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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T '글쓰기와 의사소통센터'의 글쓰기 도우미인 아만다 소벨 씨가 MIT 학생들이 즐겨보는 글쓰기 교재를 기자에게 보여주고 있다.
▲ "MIT 학생들이 즐겨보는 글쓰기 교재" MIT '글쓰기와 의사소통센터'의 글쓰기 도우미인 아만다 소벨 씨가 MIT 학생들이 즐겨보는 글쓰기 교재를 기자에게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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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인 공과대학 MIT(Massachusetts Institute of Technology)는 얼핏 생각하면 글쓰기 교육과 그다지 연관이 없을 것처럼 보인다. 그런데 MIT는 전 세계 그 어느 대학교보다도 엄청나게 많은 예산을 들여 체계적으로 글쓰기 교육을 하고 있다.

MIT ‘글쓰기와 의사소통센터’의 스티븐 스트랑 소장에 따르면, MIT가 글쓰기 교육을 강화한 1차적인 계기는 졸업생들의 건의에 있다고 한다.

“1980년 무렵에 졸업생들에게 글쓰기를 필수과목으로 지정하라는 건의를 많이 받았다. 사회에서 생존하는 데 글쓰기가 꼭 필요하다는 게 그 이유였다. 대부분 기술자와 과학자인 그들은 업무의 35% 이상이 글쓰기와 관련있다고 말했다. 그래서 MIT는 유능한 사회인을 배출하려면 글쓰기를 필수과목으로 지정하는 것은 물론 글쓰기 센터를 설립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당시 미국에는 펄듀대(Purdue University) 등 몇 군데에만 글쓰기센터가 있었다. 그래서  MIT는 펄듀대의 믹키 해리스 교수(Mickey Harris)를 비롯한 글쓰기 교육 전문가들에게 조언을 듣고 1982년에 ‘글쓰기와 의사소통센터’를 세웠다. 또한 단계적으로 글쓰기 강좌를 필수과목으로 채택했다. MIT 학생은 인문학을 8개 과목 이상 이수해야 하는데 모든 과목에 보고서 쓰기를 필수로 포함하고 있다.

MIT는 이공계 전공자들에게도 철저하게 글쓰기 교육을 하고 있다. MIT 관계자들은 "아무리 창의적인 생각이 있어도 글로(논문으로) 정확하게 쓰지 못하면 소용이 없기 때문에 글쓰기 교육을 강화했다"고 말했다.
▲ "과학기술 전공자도 글쓰기 능력이 중요" MIT는 이공계 전공자들에게도 철저하게 글쓰기 교육을 하고 있다. MIT 관계자들은 "아무리 창의적인 생각이 있어도 글로(논문으로) 정확하게 쓰지 못하면 소용이 없기 때문에 글쓰기 교육을 강화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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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문 연구와 사회 생활에 문장표현능력이 반드시 필요한데, 이것을 키우기 위해서는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하다고 보고 글쓰기 교육을 중시하기 시작한 것이다. 과학기술을 발전시킬 수 있는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있어도 이것을 정확하게 표현하여 널리 알리지 않으면 소용없다고 보기 때문이다.

스티븐 스트랑 소장은 “MIT는 학생들의 글쓰기 능력 향상을 위해 1년에 약 2백만 달러를 투입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글쓰기와 의사소통센터’는 26년째 학생들의 문장 표현 능력을 끌어올리는 데 도움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다음은 MIT대 ‘글쓰기와 의사소통센터’의 스티븐 스트랑 소장과 MIT대의 글쓰기 교육과정에 대해 나눈 e-메일 일문일답 인터뷰.

(참고로, MIT는 1865년 2월 20일 윌리엄 바튼 로저 경이 설립한 세계적인 공과대학이다. 명문 하버드대학교와 함께 미국 매사추세츠주 보스톤의 캠브리지에 있으며 세상에서 가장 선진적인 기술을 개발하고 있는 대학으로 평가받고 있다. 수많은 기업과 손잡고 세계에서 가장 많은 부가가치를 생산하는 교육기관이라고 할 수 있다.)

MIT 학생들이 쉬는 시간에 교정에서 책을 보고 있다. 언제 어디에서든지 틈만 나면 공부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 "MIT 풍경" MIT 학생들이 쉬는 시간에 교정에서 책을 보고 있다. 언제 어디에서든지 틈만 나면 공부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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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IT는 학부 필수로 의사소통 집중과목(CI:Communication Intensive)을 두고 있다. 이것은 전공을 공부하는 데 있어 가장 기본적이고 실제적인 도구인 의사소통능력, 즉 글쓰기와 말하기, 그리고 토론 및 시각적 의사소통(Visual Communication) 등을 학습하는 프로그램으로 알고 있다. 간단하게 소개해 달라.
“학생들은 4년 동안 MIT에 다니면서 1년에 적어도 한 번 ‘의사소통 집중과목’(CI)을 들어야 한다. 1학년과 2학년 과정에는 ‘의사소통 집중과목’(CI)이 인문학 과목에 포함되어 있다. 이를 CI-H라고 부른다. 3학년과 4학년 과정에는 ‘의사소통 집중과목’을 자신의 전공에서 택한다. 이를 CI-M이라고 부른다. 이 모든 과목은 수많은 전임강사와 시간강사가 주도하여 ‘글쓰기 통합과정’(WAC:Writing Across the Curriculum)이란 교과과정에 따라 진행한다. 그들은 강의 외에 학생 글을 손질하고 그들과 면담하여 글쓰기 능력을 향상시킬 수 있도록 조언한다.”

- ‘의사소통 집중과목’(CI)에서는 어느 정도 분량의 글을 쓰는가.
“학생들은 한 학기에 최소 20쪽 이상의 보고서를 써야 하고, 최소 하나 이상의 교정본을 제출한 뒤에 구두로 발표까지 해야 한다.”

- 이 과목은 어떻게 개설하나.
“교수위원회가 ‘의사소통 집중과목’에 들기 원하는 모든 과목을 검토하여 강좌 개설 여부를 결정한다. 의사소통 집중과목의 모든 코스는 이러한 요구조건을 충족하고 있는지 2~3년에 한 번씩 검토받아야 한다.”

- 이 프로그램을 필수과목으로 선택한 이유는 무엇인가.
“한 연구에 의하면, 학생들에게 ‘신입생 글쓰기’ 강좌를 필수과목으로 하여 한 학기만 듣게 하는 것은 그다지 효율적이지 않다. 1학년부터 4학년 때까지 지속적으로 글쓰기 교육을 필수로 받게 하는 것이 좀더 효과적이다. 그래서 MIT에서는 ‘의사소통 집중과목’(CI)을 학부 4년 동안 해마다 최소 1과목 이상 수강하게 한다. 흥미있는 과목이 많아 대부분 4과목 이상을 듣고 졸업한다.”

- MIT에서는 입학 전에 글쓰기 능력을 평가한다고 하던데.
“신입생들은 학기 시작 전에 온라인으로 신입생 평가시험(FEE:Freshman Evaluation Exam)을 봐야 한다. 이것은 Les Perelman 박사가 고안한 방법이다. 학생들은 미리 받은 몇 개의 글을 읽고 시험 당일에 즉석으로 두 개의 글쓰기 문제를 받는다. 이 시험에서는 어느 주제에 대해 문학 비평을 하거나, 어느 주제에 대한 논쟁을 하는 글쓰기를 한다.

- 그 다음에 어떻게 하는가.
“학생들은 며칠 후에 두 편의 에세이를 제출해야 한다. 이 시험은 학문적인 내용 측정보다 글쓰기 능력을 평가하는 데 목적이 있다. 완성된 글을 제출하기 전까지 학생들은 과제물을 읽고, 초안을 만들고, 교정 볼 수 있는 시간을 며칠 받는다.”

- 평가는 어떻게 하는가.
“신입생 글쓰기 시험 답안은 여러 명의 심사관이 종합적으로 채점한다. 채점자의 상당수는 의사소통 집중과목 강사들이다. 이 시험을 통과하지 못한 학생들은 1학년 글쓰기 코스(CI HW-의사소통 집중 인문학 글쓰기 과정)를 듣는다. 다른 모든 신입생은 자신들이 흥미를 느끼는 CI H코스를 들을 수 있다. 비록 해마다 합격률이 다르지만, 약 20~25%의 신입생이 이 시험을 통과하지 못한다.”

MIT '글쓰기와 의사소통센터' 입구의 유리문에 표기한 'Writing and Communication Centert'. MIT 학생들은 어떤 종류의 글이라도 '글쓰기와 의사소통센터'에서 1대1로 첨삭지도를 받을 수 있다.
▲ "여기가 그 유명한 MIT '글쓰기와 의사소통센터'" MIT '글쓰기와 의사소통센터' 입구의 유리문에 표기한 'Writing and Communication Centert'. MIT 학생들은 어떤 종류의 글이라도 '글쓰기와 의사소통센터'에서 1대1로 첨삭지도를 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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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IT의 글쓰기교육 시스템은 학부에서 개별적으로 운용하지 않고 여러 학과와 센터, 기구들이 연합하여 진행하는 유기적인 과정이라고 들었다. 또 글쓰기 센터나 글쓰기에 관련된 학과, 그리고 글쓰기 연구기관(Program in Writing and Humanistic Studies)과 같은  뒷받침도 탄탄하다고 들었다. 그렇다면 MIT의 글쓰기교육 시스템은 미국 내의 다른 대학들과 비교할 때 어떤 특징이 있는가?
“먼저 MIT의 글쓰기 교육 체계에 대해 설명하겠다. 우리는 공학, 과학, 인문, 사회과학  등 여러 가지 전문대학원이 있다. 인문대학 내에 문학분과(다른 대학에서는 영문학과), 외국어분과와 문학분과 등이 있다. 분과 중 하나는 ‘글쓰기 프로그램’이다. 이 이름은 1990년대에 ‘글쓰기와 인문학 과정’(PWHS:Writing and Humanistic Studies)으로 바꿨다. 네 가지로 나눠 설명하겠다.

첫째, 1982년에 교무처와 인문대, 사회과학대가 내 지도로 ‘글쓰기와 의사소통센터’를 개설할 수 있도록 예산을 제공해 주었다.

둘째, 1970년 말과 1980년 초에 ‘글쓰기와 인문학 과정’(PWHS)에서는 ‘공동 과목’을 제공했다. 이것은 글쓰기 교수가 컴퓨터 공학반과 같은 여러 종류의 전공 수업 강의실을 방문하여 글쓰기 강의를 한두 번 한 뒤에 학생들의 보고서를 받아 점수를 매긴다. 이렇게 공동 개최하는 프로그램은 ‘글쓰기 통합과정’(WAC)으로 발전했다. 이 프로그램은 ‘글쓰기와 인문학 과정’에서 운영하고 있다.

셋째, ‘글쓰기 통합과정’ 담당자들은 MIT의 각 분과에서 열리는 과목 담당 교수들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협조하고 있다. 서로 협력해 가면서 글쓰기 프로그램을 시작했고, 그 속에서 학생들의 글쓰기 능력을 자연스럽게 성장시킬 수 있었다.

넷째, 교수들이 잘 협조해 주어 ‘글쓰기 통합과정’이 성장할 수 있었다. 이것이 MIT 글쓰기 교육의 장점 중 하나다. 글쓰기 통합과정 강사들은 다른 분과 교수들과 매우 긴밀하게 협조하면서 글쓰기를 지도한다. 아울러 현장과 연결된 영역 속으로 글쓰기 교육을 포함하기 위해 일한다.”

포항공대 출신으로 MIT 박사 후 과정에 속해 있는 김성재 씨(왼쪽)가 MIT '글쓰기와 의사소통센터'에서 글쓰기 도우미인 아만다 소벨씨에게 1대1로 보고서 첨삭지도를 받고 있다. MIT '글쓰기와 의사소통센터'에서는 학부생과 대학원생뿐만 아니라 박사 후 과정, 교직원, 졸업생들의 글도 꼼꼼하게 손질해 주고 있다.
▲ "이렇게 고치면 좋겠네요." 포항공대 출신으로 MIT 박사 후 과정에 속해 있는 김성재 씨(왼쪽)가 MIT '글쓰기와 의사소통센터'에서 글쓰기 도우미인 아만다 소벨씨에게 1대1로 보고서 첨삭지도를 받고 있다. MIT '글쓰기와 의사소통센터'에서는 학부생과 대학원생뿐만 아니라 박사 후 과정, 교직원, 졸업생들의 글도 꼼꼼하게 손질해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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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쓰기와 인문학 과정’(PWHS)은 무엇인가.
“‘글쓰기와 인문학 과정’은 글쓰기를 활용하여 인문학적 지식을 효과적으로 정리할 수 있도록 학문적인 기초를 쌓는 프로그램이다. MIT에서 무척 특별한 과정이다. 학생들은 소설, 시, 설명문 쓰기, 그리고 전문화된 글쓰기를 전공으로 택할 수 있다. 석사 과정에 대중을 위한 과학 글쓰기도 있다.”

- MIT가 학생들의 글쓰기 능력 향상을 위해 2004년 1년 동안 약 200만 달러를 사용했다고 들었다. 글쓰기 교육의 1년 예산은 어느 정도인가.
“예산을 많이 투자하는 것은 사실이다. 글쓰기 프로그램을 실시하려면 예산이 많이 필요하다. 하지만 정확한 액수는 모른다. 1년 예산이 약 2백만 달러라는 말을 자주 들었다. 예산은 주로 ‘글쓰기 통합과정’의 글쓰기 강사 교육을 위해 사용한다. 글쓰기센터의 예산은 ‘글쓰기와 인문학 과정’ 예산의 일부분으로 ‘글쓰기 통합과정’ 예산과 구분하여 집행한다. ‘글쓰기와 인문학 과정’은 글쓰기 프로그램과 글쓰기 센터, 글쓰기 통합과정을 제공하는 학부의 모체이다.”

- 글쓰기 교수진도 소개해 달라.
“글쓰기를 지도하는 교수진에 Anita Desai(은퇴), Alan Lightman, Ana Castillo, Helen Elaine Lee, Junot Diaz 등 세계적으로 유명한 소설가가 들어있다. 또 현재 생존하는 과학 소설가 Joe Haldeman, 수상 경력이 많은 자서전 작가 Ken Manning, 사상사 전문가인 James Paradis와 Rebecca Faery, 시인 David Barber(Atlantic Monthly의 시 잡지 편집장)도 글쓰기 교육 연구진이다. 1995년까지만 해도 하나의 분과만 있던 수사학 과정을 2006년에는 5개 분과로 나눌 정도로 교과과정이 풍부하다.”


태그:#글쓰기, #MIT, #논술, #작문, #문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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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출신 글쓰기 전문가. 스포츠조선에서 체육부 기자 역임. 월간조선, 주간조선, 경향신문 등에 글을 씀. 경희대, 경인교대, 한성대, 서울시립대, 인덕대 등서 강의. 연세대 석사 졸업 때 우수논문상 받은 '신문 글의 구성과 단락전개 연구'가 서울대 국어교재 ‘대학국어’에 모범예문 게재. ‘미국처럼 쓰고 일본처럼 읽어라’ ‘논술신공’ 등 저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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