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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조 이산의 새로운 라이벌 장태우. 드라마 <이산>.
 정조 이산의 새로운 라이벌 장태우. 드라마 <이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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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이산>에 전격 등장한 전 좌의정 '장태우'가 네티즌들에게 엄청난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방송 후에는 장태우란 이름이 검색 순위에서 상위권을 차지하기도 했다.

<이산>에서 묘사된 전 좌의정 장태우의 이미지는 그야말로 파격 그 자체다. 측근들에 둘러싸인 장태우 앞에서 현직 관찰사마저 무릎을 꿇고 큰절을 한다. 정책이 제대로 시행될 수 있도록 협조해 달라며 애원하는 관찰사를 마치 자기 집 '종놈' 다루듯이 하는 장태우를 보면서, '이거 엄청난 놈이 등장했구나!'라고 생각했을 시청자들도 많았을 것이다.

게다가 그는 도포자락만 걸친 상태에서 주상을 알현하고는, 그것도 모자라서 정조 임금을 똑바로 쳐다보면서 거의 협박에 가까운 말들만 내뱉는다. 2000명씩이나 뽑는 과거시험을 철회하지 않으면 국정이 마비될 것이라며 아예 대놓고 정조를 압박한다.

그런데 장태우는 정조의 이전 라이벌들과는 좀 색다른 면모를 띠고 있다. 현재의 신분이 재야의 무관(無官)일 뿐만 아니라, 좀 꼬장꼬장한 태도가 상당한 도덕성의 소유자라는 인상을 풍기고 있다. 정후겸·최석주·김귀주 등은 '도덕 점수'가 그다지 안 좋은 사람들이었지만, 장태우는 '바른생활 사나이' 이미지를 풍기고 있어 정조에게 꽤 무거운 부담이 될 것 같다. 

게다가 상당히 강인한 인상을 풍기는 장태우의 수하 민주식도 홍국영에게 접근해서는 은근히 약을 올리고 사라졌다. '홍국영, 너는 내가 상대해주마!' 그런 메시지를 던지듯이 말이다. 인상으로 보아서는 장태우보다도 민주식이 더 심상치 않은 것 같다.

이는 향후 <이산>이 정조·홍국영 대 장태우·민주식의 대결 구도로 전개될 것임을 예고하는 것이었다. 장태우는 정조를, 민주식은 홍국영을 담당하는, 농구로 말하자면 일종의 대인마크와 유사한 양상이라고 하겠다.   

새로운 라이벌 장태우, 넌 누구냐

그럼, 도대체 이 장태우란 인물은 누구일까? 네티즌들 사이에서는 그가 실존 인물이 아니라는 점에 대해서는 별다른 이견이 없는 것 같다. 다만, 그가 어떤 실존 인물과 유사할까에 대해서는 여전히 관심이 높은 듯 하다.

이와 관련하여 <이산> 홈페이지의 역사문답 코너인 '규장각 백서'에서는 "장태우가 김종수로 추정된다"고 하였지만, 이는 사실과 상당히 동떨어진 것이다.

왜냐하면, 김종수(1728~1799년)는 사도세자 신원문제와 관련해서는 정조에게 이견을 보였지만, 기본적으로 정조의 탕평정치를 지탱하는 핵심인물이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정조 임금도 윤시동·채제공과 더불어 김종수를 탕평의 세 기둥으로 치켜세운 적이 있다.

 현직 관찰사한테서 큰절을 받는 무관(無官)의 장태우. 드라마 <이산>.
 현직 관찰사한테서 큰절을 받는 무관(無官)의 장태우. 드라마 <이산>.
ⓒ 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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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18세기 후반의 조선 정치사에서 장태우와 유사한 인물로 누구를 들 수 있을까? 장태우처럼 정조 즉위를 전후해서 대담하게 입바른 소리를 잘한 인물로는 심환지(1730~1802년) 정도를 들 수 있을 것이다.

영조 47년(1771)에 문과에 급제한 심환지는 초기에는 삼사의 관원으로 준엄하고 강경한 발언으로 몇 차례 유배를 당하기도 했다. 또 정조 임금에 의해 판서로 기용된 이후에는 노론 벽파의 선봉으로 채제공·서명선 등을 공격하기도 했다.

이처럼 강경파였다는 점, 또 노론 벽파의 선봉이었다는 점에서 심환지는 드라마의 장태우와 어느 정도 닮은 측면이 있다.

하지만, 정조 집권 초기만 해도 심환지는 아직 정국의 리더가 될 만한 상황이 아니었다. 정조 즉위 5년 전인 1771년에 과거에 합격한 그가 드라마의 장태우처럼 집권 초기의 정조 임금을 압박하고 조정의 '파업'을 주도할 만큼의 역량을 보유했으리라고는 생각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러므로 장태우는 심환지와 약간 유사하지만 결코 동일하지 않은 '허구의 인물'이라고 이해하는 편이 좋을 것이다.

왕위에 오른 이산에게 장태우가 꼭 필요한 까닭

이것으로 끝인가? 아니다. 논의는 지금부터다. 전 좌의정 장태우와 관련하여 정말로 중요한 것은 그가 누구를 닮았는가가 아니라, <이산> 드라마에 그런 인물이 왜 필요한가 하는 점이다. 이 드라마에서 도포자락을 걸치고 일국의 지존을 압박할 수 있는 장태우란 존재가 필요한 이유를 이해하는 것이 문제의 본령이라고 생각한다.

이 점을 이해하는 데에 소송법상의 '당사자 평등의 원칙' 혹은 '무기 평등의 원칙'이 도움이 될 것이다. 소송에서는 양쪽 당사자인 원고와 피고에게 원칙상 대등한 지위와 권리를 부여한다. 그래야만 쌍방이 자신의 권익을 유지하면서 법정에서 공정한 대결을 펼칠 수 있기 때문이다.

법정 드라마가 재미있는 이유는 판사 앞에서 쌍방이 대등한 대결을 펼치기 때문이다. 만약 어느 일방의 압도적 우위 속에 법정 대결이 진행된다면, 그런 드라마는 시청자들의 흥미를 끌 수 없을 것이다.

마찬가지다. <이산>의 경우에도 정조세력과 반대세력의 위상을 비슷하게 함으로써 드라마의 대결구도를 흥미진진하게 유도할 필요가 있다. 이 점과 관련하여 우리는 즉위 전의 이산과 즉위 후의 이산이 그 처지가 달라졌다는 점에 유의하지 않으면 안 된다.

즉위 이전에 이산의 신분은 세자였다. 그렇기 때문에 이조판서(최석주)니 승지(정후겸·김귀주)니 하는 인물들을 세손의 라이벌로 설정해도 크게 무리가 없었다. 시청자들 역시 그런 설정을 별로 이상하게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런데 이제 이산은 지존의 자리에 올랐다. 전통시대의 정치구조에 관한 현대인들의 인식은 왕과 신하는 대등할 수 없다는 것이다. 왕은 높고 신하는 낮다는 것이 통념이다.

이런 상태에서 지존인 정조와 신하인 반대파의 대결구도를 설정한다면, 시청자들이 쉽게 납득하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 높은 자와 낮은 자의 대등한 대결이라는 설정을 시청자들이 현실감 있게 받아들이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이런 상태에서 드라마의 대결구도를 흥미진진하게 이끌어나가자면, <이산>의 작가들이 훨씬 더 많은 공력을 들이지 않으면 안 될 것이다.

즉위 전 이산과 즉위 후 이산은 다르다

 갑작스런 장태우의 등장에 당혹해하는 정조 임금. 드라마 <이산>.
 갑작스런 장태우의 등장에 당혹해하는 정조 임금. 드라마 <이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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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력을 덜 투입하면서도 이런 문제를 해결하는 간편하고 유용한 방법은, 곤룡포를 입은 임금과 도포자락을 걸친 재야인사의 대결을 설정하는 것이다. 관복을 입은 신하가 임금에게 대항하는 설정은 쉽게 납득하기 어렵겠지만, 관품을 초월한 재야인사가 임금에게 대항하는 설정은 어딘가 납득할 만하기도 하고 또 흥미를 가질 만하기도 하다.

대대장 앞에서 꼼짝 못하던 사병일지라도 제대 후에 사복을 입고 부대에 찾아간 경우에는 그 태도가 어느 정도는 달라지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물론 제대 후의 신분이 군대 병장보다도 못할 수는 있겠지만, 일단 군대 계급을 초월한 일반 사회의 구성원이기 때문에 대대장 앞에서 맞담배를 피운다 해도 특별히 뭐라고 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와 마찬가지다. 장태우의 태도가 큰 반향을 일으킬 수 있었던 것은 그가 '사복'을 입고 등장했기 때문이다. 조정의 관품을 초월한 노련한 재야인사가 젊은 군주에게 대항하는 구도를 설정했기 때문에 장태우의 등장이 한편으로는 그럴싸했고 또 한편으로는 신선했던 것이다.

위와 같이 이산의 등극으로 인해 조정 내에는 이산에게 필적할 만한 인물이 없어졌기 때문에, 양쪽의 대결구도를 대등하게 만들기 위해 부득이하게 재야에서 장태우 같은 가상의 인물을 '스카우트'하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다. 관품을 초월한 사복 입은 장태우는 그런 점에서 이 드라마에 꼭 필요한 인물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일단 재야인사로서 엄청난 파장을 일으키며 등장했기 때문에, 이후에 그가 관복을 다시 입게 된다 하여도, 지금의 '파괴적 이미지'가 유지되는 한 정조-장태우의 대결구도가 여전히 시청자들의 흥미를 끌 수 있을 것이다.

조정의 관품을 초월한 노련한 재야인사

'사복' 장태우라는 설정은 바로 그 점에서 의미 있다고 평할 수 있을 것이다.

아무리 나이가 적고 경험이 부족하다지만 내가 그래도 엄연히 조선의 지존인데, 내 앞에서 저렇게 또박또박 자기 할 말을 해대는 저 부담스러운 장태우. 정조 임금의 속이 얼마나 부글부글할까?

조선 후기 최고의 군주인 정조 임금이, 비록 가상의 인물이기는 하지만, 노련한 라이벌 장태우를 어떻게 다루어 나갈지 관심이 주목된다. 고종 임금도 높이 평가한 정조의 리더십. 그 리더십이 어떻게 발휘될 것인가를 지켜보는 것도 흥미로운 일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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