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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보강 : 5일 오후 4시 50분]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정부에 공무원의 선거 중립 의무 준수를 요청하는 공문을 보낸 지 하루 만에 이명박 대통령이 핵심측근 이재오 한나라당 후보의 지역구를 시찰해 파장이 예상된다.

 

야당들은 "대통령의 노골적인 관권선거"라며 이 대통령의 선관위 고발 방침을 밝히는 등 이 문제가 선거 막판의 정치 쟁점으로 비화되고 있다.

 

이 대통령은 5일 오전 도라산 평화공원 식목행사를 마친 뒤 귀경길에 서울 은평구 뉴타운 건설현장을 방문했다.

 

은평 뉴타운 방문은 이재오 측면지원?

 

정오 무렵 뉴타운 2지구 A공구 아파트 현장에 도착한 이 대통령은 김휘동 현장소장으로부터 뉴타운 건설현황을 보고 받은 뒤 현장에서 일하던 노숙인 노동자 6명을 격려했다.

 

이 대통령은 노동자들과의 만남에서 "복지 중 최고의 복지는 일자리를 갖게 해주는 것이다, 서울시장 시절 이 사업을 추진해보니 노숙인들은 한두 달이 고비더라"고 말한 뒤 박미석 청와대 사회정책수석을 가리키며 "그때 이 사람(당시 서울시 복지재단 대표)이 노숙인들과 1대 1 상담을 맡았다"고 소개했다.

 

이 대통령은 현장소장에게 "현장에서 열심히 일하고 있는데 채용을 더해라, 노숙인들이 하루빨리 재활해서 정상적인 삶을 살아가기를 희망한다"고 당부했다.

 

그러나 이 대통령의 은평뉴타운 방문은 총선 정국에서 적잖은 파장을 일으킬 가능성이 크다. 은평뉴타운이 위치한 곳이 한나라당 이재오 후보가 출마한 서울 은평을 지역구이기 때문이다.

 

3선의 이 후보는 지난 2일까지 실시된 각종 여론조사에서 창조한국당 문국현 후보에게 상당한 격차로 뒤지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 대통령이 투표일을 불과 4일 앞두고 은평뉴타운을 방문한 것이 이 후보를 측면 지원한 것으로 해석될 가능성이 크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여당지지' 발언만으로 탄핵까지 받았는데

 

더구나 이 대통령의 측근 지역구 방문은 중앙선거관리위원장이 공무원의 선거중립 의무를 준수할 것을 요청하는 공문을 발송한 지 하루 만에 이뤄진 일이어서 대통령의 선거법 위반 시비를 증폭시킬 것으로 보인다.

 

중앙선관위는 국토해양부 장·차관과 기획재정부 예산실장 등 고위관료들이 지난달 29일부터 지난 1일까지 잇따라 인천을 방문해 "인천 신항 건설을 예정대로 추진하고 예산도 차질없이 지원하겠다"는 말을 잇달아 흘리자 4일 고현철 선관위원장 명의로 한승수 국무총리에게 '공무원의 선거중립 의무 등에 관한 협조요청'이라는 제목의 공문을 발송했다.

 

"선거가 실시되고 있는 예민한 시기에 고위 공직자가 특정 지역을 연이어 방문해 지역개발 및 예산지원을 거듭 약속하는 것은 경우에 따라서는 공무원의 중립의무를 규정한 공직선거법 제9조와 공무원이 선거에 영향을 미치는 행위를 금지한 같은 법 제86조에 위반될 수 있다."

 

선관위는 "선거일까지는 공무원이 꼭 필요한 경우가 아니면 지역 출장이나 지역개발 등과 관련한 발언을 자제하도록 각 부처에 특별히 강조해 선거법 위반 시비가 발생하지 않도록 적극 협조해 달라"고 요청했다.

 

그러나 이 대통령의 은평뉴타운 방문이 선거를 앞둔 예민한 시점에서 '꼭 필요한 방문'이었는지는 논란거리가 될 만하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경우 2004년 '여당 지지' 발언이 선관위의 '선거법 위반' 판정을 받은 것이 빌미가 돼서 국회로부터 탄핵소추까지 당한 일이 있다.

 

야당 "대통령이 법을 무시하고 선관위를 무력화시켜"

 

민주당과 창조한국당 등 야당들은 "이 대통령이 노골적으로 관권선거를 획책하고 있다"고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민주당 차영 대변인은 "이를 결코 좌시하지 않을 것이며, 선관위에 고발하겠다"고 밝혔다. 창조한국당도 이번 사안을 선관위에 고발하기로 했다.

 

박선숙 민주당 총선기획단장은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대운하 행동대장' 이재오 후보의 선거 패배가 예상되자 어떻게 해서라도 그를 살려서 대운하를 끝까지 밀어붙이겠다는 대통령의 뜻으로 해석할 수밖에 없다"며 "측근을 살리려고 대통령이 내놓고 선거운동을 해서야 되겠나? 이 정도면 선관위는 안중에 없다는 태도"라고 비난했다.

 

그는 "참여정부 시절에 대통령의 선거운동이 공무원의 중립 위반이라는 결론을 선관위가 여러차례 내린 바 있고, 어제 선관위가 재차 공문까지 보낸 마당에 대통령이 이를 묵살하고 측근 지역구 시찰에 나선 것은 법을 무시하고 선관위를 무력화시키는 행위"라며 "대통령부터 법을 지켜야 하는데, 대통령이 이러니 여타 정부기관과 공무원들까지 선거운동에 나섰다는 얘기가 나오는 게 아니냐"고 개탄했다.

 

창조한국당 김석수 대변인도 "이 대통령이 은평뉴타운 건설현장을 방문한 것은 명백히 선거법과 공무원법을 위반한 불법행위"라며 이 대통령의 '선거 개입'을 규탄했다.

 

김 대변인은 "대통령은 공무원 중의 공무원으로서 선거운동 기간에 선거운동으로 오해받는 일을 해선 안된다는 것이 노무현 대통령을 탄핵했던 한나라당의 입장이었다"며 "이명박 대통령이 민감한 선거운동기간에 특별한 사유없이 은평뉴타운을 방문한 것은 누가 보더라도 현 정권의 2인자인 이재오 의원을 구하기 위한 선거개입"이라고 지적했다.


태그:#18대총선, #이재오, #문국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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