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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양 혜진·예슬양 유괴 살해사건 용의자 정모(39)씨가 검거되고 범행동기와 방법 등을 자백했다. 혜진양은 이미 영결식을 치렀지만 예슬양은 안타깝게도 아직 시체 일부를 찾지 못해서 하늘나라로 보내주지 못하고 있다.

 

혜진·예슬양 모친은 몸져누웠다는 풍문이다. 감당할 수 없을 만큼의 아픔이었을 것. 육신이 아프지 않은 것이 도리어 이상한 일이다. 피의자 정씨가 안양 경찰서에서 수원지검으로 송치된 후 뜨거웠던 취재열기도 사그러들고  분노에 치를 떨던 안양 시민들도 서서히 안정을 찾아가는 모습이다.

 

이제 외양간 고치는 일이 남았다. 소 잃은 다음에 외양간 고쳐서 무엇하냐고 반문하는 분도 있을 터. 틀린 말은 아니다. 소 잃기 전에 외양간 고치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 허나 이미 소를 잃은 상황이면 왜 잃어 버렸나 철저히 분석하고 다시 잃어버리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이는 것도 중요하다.

 

외양간 고치는 일도 의미 있는 일

 

사형제 폐지하지 말아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당연하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천사들을 무참히 살해한 살인귀에게 인권은 무슨 얼어 죽을 인권인가! 평소 '인권' 중요하다고 술자리에서 목청 깨나 높이던 처지지만 "저런 놈에게도 인권 이란 것이 필요한가?" 라는 후배 질문에 아무런 대답도 할 수 없었다.

 

허나, 대안은 아니다. 사형제 존치가 결코 외양간 고치는 일은 될 수 없다. 이유는 간단하다. 중국을 보면 알 수 있다. 중국에서는 어지간한 범죄자는 총살된다. 해마다 무수히 많은 범죄자가 총살되지만 범죄는 끝없이 계속된다. 왜? 중국에서는 범죄자가 총살되어도 기상천외한 범죄가 끝없이 일어나는 이유는 무엇인가?

 

반면 선진국은 사형 제도를 폐지했어도 범죄가 일어나지 않는다. 왜? 어떤 나라는 총살을 시켜도 범죄가 일어나고 어떤 나라는 사형 제도를 폐지해도 범죄가 저절로 근절되는가?

 

공동체 내부 자정장치가 작동하는 나라와 작동하지 않는 나라의 차이다. 선진국에는 수준 높은 복지 정책 등으로 공동체 내부 자정장치가 작동된다. 또, 공동체 의식도 생긴다. 사회적인 문제에 대한 연대 책임 의식이 사회 전반에 퍼져 있는 것이다.

 

사형제 존치가 대안은 아니다

 

외양간 고치는 일은 경찰과 안양시에서도 추진 중이다. 경찰청은 '아동·부녀자 실종사건 종합대책'을 발표하고 법무부도 성폭력 범죄자 조기 검거를 위해 DNA DB(유전자정보 데이터베이스) 구축을 밝혔다.

 

사건이 발생한 경기 안양시를 비롯 인근 지자체들도 예방 대책에 나섰다. 안양시는 '위기청소년안전망' 구축과 방범CCTV 설치 확대에 나서고 군포시는 CCTV 120대 그물망 설치 및 방범관제센터 24시간 운영, 의왕시는 관내 경찰서 신설을 강력 추진하는 등 움직임이 바쁘다.

 

칭찬할 일이다. 과연 믿음직한 우리 경찰과 관청답다. 허나 근본적인 대책은 아니다. 국민들 불안감을 해소하겠다는 고육책이다. 

 

경찰·지자체 발빠른 대응은 칭찬할 일, 그러나...

 

원인 분석을 해야 한다. 희대의 살인범은 '사이코 패스'일 가능성이 높다. 사이코패스는 사람을 끔찍하게 살해하고도 아무런 죄의식을 느끼지 못하는 증상이다. 사이코 패스는 선천적으로 타고나지만 그 발현은 후천적 환경에 의해 결정된다고 사이코 패스 권위자 로버트 헤어(범죄 심리학자) 박사는 말한다.

 

사이코 패스로 판명된 연쇄살인범 유영철을 살펴보자. 알콜 중독자인 아버지는 그를 자주 때렸는데, 그나마 유영철이 중학교 1학년 때 정신분열성 간질환으로 세상을 떠나고 만다. 그 후 홀어머니 밑에서 불우한 어린 시절을 보낸다.

 

1975년 17명을 살해하고 3명에게 중상을 입혔으며 한 명은 미수에 그친 김대두(25)는 영양실조와 애정결핍, 불안, 스트레스 등으로 몸이 허약하고 다소 발달 장애를 겪었다. 심영구, 조경수와 김태화, 지춘길, 황영동, 지존파, 온보현, 정두영, 김경훈, 정남규 등 연쇄살인범 대다수가 궁핍하고 폭력적인 환경에서 성장하거나 어머니로부터 버림을 받았다.

 

안양 혜진·예슬양 살해 피의자 정모씨도 마찬가지다. 초등학교 때 부모가 이혼, 계모 슬하에서 늘 버림 받을까 두려움에 시달렸다고 전한다. 이들 모두의 공통점은 가정의 경제적 형편이 좋지 않았다는 점이고 유영철과 피의자 정씨는 아버지와의 사별과 부모의 이혼으로 결손 가정에서 자라났다는 점이 닮았다. 

 

원인은 나왔다. 사이코 패스는 가정이 해체되면서 태어난 '기형아'라는 것이 판명된 것이다. 경제적인 어려움, 부모의 이혼, 어린 시절에 당한 폭력 등이 이들의 사이코 패스 기질을 발현시켰던 것.

 

사이코 패스는 가정이 해체되면서 태어난 '기형아'

 

그렇다면 해답은 무엇인가?  간단하지만 어렵다. 가정이 해체되지 않도록 지켜주는 것이다. 누가? 당연히 우리 모두가 해야 할 일이다. 사회구성원 모두가 연대책임을 지고 가정이 해체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

 

그런데 큰일이다. 사회 양극화가 심해지면서 가정이 점점  빠르게 해체되고 있다. 경제 문제 때문에 이혼 하는 비율이 점점 높아지고 있는 것. 어떻게 해야 하나? 어렵지 않다. 양극화를 줄여주면 된다. 수준 높은 복지 정책을 펴서 경쟁에서 밀려난 사람들에게도 존엄성을 잃지 않고 살아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또, 무한 경쟁에서 오는 피로감을 줄여주어야 한다. 우리 사회는 태어나면서부터 경쟁을 유도한다. 그러다 보니 점점 인간미도 떨어지고 개인주의적 성향만 강해진다. 그러면서 서로를 차별한다. 돈, 학력 , 외모 등으로. 

 

어떻게 해야 하나? 간단하다. 차별하지 않고 서로 연대하며 살아가는 법을 아이들에게 교육시키면 된다. 무엇으로? 인간다운 인간을 길러내는 수준 높은 전인 교육 시스템으로…!

 

문제는 우리 사회가 현재 사이코 패스 출현을 막는 방향으로 가고 있느냐는 것이다. 안타깝게도 우리 사회는 계속 거꾸로 가고 있다. 갈수록 양극화는 심해지고 경쟁도 치열해 지고 있다. 이 문제 어떻데 해야 하나? 이것이 혜진이와 예슬이가 우리에게 던져준 숙제다. 어렵더라도 우린 이 문제를 풀어야 한다. 이것이 어린 넋들을 위로하는 길이다.

덧붙이는 글 | 안양뉴스 유포터 뉴스에도 실렸습니다.


태그:#혜진 예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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