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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대 초입일까. '비가 오면 그대에게 전화하고 싶다'는 '정민기'의 시집이 있었다. 베스트 셀러였다. 부산에서 발행된 시집이 베스트 셀러가 된 것은 한국 출판계의 혁명에 가까운 일이었다. 정말 이 시집의 제목은 청춘남녀의 사랑의 심리를 압축하고 있다.
 
부산의 '신촌'이라고 일러지고 있는, '경성대 &부경대'전철역 앞은, 또 유하 시인의 시집 제목처럼 바람 불면 가고 싶은 압구정동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그런 거리다. 
 
주위에 대학이 서너 개 있기 때문에 젊은층이 많이 모이고, 이 전철 역 부근에는 정말 진귀한 인테리어와 가격이 파격적으로 싼 음식점 등이 많다.
 
3000원에 라면과 차는 원하는대로 마실 수 있는 음식점도 있고, 외국에 굳이 안가도 세계 여러나라의 음식을 맛 볼 수 있고, 또 각 나라의 특색 있는 풍물과 악세사리 등을 살 수 있고, 구경만 해도 괜찮은 다양한 음식점과 다방 등 괜찮은 옷 가게, 서점 등이 있는 거리다.  
 
지인으로부터 봄비가 내린다고, 부름을 받았다. 열 일을 제쳐 놓고 나갔다. "이봐, 내가 인도 구경 시켜 줄게." 그 한 마디에 불문곡직하고 집을 나섰다. 요즘은 이상하게 비가 자주 내리고, 2주 동안 비가 심심잖게 뿌려서, 공연히 마음도 울적했던 것이다.
 
지인이 안내한 곳은 '경성대 & 부경대'(전철 안내 방송처럼)' 역 앞의 '아유타'란 레스토랑이었다. '아유타'는 그 옛날 허황후의 고향이 아니던가. 
 
9시 반이 휠씬 넘었으나, 손님은 너무 없었다. 천정에 매달린 별 모양의 등이 마치 열대지방에서만 볼 수 있는 십자성처럼 반짝거리고 있었다. 지인은 나만 부른 것이 아니었다. 지인의 지인이 와 있었다. 음악은 인도 음악이 흘렀다. 인도 음악에 대해서는 아는 것이 없으니 제목을 모르지만, 은은히 향불처럼 고요했다. 피리 소리 같기도 했다.
 
그런데, 세상에나 인도 복장을 한 웨이터가 무거운 '물담배' 기구를 가지고 왔다. 외국 여행을 하지 않으면 볼 수 없는 진귀한 물 담배와 알록달록한 촛불들이 탁자 위에 밝혀졌다. 세 사람 다 물 담배는 난생 처음 보는 지라, 한참을 웨이터가 애써서 설명했다. 그러나 설명을 들어도, 세 사람 다 실패하고, 헛 기침만 했다. 그러다가, 물담배를 태우기 위해 피운 숯불이 그만 꺼져서 구경하는 것으로 만족했다.  
 
세 사람 모두, 약간은 아쉬운 얼굴로, 신문이나 인터넷으로  '물담배'에 대한 이야기는 들었지만, 직접 눈으로 보았으니 만족해야 한다고, 하하 호호 웃었다. 그리고 '터번'을 돌아가면서 머리에 써 보기도 하고, '차도르'도 써 보고, 사진도 찍어 보았다. 오랜만에 세 사람은 소녀로 돌아가서 호호 깔깔 웃고 떠들다 보니, 웨이터 아저씨 왈, 문 닫을 시각이라고 했다. 시간을 보니 자정이 가까웠다. 지하철이 끊어질 시각이라 모두 부산히 일어섰다.
 
청춘은 향기다. 청춘은 힘이다. 청춘의 명령이라고 누구나가 이해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아무리 무리한 일이라도 그것이 청춘의 입을 통하여 나오면 당당한 명령으로 성립될 수 있듯이 청춘의 명령은 청춘을 가진 사람만이 그것을 감행할 수 있는 것이다.
'청춘의 윤리'-'정비석'
 
 

사실 인도가는 길은 '통도사'에서 갈 수 있다는, 말이 있다. 통도란, 다 통하는 길을 이르기도 하지만, 불교에서의 '통도'는, 인도를 이른다고 한다.

 

부산에서 전철 타고, '아유타국'에 갔다 왔다고 흐뭇하게 생각하니, 마음이란 재미 있는 구석이 있다. 젊음의 거리, 그리고 청춘의 거리라고 일컬어 지는 '경성대& 부경대'역이 된 것은, 어느 한 대학만 지칭해서, 지하철 안내 방송을 한다는, 반대에 의해 두 대학의 이름을 함께 지칭해서,'경성대& 부경대' 전철 역이라는 점도 무척 재미 있다.

 

이곳은, 그러나 꼭 젊은이들만 모여들지는 않는다. 가격대가 싸서 서민층이나 샐러리맨 등 다양한 사람들이 물결치는 공간이다. '사랑은 비를 타고' 내리듯, 비가 오는 날은 더욱 봄향내처럼 청춘의 땀냄새가 흐르는 거리이기도 하다.   

 

태그:#인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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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 곧 인간이다고 한다. 지식은 곧 마음이라고 한다. 인간의 모두는 이러한 마음에 따라 그 지성이 나타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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