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감 넘치는 스포츠, TV로 보고 있기만 하니 좀이 쑤시지 않으신가요? 선수들처럼 멋지게 그라운드를 뛰어보고 싶지 않으신가요? '스포츠, 이제 즐기자!' 기획은 '보는 스포츠'에서 '즐기는 스포츠'로 옮겨 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담습니다. 순수 아마추어 선수들의 고군분투 '스포츠 도전기'를 보여드립니다. 이들의 땀 흘리는 모습에 감동 받은 당신! 이 '즐기는 스포츠'에 동참해 보시는 건 어떨까요? [편집자말]
 체육관 전경

체육관 전경 ⓒ 이충섭


'나비처럼 날아서 벌처럼 쏘는' 무하마드 알리, '4전5기' 홍수환, '돌주먹' 김태식, 18차 방어 기록의 '귀여운 악마' 유명우, '핵주먹' 타이슨, 신이 빚은 복서 차베스, '골든 보이' 호야….

이 전설적인 복서들의 짜릿한 경기를 본 적이 있는가. 이들의 강펀치에 매료된 사람이라면,  선수들처럼은 아니더라도 복싱을 한번 배워보고 싶다는 생각을 한번쯤은 해봤을 것이다.

영화 속 주인공처럼 깡패들을 만나도 겁을 내기는커녕 오히려 이 순간을 기다렸다는 듯 멋있게 싸우는 장면의 주인공을 꿈꿔보지 않은 남자가 어디 있을까?

그런 사춘기 시절의 호기도 이젠 아련한 추억이 된 나이에 들어서도 복싱을 배우고픈 마음이 가끔 찾아들 때가 있다. 슬슬 배가 나오는 아저씨 몸매를 탈피하기 위해서 이왕 운동을 할 바에는 다이어트 효과 만점이라는 복싱을 해보고 싶은 생각에 인터넷도 검색해 보기도 한다.

하지만, 왠지 거칠고 무서울 것 같은 복싱 도장의 문턱을 넘기가 생각보다 쉽지 않다. 괜히 복싱을 배우러 갔다가 코피가 터지고 눈두덩이 찢어져서 흉터가 생길까 하는 걱정도 든다. '동작만 배우는 것만으로도 충분하고 서로 싸우는 스파링까지는 안 하겠다'고 해도 되는지, '그럴 거면 아예 배우러 오지 말라고 면박이나 당하진 않을까' 이런저런 망설임이 들기 때문이다.

설령 용기를 내서 체육관을 찾았다 해도 얼마 동안 어떤 기술을 배워나갈지에 대한 궁금증이 그리 속 시원하게 풀리지 않는다. 복싱을 배우고자 하는 이들을 위해서, 또한 이 글을 통해 복싱의 매력을 한번 구경해볼 기회가 되길 바라며 소개 하고자 한다.

어라? 복싱이 안전한 스포츠라고?

 군살없는 몸매만들기엔 복싱이 최고!

군살없는 몸매만들기엔 복싱이 최고! ⓒ 이충섭



직업 선수가 아닌 생활체육으로서의 복싱은 많은 그 어떤 종목보다도 장점이 많다. 적은 시간에 효과적인 운동효과를 볼 수 있는 것과 집중력과 극기력 향상, 스트레스 해소 등 정신 건강에도 많은 도움이 된다.

뿐만 아니라 그 어떤 종목에 대비해서 저렴한 비용으로 접할 수 있고, 부상의 위험이 적다는 것이다. 복싱이 부상의 위험이 적다는 말에 좀 고개를 갸우뚱 하겠지만, 복싱 동작은 아무런 인위적인 도구(라켓·클럽·배트·검 등) 없이 맨 몸으로 이루어내는 것이다. 그리고 이 동작은 인류가 생존을 위해 맨 몸으로 싸워야만 했던 수십만년 전부터 만들어진 본능적인 동작이기 때문에 그 어떤 운동보다 안전한 것이다. 

그래서 복싱이야말로 인간이 만들어 낼 수 있는 가장 아름다운 '육체의 예술'이라고 말한다. 링에 올라 싸우는 것으로 직업을 삼지 않더라도 복싱을 배우다 보면 어느덧 자신의 피가 뜨거워지는 것을 분명히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체크 포인트 ①] 복싱 체육관 고르기

복싱 체육관은 전국에 약 500 곳 이상 있다. 인터넷 검색으로 충분히 찾을 수 있다. 전국 복싱 체육관 주소록을 보여주는 블로그에서도 쉽게 찾을 수 있다. 체육관을 직접 방문하게 된다면 아래 사항을 체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 운영시간 (오전 시간대에 운영하지 않는 곳이 있다. 출근길에 운동을 할 계획인 사람은 고려해야 한다)
- 샤워실·탈의실 유무 및 청결도, 개인사물함 유무
- 입관비·월회비 (입관비를 받는 곳이 대부분이며, 월회비는 5만~10만원. 3개월 이상 등록시에는 20~30% 할인 혜택이 있을 수 있다)
- 코치와의 면담 (실력과 가르치는 것은 별개라고 봐야 한다. 초보자에겐 과묵한 코치보다는 친절하고 말이 많은 코치가 도움이 된다)

복싱을 누가 배우는가? 왜 배우는가?

막상 복싱 체육관에 들어서면 생각보다 훨씬 더 다양한 계층과 연령대의 사람들이 땀을 흘리고 있는 모습에 놀랄 것이다. 회사원·학생·주부·의사·대학교수·초등학교에도 입학하지 않은 꼬마에서부터 60대의 할머니의 모습까지 볼 수 있다.

유치원과 초등학교를 다니는 두 아들과 함께 네 식구가 매일 아침 체육관을 찾는 40대 부부도 있고, 복싱선수를 배달원으로 둔 음식점 사장님이 그 종업원의 성실함과 패기 반해 운동을 시작한 경우도 보았다. 또한, 반강제적으로 직원까지 데리고 운동을 나오던 중소기업체의 50대 여자 사장님도 기억이 난다.

복싱을 배우게 된 사연도 제각각이다. 다이어트를 위해 혹은 날렵한 복근을 만들기 위해 20~30대 여성들도 있고, 군 입대를 앞두고 허약한 체력을 기르기 위해 체육관을 찾는 대학생도 적지 않다. 이런 이유로 뒤늦게 복싱에 입문했다가 제대 후에 한국 챔피언에 등극한 케이스가 이재성 선수이다.

 초등학생 고사리 손의 원투가 매섭다

초등학생 고사리 손의 원투가 매섭다 ⓒ 이충섭



또한 몸을 만들기 위해, 혹은 맡은 배역을 소화해 내기 위해 복싱을 배워야만 한다고 찾아오는 연예인도 적지 않다. 여자 가수 서문탁씨는 가수 데뷔 전에 다이어트와 체력 향상을 위해 복싱에 입문했는데 줄넘기 2단 뛰기를 200회 이상 했을 정도로 엄청난 체력과 근성을 가졌던 것이 기억난다.

신화의 멤버 김동완씨도 바쁜 일정 중에 복싱 체육관을 찾기 위해 퇴근 시간 승용차 대신 손수 오토바이를 몰고 열심히 체육관을 찾았고, 가수 김종국씨도 엄청난 노력과 성실함으로 복싱에 매진했던 것이 기억난다.

내가 복싱 체육관을 찾은 이유는 간단하다. 사춘기 시절 인상 깊게 보았던 영화 <록키>에게 반했기 때문이다.

'과연 복싱 체육관에는 어떤 사람들이 찾아와서 운동을 하고 있으며, 영화에서와 같이 삶의 새로운 돌파구를 위해 처절하게 땀을 흘리는 상황이 지금도 실제로 존재할까? 만약 그렇다면 그들 틈에서 같이 운동하는 것만으로도 새로운 에너지를 얻지 않을까' 하는 심정이었다.

자, 이제 이런저런 이유로 어렵사리 복싱 체육관의 문턱을 넘었다면, 이제는 복싱을 열심히 배워보는 일이 남았다. 운동화만 준비됐으면 입관한 그날부터 맨 주먹으로 배울 수 있는 것이 복싱이지만, 준비해야 할 최소한의 장비들이 있다.

[체크포인트 ②] 복싱 장비

장비 구입에 관해서는 다른 그 어느 종목보다 저렴하고 간단하다. 평소 입던 운동복과 신발이면 충분하고 그저 붕대, 줄넘기 및 연습용 글러브 외에 다른 장비가 필요 없기 때문이다.

물론 스파링을 하는 수준에 이르러서는 마우스피스가 추가된다. 다른 사람과 공동으로 쓰는 것보다는 자기 자신만의 시합용 글러브나 헤드기어를 고집하는 사람도 있지만, 일단 스파링을 할 수준에 도달한 뒤에 고민할 일이다. 근처 체육사에 가면 쉽게 구할 수 있고 대략적인 용품 가격은 다음과 같다.

 샌드백 글러브, 붕대, 줄넘기

샌드백 글러브, 붕대, 줄넘기 ⓒ 이충섭



- 줄넘기 : 2000~1만8000원 (유명브랜드 N사에서 판매하는 것뿐만 아니라, 동네문구점에서 파는 제품도 나쁘지 않다)
- 붕대 : 5000~1만원 (3.5~ 4.5m, 외국 제품이 국산 보다 긴 경향이 있지만 너무 길어도 감기 불편하다. 3.5m 이상만 되면 충분)

 다양한 종류의 신발

다양한 종류의 신발 ⓒ 이충섭



- 신발 : 4만5000~10만원 (복싱화의 특징은 밑바닥이 얇고 쿠션이 거의 없는 것이다. 최근에는 발목부분이 짧아지는 추세)
- 샌드백 글러브 : 2만~7만원 (인조가죽, 소가죽 등 재질의 차이)
- 마우스피스 : 5000~2만5000원 (대개는 윗니만을 덮는 것을 쓴다. 아랫니까지 보호하는 제품은 호흡할 때 불편해서 많이 쓰지 않는다)

간단한 장비만 준비되면 당신도 이제 권투장에 들어갈 수 있다. 물론 복싱에 대한 '열정'까지 있다면 더 좋다.

이어지는 기사에서는 복싱 기술에 대해 소개하고자 한다. 복싱 기술은 잽·스트레이트·훅·어퍼컷 등의 공격 기술과 더킹·위빙 등의 수비기술이 종합적으로 연결되어 이루어진다.

체육관에서 운동을 시작하는 첫날 배우는 줄넘기부터 위의 기술들을 4전5기의 신화 홍수환 선생님의 감수와 한국챔피언 출신의 백승원 선수의 시범동작 화보를 통해 소개할 예정이다.

 네 식구 모두 매일 아침 복싱으로 하루를 엽니다

네 식구 모두 매일 아침 복싱으로 하루를 엽니다 ⓒ 이충섭


복싱 생활체육 백승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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