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감 넘치는 스포츠, TV로 보고 있기만 하니 좀이 쑤시지 않으신가요? 선수들처럼 멋지게 그라운드를 뛰어보고 싶지 않으신가요? '스포츠, 이제 즐기자!' 기획은 '보는 스포츠'에서 '즐기는 스포츠'로 옮겨 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담습니다. 순수 아마추어 선수들의 고군분투 '스포츠 도전기'를 보여드립니다. 이들의 땀 흘리는 모습에 감동 받은 당신! 이 '즐기는 스포츠'에 동참해 보시는 건 어떨까요? [편집자말]
잽, 스트레이트, 훅, 어퍼컷 등의 공격기술을 마스터 한 다음에만 수비기술을 배워야 한다는 공식이 있는 건 아니다. 체육관 사범에 따라 공격기술을 가르치면서 함께 수비기술을 지도하기도 하고, 연습용 글러브를 끼고 샌드백을 치게 하거나, 사범이 포수 글러브처럼 생긴 미트(Mitt)를 끼고 주먹을 받아주기도 하기도 한다.

하지만, 잽, 원투 스트레이트, 훅, 어퍼컷 등의 공격기술은 수비기술과 잘 버무려져야 제대로 구사를 할 수가 있다. 천하무적 타이슨도 먼저 맞으면 KO되지 않았는가? 때리기에 앞서 일단 안 맞는 법을 배워야 한다. 복싱을 좀 배웠다고 링이 아닌 곳에서 실력을 발휘하면 안 되겠지만 수비 기술은 예외다. 만일의 사태에서 누군가 내게 주먹을 날릴 때 겁먹지 않고 슬쩍 흘려보내는 자신의 모습을 상상하면서 수비법을 한번 배워보면 어떨지….

복싱에서의 수비 방법을 열거하자면 막아내기(Blocking), 슬쩍 피하기(Parrying), 오리가 자맥질하듯 숙여서 피하기(Ducking), 제자리에서 상체를 돌려서 피하기(Rolling), 마치 직물 짜는 베틀처럼 양 옆으로 미끄러지듯 피하기(Weaving) 등의 여러 방법이 있다. 하지만, 수비 동작은 어디까지나 공격을 잠시 피하고 반격의 기회를 만들기 위한 방법으로 활용되도록 공격과 연결해서 훈련하는 것이라야 의미가 있다.

호랑이를 잡으려면 호랑이 굴에 들어가야 한다는 속담이 있질 않은가? 뒷걸음질로 피하기만 하면 곧바로 공격이 이루어질 수 없기 때문이다. 이에 더킹과 위빙에 대해서 간략히 설명을 하고, 어떻게 이 수비 기술이 공격으로 연결되는지에 대해 소개해 본다.

[블로킹 (Blocking)] 막는 순간 바로 반격!

말그대로 막아내는 동작이다. 뒤로 피하지 않고 날아오는 상대방의 주먹을 막으면 된다. 하지만, 계속 막아내기만 할 것이 아니라, 아래 사진과 같이 상대방이 주먹을 내는 순간의 빈틈으로 바로 반격하는 공격과 함께 연습해본다.

 잽은 블로킹하면서 바로 반격을 하는 모습

잽은 블로킹하면서 바로 반격을 하는 모습 ⓒ 이충섭


[더킹 (Ducking)] 피하는 모습이 꼭 오리 같네

더킹이란 주로 상대방이 주먹을 뻗을 때, 상체를 낮게 웅크려 피하는 방법이다. 오리가 자맥질(물속에서 다리를 놀리며 떴다 잠겼다 하는 짓)하는 모습과 비슷해 'Ducking'이라 부른다. 상반신과 무릎을 굽혀 웅크리면서 펀치를 피하는 방법이며, 글러브로는 얼굴을, 팔로는 몸통을 보호하게 된다. 타이슨이 이 방법을 주로 썼다.

 더킹

더킹 ⓒ 이충섭


 더킹으로 피했다가 일어나면서 바로 반격하는 모습

더킹으로 피했다가 일어나면서 바로 반격하는 모습 ⓒ 이충섭


[위빙 (Weaving)] 직물 짜듯 좌우로 피한다

위빙은 상반신을 좌우로 움직여서 상대방의 펀치를 피하는 동작이다. 직물 짜는 베틀처럼 좌우로 왔다 갔다 하는 것과 비슷하다고 'Weaving'이라 부르게 되었다. 접근 전에서 주로 사용되는데 공격해오는 상대를 빗겨나가는 동작이라서 효과적인 공격실행을 위해서 반드시 필요한 동작이다.

연재를 마치며... 헤밍웨이도 사랑했던 '복싱'

공격과 수비동작까지 배우기까지는 코치의 성향이나 개개인의 운동 능력과 출석률에 따라 물론 차이가 크지만 평균 4~5개월 정도 걸린다고 보면 된다. 이제부터는 줄넘기를 비롯해서 복싱에 필요한 근력 트레이닝, 샌드백 치기, 미트 치기, 쉐도우 복싱 등을 통해 체력을 기르고 배운 기술들의 완성도를 높이는 일이 남았다. 이에 관한 홍수환씨는 아래와 같은 조언을 해주었다.

"많은 선수들이 훈련 시 미트를 즐겨 치는데, 권투선수는 샌드백을 칠 줄 알아야한다. 백을 두들겨야 펀치력도 강화된다. 사범이 잡아주는 미트를 쳐 봤자 공식에만 치우치게 되고 순발력을 잃는다. 게다가 미트를 잡아주는 사범도 순간적으로 쉬게 된다. 이때에 선수들도 자동으로 쉬게 되는데 바로 이것이 버릇이 되어 멋진 공격을 성공시키고서도 더 때려도 되는데 가만있다가 오히려 맞는 경우를 흔히 본다.

샌드백 치듯이 연타를 쳤어야 할 순간인데 왜 동작이 스톱되는가? 때리고 또 때리는 것이 권투라고 생각하자. 공격하고 나서 쉬고 있다면 이젠 상대방이 공격할 차례고 당신이 맞는다. 심판이 말릴 때까지 공격을 멈춰선 안 된다."

공격과 수비법을 배우고 샌드백을 열심히 치다 보면 스파링을 해보고 싶은 맘도 들것이다. 하지만, 본인의 의지에 앞서 코치의 조언에 철저히 따라야 한다. 또한, 코치가 권유를 아무리 한들 본인이 판단해서 자신이 없으면 링에 오르지 않으면 된다.

전쟁에 직접 참가했다가 총상을 당하기도 했지만 다시 종군기자로 전쟁터에 복귀해서 <누구를 위하여 종을 울리나>, <무기여 잘 있거라>라는 명작을 남겼고, 사냥과 낚시를 즐기면서 쓴 소설 <노인과 바다>로 노벨 문학상을 받기까지 했던 헤밍웨이는 복싱을 무척이나 즐기고 사랑했다. 쉰 살이 될 때까지도 프로선수와 스파링을 할 정도였다. 그는 복싱을 투우와 비유해서 말했다.

"나는 복싱 선수들을 존경한다. 맨 몸으로 정직하고 당당하게 승부를 겨루는 순간이야말로 인간이 느껴볼 수 있는 최고의 경험이라 말할 수 있다. 성난 소 앞에 목숨을 내걸고 선 투우사의 진실의 순간 (The moment of truth)을 간접 경험할 수 있는 것은 바로 링 위에 서는 것이다."

복싱을 한번 배워본다면 체력과 정신력을 기르는 것 외에도 생각치못한 것들이 뒤따라 올 것이다. 불과 2주 동안 글러브도 한번 끼어 보지 않고서 그저 아침 구보대신 나에게 복싱 동작을 배웠던(관련 기사 바로가기) 여자 신입사원이 "TV에서 우연히 복싱 경기를 보게 되었는데, 나도 모르게 '앗, 저 선수는 잽이 날카롭군'하고 으쓱했습니다"라는 메일을 보내온 것처럼 복싱은 물론 K-1 등 모든 격투기를 보는 안목과 재미가 백배 더해질 것이다. 반면에 예전 같으면 감탄했을 액션 영화의 격투 장면도 예전처럼 멋있어만 보이지 않을 것이다.

무언가 박차고 일어나서 새로운 변화와 도전을 맞이하고 싶다면, 복싱 도장의 문을 두드리기를 꼭 한번 권하고 싶다. 짓밟혀도 꿋꿋이 자라나는 잡초처럼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희망찬 내일을 꿈꾸며 땀 흘리는 복서들과 함께 호흡하는 것만으로도 무한한 에너지를 얻게 될 것이다.

복싱 생활체육 헤밍웨이 홍수환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KBO선수협의회 제1회 명예기자 가나안농군학교 전임강사 <저서>면접잔혹사(2012), 아프니까 격투기다(2012),사이버공간에서만난아버지(2007)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