 흘러 메콩강 삼각주로 흐른다. 천연의 홍수 조절기능이 있다. 메콩강이 황톳물을 흘려보내기 때문에 강이 마치 흙탕물처럼 탁해 과연 물고기가 살 수 있을까 싶을 정도다.

 톤레샵호수의 수상가옥촌. 우기가 되면 강가로 집을 이동한다.
 톤레샵호수의 수상가옥촌. 우기가 되면 강가로 집을 이동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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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기록에 따르면 배를 타기 위해 노를 저으면 물고기가 걸릴 정도로 어획량이 많았다고 한다. 하지만 지금은 태국과 베트남이 조업권을 캄보디아로부터 따내 젓갈을 담그기 위해 남획하는 바람에 심각한 어족자원 고갈현상이 일고 있다.

톤레샵 호수에는 수만 명에 이르는 사람들이 수상가옥을 짓고 산다. 우기에 물이 불면 집을 통째로 끌고 가 육지근처로 옮기는데 수상촌에는 경찰서와 학교(운동장까지 있음), 기념품가게, 식당, 배터리가게(전기 공급이 안돼 배터리로 전기를 공급), 식료품가게, 교회까지 있다. 배 위에서 강물로 밥을 짓고 빨래하고 용변을 보는 것은 물론 돼지와 악어를 키우고 심지어는 양식까지 한다.

대야를 타고 놀러가는 아이 아이들에게 호수는 놀이터요. 어머니의 품이다.
▲ 대야를 타고 놀러가는 아이 아이들에게 호수는 놀이터요. 어머니의 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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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야를 타고 학교 다니는 아이들

배 타고 물건을 팔러 다니는 상인들, 대야를 타고 학교에 가는 아이들, 그물을 던져 고기를 잡는 어부들, 강가에서 땔감을 구하는 아이들, 보는 우리와 달리 이들은 별로 불편함을 모르는 것 같다. 왜 이들은 육지를 놔두고 배 위에 사는 것일까?

수상족들의 상당수는 인도네시아계의 참족들이다. 이슬람교를 믿는 사람들이 많다. 과거 크메르제국과 베트남, 태국까지 위협하며 참파왕국을 세웠던 이들은 수리아바르만 2세(1113~1150) 이후 전성기를 구가하던 크메르제국과의 전쟁에 패하면서 정착할 땅을 잃고 산악지역이나 수상가옥으로 밀려나게 된다.

배를 저어 학교에 가는 아이들 물 위에 있는 학교에 가기 위해서는 배를 타고 이동해야 한다.
▲ 배를 저어 학교에 가는 아이들 물 위에 있는 학교에 가기 위해서는 배를 타고 이동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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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기다 심각한 내전과 프랑스, 미국과 전면전을 벌였던 베트남 난민들이 보트피플로 밀려들었다. 언제 있을지 모를 소수자에 대한 외부의 침입에 대비해 생명과 재산을 지킬 수 있는 가장 효과적 가옥인 셈이다. 거기가 캄보디아의 화폐 단위가 물고기를 의미하는 리엘(riel)이고 보면 어업이 캄보디아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용이 상당했던 것 같다.

또한 6개월에 불과한 짧은 농사철(건기)이 끝나면 농지는 모두 물에 잠기기 때문에 이동이 간편한 이동식 가옥이 필요했을 것이다. 일부긴 하지만 주로 상업에 종사해 경제력을 갖춘 중국계 화교들도 있다. 톤레샵은 집 지을 땅이 없는 가난한 사람들과 소수민족들이 마지막으로 찾는 막장 같은 곳이었다. 강은 경계선도 주인도 없는 곳이다. 그래서 이들에겐 세금도 없다.

물고기를 잡고 있는 어부 한 청년 어부가 톤레샵 호수에서 물고기를 잡고 있다.
▲ 물고기를 잡고 있는 어부 한 청년 어부가 톤레샵 호수에서 물고기를 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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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등하게 가난한 공동체에 사는 그들은 행복했다

수상가옥을 보면서 유년시절 아버지의 둥지에서 한없이 자유롭고 충만했던 나의 자화상을 떠올렸다. 부유하지는 않지만 달구지 대신 양은 대야를 타고 옆집으로 놀러 다니는 아이들, 쪽배 위에서 이웃과 수다를 떠는 여인네들, 그물을 손질하는 사내들의 표정에서 어둠은 없었다.

빈곤이 상대적으로 느끼는 박탈감이라고 보면 모두 평등하게 가난한 공동체와 상위 1%가 독점하는, 그래서 끊임없이 신분상승의 기회를 노려야 하는 자본주의의 그늘 중에 어떤 것이 행복한지 다시 생각해 볼 일이다.

한가로운 수상가옥  수상가옥에서 밥을 짓는 아낙의 모습이 한가롭다.
▲ 한가로운 수상가옥 수상가옥에서 밥을 짓는 아낙의 모습이 한가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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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수에는 우리의 게옹(갯벌 위에 배가 다니는 길)처럼 수천년을 사람들이 자유롭게 활보한 길이 있다. 호수는 어른들에겐 어느 곳이나 일터며, 아이들에게는 놀이터다. 강물은 이들에게 세계이며 우주다.

아무 곳이나 그물을 드리우고 낚시를 하면 잉어며, 붕어, 메기가 들려 나온다. 경계선과 금지된 곳이 따로 없으며 호수가 모두 자신들의 땅이다. 강가에 이르면 야자며 바나나 같은 열대 과일이 풍부한 톤레샵이 누구에게나 자유롭고 풍요로운 금단의 땅 에덴이 아닐까?

 강가에 자리잡은 시장이 우리네 60년대 시골장을 보는 듯 하다.
 강가에 자리잡은 시장이 우리네 60년대 시골장을 보는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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