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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내정자가 27일 국회 문화관광위원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의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내정자가 27일 국회 문화관광위원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의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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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수 한나라당 원내대표가 지난 10년간 국정을 파탄시킨 김대중-노무현 추종세력들은 이명박 새 정부의 출범을 발목잡지 말고 떠나라고 주장해 파문을 일으킨 가운데,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도 "이전 정권의 정치색을 가진 문화예술계 단체장들은 스스로 물러나는 것이 자연스럽다"고 언급했다. 

유인촌 장관은 12일 광화문 문화포럼(회장 남시욱)에서 주최하는 아침공론 초청강연에서 "나름의 철학과 이념을 가진 문화예술계 인사들이 새 정권이 들어섰는데도 자리를 지키는 것은 지금껏 살아온 인생을 뒤집는 것"이라며 사실상 '공개 사퇴'를 주장하고 나서 논란이 되고 있다.

그는 "일반 기업도 대표가 바뀌는 시점에서는 인사를 하지 않는다"며 "대통령 선거 한 달 전에는 상식적으로 인사를 안 하는 데도 작년 10월부터 올해 1월까지 많은 인사가 이뤄진 것은 상당히 자연스럽지 않다"고 비판했다.

사실상 참여정부 임기 말에 임명된 문화부 소속 기관장과 단체장들은 스스로 물러날 것을 강권한 것에 다름 아닌 상황이다. 이에 따라 문화체육예술계에서는 유 장관의 이 같은 입장에 힘입어 대폭 '물갈이 인사'가 단행될 지 주목하고 있다.

시민단체 "독재정권 부역하고도 여태 요직 있는 분들은 어쩌나"

이와 관련, 배성인 문화연대 문화정책센터 공동소장은 "한국정치가 승자독식의 원칙이라 이긴 쪽이 모든 걸 다 가져가는 게 당연한 문화라서 그 말 자체가 놀랍지는 않다"면서도 "현 정부가 표방하는 문화정책을 보면 상당히 퇴행적인 상황인데 최소한이라도 방어할 수 있는 인사들의 자리마저 빼앗아 버리면 사실상 문화정책은 없어지는 것과 다름없다"고 비판했다.

또한 그는 "그 어떤 정권이라도 정해진 임기는 보장해주는 게 원칙"이라며 "부문별로 균형 감각이나 향후 분야의 발전을 위해서는 진보적 입장을 가진 인사들이 문화정책을 훨씬 더 발전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판단한다"고 덧붙였다.

김유진 민주언론시민연합 사무처장은 "안상수 원내대표와 유인촌 장관의 발언은 공기업 임원을 표적 겨냥해서 나온 말"이라며 "문화·체육·예술·언론 등에 관련된 인사들이 정권이 바뀔 때마다 모두 교체돼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 자체가 더 이상하다"고 밝혔다.

언론 등 중립성이 요구되는 분야까지도 이명박정부가 모두 물갈이 대상으로 본다는 발상 자체에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특히 김 처장은 <한국일보>의 보도를 인용해, "KBS <미디어포커스>에서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 내정의 문제점을 지적한 것이 정연주 KBS 사장을 물갈이해야 한다고 판단한 근거였다면 그 자체로 굉장히 위험한 사고"라고 지적했다.

김 처장은 "<한국일보>의 보도가 사실이라면 앞으로 방송사들이 이명박정부의 입맛에 맞게 보도하지 않으면 그때마다 참지 못하고 방송사 사장을 바꾸겠다고 나설 것이냐"며 "정권이 바뀌었다고 해서 세상을 자기들 맘대로 주무르겠다는 발상"이라고 개탄했다.

이어 그는 "이명박 정부의 언론관이 너무너무 걱정스럽다"며 "이명박 정부가 그렇게 과거와 절연하고 싶다면 과거 독재정권에 부역하고도 아직도 사회 곳곳의 요직에 남아있는 자들부터 자리를 빼앗아야 한다"고 질타했다.

네티즌 "싹 갈아치워 뭐 할라꼬?"

안상수 원내대표와 유인촌 장관의 발언이 사회적 문제로 떠오르자 네티즌들도 비판을 날을 세우기 시작했다.

네티즌 '하늘'은 "행정이나 회사 모두 연속성이 있고 임기도 있는 것"이라며 "내가 칼자루를 쥐었으니 내 목소리로만 채워서 나라를 운영하겠다는 한심한 생각은 천박한 사기꾼 기질을 드러내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인터넷 포털 네이버에도 유인촌 장관의 말을 비판하는 네티즌들의 목소리가 쏟아졌다. 아이디 songvelly는 "유인촌 부자장관 첫 단추 잘 꿰라"라는 글을 통해 "게으른 선비 책장 넘기듯 한다더니 어렵사리 장관에 앉아 제일 먼저 하는 게 고작 있는 사람 나가라고 하는 것이냐"고 비판했다.

아이디 nunkalbo도 "싹 갈아치워 뭘 하려고" 글을 통해 "정부는 물론 국회, 언론, 방송, 문화계, 공기업 모두 친이 색깔로 도배할 작정이냐"며 "그 옛날 박정희처럼 총통제를 하려냐, 연임 개헌을 하려는 건가 그 이유를 모르겠다"고 비난했다. 

한편, 참여정부 임기 말에 새로 임명된 문화·체육·예술 분야의 단체장은 고석만 한국문화콘텐츠진흥원 원장, 박래부 한국언론재단 이사장, 권영후 한국방송영상산업진흥원 원장, 오지철 한국관광공사 사장, 최태지 국립발레단 단장, 정은숙 국립오페라단 단장 등이다. 이들은 임기는 모두 3년으로 2010년 말까지 재임할 수 있도록 돼 있다.

문화부에는 국립중앙극장(극장장 신선희)을 비롯한 11개 소속기관과 한국방송광고공사(사장 정순균), 대한체육회(회장 김정길) 등 34개 산하 공공기관이 있다.


태그:#유인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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