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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8일 오후 8시16분, 대한민국은 세계에서 서른다섯 번째 우주인 배출국이 됩니다. 한국 최초의 우주인이 될 이소연씨는 내일 카자흐스탄 우주기지에서 소유즈 우주선을 타고 우주탐사에 나섭니다. <오마이뉴스> 시민기자이기도 한 미국인 마이클 허트씨는 이소연씨가 3만6천여 명의 우주인 지원자 가운데 30명의 한명으로 선정된 2006년 여름부터 겨울까지 모두 세 차례의 인터뷰를 했습니다. 그 가운데 제일 마지막 인터뷰 동영상은 우주선 발사에 맞춰 공개하기로 하고 보관하다가 이소연씨에게 보내는 편지 형식의 글과 함께 보내 왔습니다. [편집자말]
▲ 우주인 이소연씨 세번째 동영상 인터뷰(2006년 12월말 촬영) 이 인터뷰는 대한민국 우주인 두명이 선정된 직후에 이뤄졌습니다. 이태원의 한 식당에서 저녁식사 겸 진행됐으며 이소연씨의 솔직하고 소탈한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 마이클 허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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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연아.

물론 지금은 바쁘겠지만 그냥 간단히 행운을 빌어주려고 이 글을 쓴다. 지난 세 번의 인터뷰를 하는 동안 함께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지. 그 가운데 제일 기억에 남는 것은, 누군가는 네가 '여자라서 우주에 가면 안 된다'고 했다는 바로 그 말이야.

비록 한국인은 아니지만 한국을 사랑하는 나로서도 창피하고 실망스러운 말이었어. 한국에는 아무리 자격이 있다 해도 여자라서 능력과 노력으로 평가하지 않고 꼭 얼굴값으로만 따지는 사람이 있지.

그러나 그것도 이미 끝난 얘기야. 이젠 여자인 네가 우주로 올라가고 있으니까. 행동으로 네가 얼마나 잘 뽑힌 후보자인지 직접 보여줘. 더 이상 '후보자'가 아니라 진짜 '우주인'이 되었으니 네가 우주를 다녀오면 얼마나 훌륭한 대한민국의 대표였는지 모두 알게 될 거야.

한국의 경직된 언론 탓에 소연이 너의 아주 특별한 매력과 카리스마 그리고 리더십이 알려지지 못했었는데, 이제 '슈퍼스타'가 되니 너만의 힘을 가지게 되었구나. 그게 바로 소연이의 파워이자 한국 여성의 저력일거야.

여전히 남아있는 성차별 의식 때문에 한국에서는 가장 큰 자원 가운데 하나인 '여성'이 낭비되고 있는 게 아닐까 싶어. 나는 남자지만 페미니스트로서 네가 너무 자랑스러워. 물론 친구로서 자랑스러운 것도 사실이지만 그것만으로는 어느 정도 한계가 있지.

친구이니까 응원하고 싶은 것은 당연하겠지만, 남녀평등을 원하는 사람으로서 네가 너무 자랑스럽단 말이지. 네가 좋은 역할 모델이 됨으로써 많은 여성에게 힘을 줄 것이라고 믿어. 여성의 한계를 네가 확장시켰으니까.

이미 다른 친척이나 친구들이 '사랑한다'거나 '네 생각을 하고 있다'고 했을 테니 더 이상 그런 말을 할 필요는 없겠지. 난 그런 말을 잘하는 편도 아니고. 그래서 이런 식의 글이 좋은 인사가 될 것이라 생각했어. 잘 다녀올 것이라고 믿으니까.

넌 이미 대단한 사람이 됐고 역사적인 인물이 됐으니까. 그래서 '굿 럭'이란 말은 필요 없을 것 같다. 잘 다녀와. 평범한 우리 지구인들한테 다시 돌아올 때까지 기다리고 있을게. 돌아와서 보여줄 우주인의 멋진 저력을 기대하며.

우주에서 재밌게 놀아!

한국 최초의 우주인 후보로 확정된 이소연(28·한국과학기술원 박사과정)씨.
 한국 최초의 우주인 후보로 확정된 이소연(28·한국과학기술원 박사과정)씨.
ⓒ 마이클 허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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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마이클 허트 기자는 1994년 미국 브라운대를 졸업한 후 풀브라이트 장학금을 받고 한국에 처음 와서 제주도의 한 중학교에서 영어교사로 학생들을 가르쳤다. 이후 캘리포니아 버클리 대학원에서 인류학으로 박사과정을 밟았으며 2002년 학위논문 연구를 위해 한국에 다시 왔다. 현재는 '폭탄영어'(www.bombenglish.com)를 비롯한 몇 개의 사이트를 운영하고 있다.



태그:#이소연, #우주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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