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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종덕!

 

오늘 자네를 땅에 묻고 텅 빈 교무실에 들어와 이 글을 쓰네. 지금 당장이라도 앞자리에서 자네가 반갑게 인사를 할 것 같은 착각이 드는 건 아직 자네를 하늘나라로 보낸 사실을 믿고 싶지 않은 우리들의 마음일 거야.

 

그제 밤늦게 비보를 접하고 우리는 모두 충격에 빠졌었네. 아! 우리도 자네처럼 한순간에 비명횡사할 수 있구나 하는 죽음에 대한 두려움과 자네를 옆에서 더 도와주지 못했다는 자책감과, 한번도 손사래 저은 적 없이 묵묵히 자신의 일을 해온 자네와의 이별에 대한 서글픔과, 해결되지 않는 대한민국의 입시지옥의 문제에 대한 분노와, 당신이 남겨두고 간 마누라와 고2 중1짜리 두 딸을 보는 슬픔과, 인문계 고등학교 고3 담임이 마치 전쟁터의 총알받이 처럼 소모되는 현실을 향한 울부짖음과, 하여튼 말로 다 표현할 수 없는 만감이 교차하고 또 교차하였네.

 

그래도 어쩌겠나 자네는 이미 이 세상 사람이 아닌 걸. 비록 자네는 떠났을지언정 우리 교육의 암울한 현실은 그대로 존재할 것이고 그 짐을 우리는 또 지고 가야하네. 자네같은 일꾼이 없어져서 우리가 져야 할 짐의 무게가 더 크게 느껴지는 건 나만이 가지는 감정은 아닐거야.

 

야! 이 바보야.

 

아무리 고3 담임이라고 해도 매일같이 밤 12시까지 남아있는 건 당신의 몸과 당신을 바라보는 가족에게 큰 죄를 지어온 거야. 자네가 고3 담임을 8년 하는 동안 자네의 귀여운 두 딸은 마치 아빠없는 아이처럼 자라서 벌써 고등학생이 되어 있구만.

 

이제 자네 마누라와 두 딸은 어디에 의지를 하며 살아가야 하냐구? 자네가 그렇게 일찍 가는 바람에 교육경력이 연금을 탈 수 있는 년수가 된 것도 아니고 이제 어쩌란 말이냐? 그렇게 허망하게 갈 수가 있는 거냐고?

 

충북고에서 예성여고로 예성여고에서 청주여고로 청주여고에서 다시 충북고로 왜 그렇게 인문계 고등학교만 고집했나. 그러다 보니 황금의 중년세월이 훌쩍 지나가 버리지 않았나.

중학교로 내려가 테니스도 좀 치면서 여유롭게 살지 그랬어. 당신이 좋아하는 낚시도 한 번 못 가보고 토요일 일요일도 없이 그렇게 살다 그렇게 가야했나.

 

당신의 죽음 앞에 덩그러니 남겨진 우리. 이제 남아있는 우리는 당신의 희생이 점수도 못내는 희생타가 되지 않도록 풀리지 않는 실타래. 대한민국의 입시지옥을 하나씩 하나씩 풀어나가도록 노력할테니 부디 당신은 하늘나라에 가서라도 좀 편하게 편하게 지내시길.

 

이천팔년삼월삼십일 우표없는 편지를 쓰다

덧붙이는 글 | 충북고등학교 백종덕 선생님이 3학년 자율학습 감독 중 심장마비로 운명해 동료 입장에서 작성합니다.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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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대한민국 교사로 산다는 것'의 저자 김재훈입니다. 선생님 노릇하기 녹록하지 않은 요즘 우리들에게 힘이 되는 메세지를 찾아 떠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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