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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기선 의원, 최순영 의원, 이사철 전 의원(왼쪽부터)
 배기선 의원, 최순영 의원, 이사철 전 의원(왼쪽부터)
ⓒ 조정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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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한 것이 뭐 있나요? 물가가 계속 오르고 있는데, 안정되었으면 하는 바람이지요."

부천시청 근처에서 음식점을 하고 있는 이유경씨의 말이다. 역시 서민들의 최근 화두는 '물가안정'. 전형적인 신도시로 알려져 있는 부천 원미을 선거구의 경우 중산층이 두텁지만, 저소득층과 소외계층도 상당수 살고 있다. 지역 특성상 유동인구가 많고 부동산가격이나 주거생활과 밀접한 관련을 가진 사항들에 대한 기대가 높은 편. 원미을 선거구는 지난 92년 형성된 중 1·2·3동, 2002년에 들어선 상1·2·3동과 약대동일대다.

오는 4월9일, 부천 원미을 지역구에서는 총 4명의 후보가 '18대 국회의원' 자리를 놓고 혈전을 벌일 예정이다. 특히 지난 2004년 이 곳에서 당선된 배기선 통합민주당 의원과 17대 민주노동당 비례대표로 당선된 최순영 의원, 이사철 현 한나라당 법률지원단 단장의 뜨거운 3파전이 예상된다. 여기에 유정하 평화통일가정당 후보도 참신성을 바탕으로 도전장을 내밀었다.

각 언론과 여론조사 기관들이 실시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이사철 한나라당 후보가 배기선 후보에 10~12% 정도 앞서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민주노동당 최순영 후보는 10%대 지지율을 보이며 두 후보를 뒤쫓고 있는 상황.

지난 20일 발표된 <동아일보-MBC> 여론조사에서 이사철 한나라당 후보는 33.7%을, 배기선 민주당 후보는 24.0%의 지지율을 보였다. 적극적 투표 의사 층에서는 이 후보와 배 의원의 지지율이 각각 41.3%, 23.2%로 나타났다. 후보 인지도는 배 의원이 83.5%로 74.5%를 얻은 이 후보를 앞섰다. 앞서 17일 발표된 <조선일보-SBS-갤럽> 여론조사에서도 이사철 후보(37.6%)가 배기선(28.0%) 후보를 10% 정도 앞섰다.

이미 얼굴 알리기와 표심잡기에 나선 이들이 어떤 공약을 가지고 지역민들을 만나고 있는지, 그 현장에 가봤다.

[배기선] "네거티브에 맞서 매니페스토로 승부하겠다"

22일 '부천 FC1995 축구단'과 '경주 시민 축구단'의 개막경기를 알리고 있는 배기선 통합민주당 의원.
 22일 '부천 FC1995 축구단'과 '경주 시민 축구단'의 개막경기를 알리고 있는 배기선 통합민주당 의원.
ⓒ 조정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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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2일 오후 6시 부천종합운동장. 이날 이곳에선 'Daum 2008 K3리그 홈 개막전'이 열렸다. 경기장은 일찌감치 운동장을 찾은 부천 시민들로 북적였다. 부천 시민들은 부천에 연고를 둔 프로축구팀이 이전을 한 뒤 '경기'에 목말라 있었던 터.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궂은 날씨에도 불구하고, 많은 이들이 '부천 FC 1995(지난해 12월 창설)'를 보기위해 관람석을 지켰다.

이어 '부천 FC 1995'의 단장을 맡고 있는 배기선 의원의 개막을 알리는 목소리가 경기장에 울려퍼졌고, 시민들의 응원 목소리도 더욱 커졌다.

이날 배기선 의원은 개막식이 시작되기 한 시간 전에 도착해 경기를 앞둔 관계자들을 격려하고 있었다.

"네거티브에 맞서 매니페스토로 승부하겠다."

배 의원이 18대 총선 출마를 선언하면서 밝힌 슬로건이다. 개막식 시작에 앞서 잠시 짬을 낸 배 의원에게 선거공약에 대해서 들어봤다.

배 의원은 지역구 현역의원이라는 점을 내세워 "이미 건설 중인 지하철 7호선이 예산 부족으로 지연되고 있는데, 국비를 확보해 조기 완공하고 상습 정체 도로인 상동 외곽순환도로의 하부공간을 지하 차도화하겠다"는 공약을 제시했다. 이어 "외곽순환고속도로의 소음과 분진에 대해서도 철저하게 검사해 개선 방법을 강구하겠다"며 "환경개선을 위해 녹지공간을 조성하는데 주력을 하겠다"고 덧붙였다.

친선 게임에 참석한 부천 FC 선수·경주 시민축구단과 기념촬영하는 배기선 의원.
 친선 게임에 참석한 부천 FC 선수·경주 시민축구단과 기념촬영하는 배기선 의원.
ⓒ 조정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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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편리하고 쾌적한 지역을 만드는 것 외에 '복지'에도 관심 가질 것이란 의견을 피력했다. 특히 "노약자·장애인·어린이·극빈자 등 국가가 공동체적 사명감을 갖고 돌봐야할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또 "부자들의 기부문화가 활성화 되고 자원봉사의 저변이 확대되면 저소득층의 국민들도 소외감에서 다소 해방될 것"이라고 말했다.

부천 원미 보건소에서 만난 김정희(70·중2동) 할머니는 "배기선 의원은 그동안 우리 지역을 위해서 많은 일을 했고 공헌한 바도 크다"며 "한나라당에서 대통령이 나왔으니, 한나라당을 견제할 수 있는 민주당 배기선 의원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배기선 통합민주당 의원은 16대 문화관광위원회 위원장과 예결특위위원, 법사위원, 국방위 간사를 지냈고 현재 17대 통일외교통상위원회 소속으로 남북평화통일특별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다.

[이사철] 1승2패... 이번엔 승리할 수 있을까

부명정보산업고등학교에서 친선게임을 하고 있는 배드민턴 동호회 회원들과 한나라당 이사철 전 의원이 담소를 나누고 있다.
 부명정보산업고등학교에서 친선게임을 하고 있는 배드민턴 동호회 회원들과 한나라당 이사철 전 의원이 담소를 나누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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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6년 15대 총선에서 한나라당 의원으로 여의도에 입성한 이사철 전 의원. 이후 당 대변인을 거친 그는 현재 한나라당 법률지원단 단장을 맡고 있다. 배기선 의원과 3번의 대결에서 2번의 고배를 마신 그지만, 이번 총선에 임하는 자세는 남달랐다.

총선을 앞두고 표심 잡기에 주력하고 있는 이사철 후보가 지난 23일 낮 12시경 지역주민들을 만나기 위해 원미구 중1동 부명정보산업고등학교 체육관을 찾았다.

체육관 안은 휴일을 맞아 동호회 활동을 나온 이들로 북적였다. 40~50명 정도의 배드민턴 동호회 회원들이 삼삼오오 모여 친선게임을 하며 여가를 즐기고 있었던 것. 이 후보는 한 사람, 한 사람에게 악수를 청하며 인사를 나누기 시작했다. 부천에서 나고 자란 이 후보라서 그런지, 간혹 지인들의 모습도 보인다.

한바탕 친선게임을 치른 동호회원들은 흠뻑 젖은 운동복 차림으로 이 후보에게 인사를 건넸다. 그들은 "클럽에 가입하겠다"는 이 후보에게 "환영한다, 지역 일꾼으로서도 부족함 없이 열심히 하길 바란다"며 "처음 가입비는 10만원이다, 들어올 때 회비도 꼭 챙겨와달라"고 말해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한나라당 이사철 전 의원이 동호회에 가입하겠다는 약속을 하고 회원들과 즐거운 한때를 보내고 있다.
 한나라당 이사철 전 의원이 동호회에 가입하겠다는 약속을 하고 회원들과 즐거운 한때를 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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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체육관에서 만난 상2동에 사는 곽아무개씨는 "이번에 당선되면 지하철을 빠른 시일 내에 완공할 수 있도록 힘써 달라"고 당부했다.

부천 원미을에서 가장 시급한 현안은 '교통체증'. 때문에 지하철 7호선이 언제 개통되는지가 이곳 주민들의 가장 큰 관심사다. 이 후보 역시 '지하철 완공 문제'가 최우선으로 해결해야할 문제라고 말했다. 이날 이 후보는 "국비 60%와 시비 40% 지원으로 빠른 시일 내에 완공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는 두 번째 공약으로 '소음벽' 설치를 내걸었다. 이 후보는 "외곽순환고속도로의 소음을 방지하기 위해 소음벽을 설치하고 고속도로 아래 공터에 스포츠 시설을 만들어 많은 주민들이 활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상동의 한 음식점에서 만난, 이사철 후보를 지지한다는 이옥자(중2동)씨는 "부천에서 태어난 사람이 지역을 위해 열심히 일할 것 같다"며 "지역을 위해서 솔선수범 하는 자세로 일할 수 있는 사람이 되길 원한다"고 말했다. 이어 부천시 재정이 부족해 지하철 7호선 건설이 지연되고 있는 걸로 알고 있는데, 이 후보가 당선되면 우선적으로 해결해 주기 바란다"고 덧붙였다.

[최순영] "지하철 문제, 정부와 견제할 수 있는 사람 택해야"

한라마을 복지회관을 찾은 최순영 민주노동당 의원을 어르신들이 반갑게 맞이하고 있다.
 한라마을 복지회관을 찾은 최순영 민주노동당 의원을 어르신들이 반갑게 맞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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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9년 YH사건을 주도했고 이후 여성의 노동환경 개선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 최순영 민주노동당 의원. 최 의원을 만나기 위해 22일 오후, 원미구 상동에 위치한 그의 사무실을 찾았다.

노크를 한 뒤 문을 열고 들어갔지만, 최 의원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아늑하고 조용한 게 여성 의원 사무실답다. 나 역시 최 의원과 같은 아줌마이기에, 편안한 마음으로 그를 기다렸다. 잠시 뒤 최 의원이 문을 열고 들어온다.

"아들놈 양복이 없어 양복 사느라 좀 늦었습니다."

첫 만남이었지만, 친숙함이 느껴졌다. 그의 입을 통해 나오는 '공약'은 딱딱한 것이 아닌, 살아가는 데 꼭 필요한 것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그가 첫째로 내세운 공약은 교육 관련. "공교육이 제대로 서야 나라가 서고 나라가 바로 서야 미래 희망도 보인다"고 목소리를 높인 최 의원은 "등록금 인상으로 인해 고통 받고 있는 서민들을 위해, 특성화된 대학과 국공립 대학을 많이 만들어 정부에서 지원을 해줘야 하고, 등록금 후불제에 대한 방안도 제시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가장 중요한 시기인 초·중·고 때는 인성교육이 우선시 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최 의원도 앞서 두 후보들처럼 '외곽순환고속도로 문제'에 대해 언급했다. 그는 "지역주민과 토론을 거쳐 함께 논의하고 필요하다면 하부도로를 이용해야 한다"며 "매연과 소음 등을 방지하는 방법도 연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화장터'에 대한 의견을 피력하기도 했는데, "화장터가 꼭 필요한 곳이긴 하지만, 반대하는 주민들을 이해하고 화장터가 건설되는 곳에 인센티브를 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 의원 또한 지하철 7호선의 건설 지연이 하루 빨리 해결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지하철 지연은) 정부와 경기도가 함께 책임져야 할 문제고, 그래서 반드시 정부와 견제할 수 있는 사람을 선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언제나 잊지 않고 자주 찾아와주길 부탁하는 할머니.
 언제나 잊지 않고 자주 찾아와주길 부탁하는 할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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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짬짬이 노인복지회관을 찾아 급식 배정을 하고 있다는 최순영 의원. 복지관에서 만난 한 할머니는 "선거철만 되면 행사처럼 이런 일이 있곤 하는데 최 의원께서는 언제나 변함없는 관심을 가져주시니 고맙죠 뭐…"라고 말했다.

회관에서 자주 만났던 할머니는 최 의원을 보곤 반가워하며 악수를 청했지만, 처음 나왔다는 할머니는 최 의원이 건넨 명함과 최 의원의 얼굴을 번갈아 쳐다보며 "이 양반이 이 양반 맞는겨?"라고 주위 사람들에게 물어본다. 그러자 최 의원은 "맞다, 이번에 꼭 한 번 뽑아달라"며 무릎을 꿇어 어르신께 예의를 갖췄다.

'부천의 가치를 세 배로 원미의 가치를 네 배로'라는 슬로건 아래 '부지런히' 움직이는 최 의원의 행보가 심상치 않다.

'가정의 가치 회복' 슬로건 내세운 유정하 후보

이들 세 후보 외에도 출사표를 던진 후보가 한 명 더 있다. 바로 평화통일가정당의 유정하 후보다. '가정의 가치 회복'을 슬로건으로 내건 평화통일가정당은 공천 과정에서 '기존 정치인 절대 영입 금지'라는 원칙을 내세워 화제가 된 바 있다.

부천 원미을 지역구에선 배기선 민주당 후보와 이사철 한나라당 후보, 최순영 민주노동당 후보의 3파전이 예상된다. 특히 공안검사 출신으로 한나라당 의원 시절, 보수·강성 이미지로 각인된 이사철 후보와 민주화 운동을 거친 3선 배기선 의원의 대결이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여기에 17대 비례대표였던 최순영 의원이 얼마나 선전하느냐가 표심 향방에 적지 않은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배기선 현 의원의 뇌물수수 의혹도 배기선·이사철 두 맞수의 승부에 변수로 작용할 확률이 높다. 배 의원은 대구 유니버시아드 대회와 관련, 뇌물을 수수한 혐의로 현재 대법원 확정 판결을 기다리고 있다.


태그:#격전지, #배기선, #이사철, #최순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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