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人: 건강원이 뭐 하는 덴가요?
物: 건강을 위해 운동을 하는 장소 아닌가요?
人: 다른 뜻으로는 어떤 게 있을까요?
物: 아, 개소주 만드는 곳 말씀하시는 건가요?
人: 건강원은 사람에게 건강을 위한 장소입니다.
物: 그러나 우리 동물에게는 죽음의 장소가 바로 건강원입니다.

엊그제 아침에 차를 몰고 예천 지역을 지나면서 작은 트럭과 만나게 되었습니다. 트럭 뒤편에 몇 개의 개장이 실려 있고, 그 안에 10마리 정도의 개가 힘없이 주변을 둘러보는 것이었습니다. 차에는 ○○건강원이라는 이름이 붙어 있었습니다. 한 4-5분 그 차를 뒤따라 가면서 많은 생각을 했습니다. '건강원과 개', 별로 어울릴 것 같지 않는 단어가 이렇게 연결되다니 참 묘합니다.

개들은 힘이 없어 보였습니다. 크고 작은 여러 종의 개들이 왔다갔다 하지도 않고 경쟁하지도 않으면서 그저 체념한 듯한 표정입니다. 나도 보신탕을 가끔 먹기는 하지만 마음이 좀 아팠습니다. 그렇다고 보신탕을 먹지 말자는 것은 아니고, 우리가 동물에 대해 조금은 더 생각하고 미안한 마음을 가져보았으면 좋겠습니다.

 금곡서원의 출입구인 진도문
 금곡서원의 출입구인 진도문
ⓒ 이상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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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오후에 시간이 있어 예천군 용문면에 있는 용문사라는 절과 금곡서원을 가 보게 되었습니다. 용문사에 대한 얘기는 다음 기회에 글로 정리하도록 하고 금곡서원에 간 이야기를 하겠습니다. 함양 박씨들을 모신 서원으로 아주 아담하면서도 깔끔하게 유지되고 있었습니다. 정문(正門)인 진도문(進道門)을 통해서는 들어갈 수가 없어서 관리인 집을 통해 옆문으로 들어가 보았습니다. 공부하는 곳과 사당으로 이루어져 향교와 같은 형식을 취하고 있었습니다.

 선한 눈을 가진 강아지
 선한 눈을 가진 강아지
ⓒ 이상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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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에서 엄마 개와 새끼 개(강아지) 한 쌍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개들은 통상 낯선 사람을 보면 짖기 때문에 그 존재를 쉽게 알 수 있는데 이 녀석들은 짖지를 않아 언제 왔는지도 모르게 나를 따라오는 것이었습니다. 그 작은 강아지가 어찌나 순하게 생겼던지 내가 혀를 굴려 녀석을 부르는 소리를 냈습니다. 그러자 그 강아지가 꼬리를 치며 내 주위를 따라 다니는 것이었습니다. 사진을 찍느라 건물 축대에 올라 가면서 강아지와 잠시 거리가 생기게 되었습니다.

 자식의 잘못을 혼내 주는 어미 개
 자식의 잘못을 혼내 주는 어미 개
ⓒ 이상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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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그런데 어미 개가 새끼 개를 나로부터 조금 떨어진 잔디 위로 데리고 가더니 그 자식을 혼내는 것이었습니다. 입으로 자식을 쓰러 뜨리고는 가벼운 충격을 가하는 모습이 역력했습니다. 그때 어미의 표정으로 봐서는 낯선 사람인 나를 경계하라는 경고로 보였습니다. 낯선 사람을 따라가다가는 큰 일 날 수 있다는 것을 가르치는 듯 했습니다. 제가 좀 오버(over)한 건가요? 여기서 조선 후기 유학자 이간의 '인물성 구동론'이 생각났습니다.

조선시대 유학자들 사이에 일어난 대표적인 논쟁이 두 가지 있지요. 하나가 퇴계 이황과 고봉 기대승 사이의 '사단칠정론'이고, 다른 하나가 수암 권상하의 제자인 외암 이간과 남당 한원진 사이에 벌어진 '호락논쟁'입니다. 호락논쟁은 이간의 '인물성 구동론'과 한원진의 '인물성 상이론'으로 나눠지는데, 논쟁의 주안점은 바로 사람과 동물의 본성이 같으냐 다르냐 하는 것입니다.

 외암 이간이 태어난 충남 아산의 건재 고택 대문과 담장
 외암 이간이 태어난 충남 아산의 건재 고택 대문과 담장
ⓒ 이상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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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는 사람이나 동물이나 본성이 같다는 것이고 후자는 사람과 동물 사이에는 본성이 근본적으로 다르다는 것입니다. 한원진의 주장에 따르면 본성이 다르기 때문에 동물은 아무 데서나 똥오줌을 눟고 아무 데서나 애정표현을 한다는 것이죠. 동물은 인간처럼 인의예지와 같은 본성을 갖추지 못했다는 주장입니다.

이에 비해 이간의 주장은 사람이나 동물이나 본성이 다르지 않다는 것이지요. 인간과 동물의 구별은 본성이 아닌 기질(氣質)의 차이로 인해 생겨난다는 것입니다. 동물이 아무 데나 똥오줌을 누는 것은 인간과는 다른 기질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합니다. 동물들도 인간들처럼 인의예지와 같은 교육을 받으면 인간과 같은 모습을 보여줄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주장입니다.

 삶의 의미를 생각하게 해 준 금곡서원
 삶의 의미를 생각하게 해 준 금곡서원
ⓒ 이상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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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부터 나는 이간의 '인물성 구동론'에 동의했지만, 오늘 어미개와 새끼개의 모습을 보면서 동물과 사람의 본성이 다르지 않다는 것을 다시 한 번 절감하게 되었습니다. 그러 의미에서 삼라만상의 모든 존재와 공존하는 지혜가 필요하다는 생각도 해보게 되었습니다. 우리 인간 위주로 사는 삶에서 만물과 함께 사는 삶으로 생각의 틀(paradigm)을 바꿔야 할 것 같습니다.

건강원이 이 세상의 모든 존재를 함께 건강하게 하는 곳이었으면 좋겠습니다. 운전을 하느라 그 불쌍한 개들의 모습은 사진으로 잡지를 못했습니다. 지금쯤 어디에 있을까 조금은 궁금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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