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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국제공항(ICN)이 그러했듯 기존 도심 근접 공항(대한민국 수도권의 인천국제공항-김포공항, 일본 간사이권의 간사이국제공항-이타미공항 관계가 동일)의 과밀을 개선함과 동시에 아시아의 허브공항으로 성장시키기 위해 새로 만든 간사이국제공항(KIX). 뜻이 좋았고 추진한 대부분의 것이 성공했지만 간사이국제공항 역시 인천국제공항처럼 도심 접근이 쉽지 않다. 오사카 시내(난바)에서 특급열차로도 약 30분이 걸리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국의 수도권과 일본의 간사이권의 공항철도간 차이는, 분명히 있다. 한국 수도권 공항철도는 이용객의 수가 지나치게 저조해 노선이 하나밖에 없음에도 '공기수송'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반면, 일본 간사이권의 공항철도는 노선이 두 개(JR서일본, 난카이전철)나 있지만 많은 사람들이 이용하고 있다. 간사이공항이 개장한 1994년 6월 15일 이후 13년 4개월만에 총 이용객이 2억명을 넘을 정도로 성장했다. 국고지원이 없음은 물론이다.

 

평소 대한민국 공항철도에 관심이 많았고(칼럼1, 칼럼2, 칼럼3, 연계이용법안내) 한국에는 이제 도입되기 시작한 민간철도 운영에도 관심 있었던 내 입장에서는 타지에서의 공항철 이용 그 자체만으로도 기대되는 일이었다. 우리는 두 가지 중 하나를 선택해야 했다. 숙소와 가까운 신이마미야역은 난카이전철을 이용하는 게 편리했기 때문에 복귀 때 JR을 타기로 하고 난카이전철을 택했다. 

 

난카이전철 공항급행노선과의 만남

 

만약, 한국에서 'JR패스'를 구입한 사람은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게 아닌 한 JR서일본 전철을 이용하는 게 맞다. JR패스로는 공항철도를 포함 JR서일본에서 운영하는 거의 대부분의 철도를 무료로 이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는 4박 5일간 간사이 지역만을 여행할 생각이었고, 그랬기에 JR패스 대신 '간사이스루패스' 3일권을 사전에 구매했다.

 

하지만 첫 날과 마지막 날의 경우 패스 사용의 실익이 별로 없기에 패스를 사용하지 않았다. 만약 패스를 사용했더라면, 난카이공항철도를 무료(일반 등급 : 간사이공항~난바 45분 소요, 본래 890엔) 혹은 500엔(특급 라피트 등급 : 간사이공항~난바 29분 소요, 본래 1390엔) 추가 지급으로 이용할 수 있었을 것이다.

 

간사이국제공항에서 간사이공항역 간 거리는 그다지 멀지 않다. JR이건 난카이건 공항 2층에서 구름다리만 건너면 나오는 건물에 함께 붙어있다. 매표소도 바로 옆이고 개찰구도 바로 옆이다. 우리는 이번 여행의 주 목적도 교통 연구이니 교통비용에 크게 구애받지 말자는 데에 의견을 같이 했고 비싸면서도 빠른 '특급 라피트' 등급의 열차를 이용하기로 했다.

 

 

사실 특급 라피트는 사전에 여러 사진들을 통해 접한 적이 있었다. 하지만 사진과 실제는 조금 차이가 나는 경우를 많이 봐 왔기에, 사진을 보았다고 해서 기대감이 떨어지거나 하지는 않았다. 에스컬레이터를 통해 플랫폼에 도착한 순가, 큰 열차와 객실내를 책임질 승무원이 보였다. 곧 출발한다는 안내방송이 나와 우리 모두는 서둘렀다.

 

난카이 특급 라피트의 좌석 구조는 KTX 일반실과 비슷했다. 하지만, 좌석간 앞뒤 간격은 KTX 특실 혹은 우등고속 수준이었다. 또 좌석 시트와 차내 내장재 등은 고급소재로 만들어 졌으며 항공기와 같이 상부에 짐을 안전하게 둘 공간이 있다는 것 또한 매우 인상적이었다. JR에 비해 저렴하고 값이 싸면서도 빠르다는 것 역시 난카이전철의 장점이다.

 

KTX의 TV광고를 보면, '너무 편해서 잠들었나봐요'라는 멘트와 함께 잠든 딸을 바라보는 아버지의 모습이 나온다. 우습지만, 당시 내 처지가 KTX에 나오는 아버지 처지였다. 다들 아침부터 힘들었던지 편한 난카이 특급 라피트 좌석에 앉자마자 5분도 안 돼 다 졸기 시작한 것이다. 다만 이들의 잠은 오래가지 못했다. 어짜피 25분 후에 내려야 했으니.

 

전철에서 바라본 평범한 간사이 일상풍경

 

 

최근 들어 아시아 각 주요 도시는 기존에 사용하던 공항 외에 새 공항을 외곽에 건설하고 있다. 대한민국의 인천(ICN/신)-김포(GMP/구) 두 공항의 관계가 그러하며, 일본의 오사카를 중심으로 한 간사이지역의 간사이(KIX/신)-이타미(ITM/구), 나고야의 센트레어(NGO/신)-나고야(NKM/구), 도쿄를 중심으로 한 간토지역의 나리타(NRT/신)-하네다(HND/구)와 중국 상해의 푸둥(PVG/신)-홍차오(SHA/구) 공항간 관계도 마찬가지다.

 

이러한 새 공항은 넓은 토지를 필요로 한다. 그렇기에, 해안가에 위치한 대도시의 경우에는 해안을 매립하거나 육지와 가까운 위치의 두 섬 사이를 잇는(인천국제공항의 경우), 혹은 인공섬을 구축(간사이국제공항의 경우)해 토지를 마련한다. 어찌됐든 '섬'이기에 다리 건설은 필연적이다. 간사이국제공항과 일본 본섬을 잇는 연륙교에서 본 간사이 지역 하늘은 심술을 부린 동해상 하늘과 달리 쾌청했다. 감히, '이보다 더 맑은 날씨는 흔치 않을 것'이라고 말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였다.

 

간사이국제공항이 위치한 인공섬과 일본 본섬인 혼슈를 잇는 연륙교는 그 길이가 3.8km 정도이다. 서울의 한강철교와 같은 트러스교로 건설된지라, 교량을 감싸는 철골구조물 때문에 바깥 풍경을 온전히 촬영하기는 어려웠다(30여장을 촬영하며 교량구조가 안 나온 사진을 4장 건졌다). 눈으로 보이는 약 3.8km 구간의 풍경은 장관이었다. 맑은 하늘, 푸르른 바다, 편안한 전철. 여행기간인 4박 5일이 순탄할 것만 같았다.

 

연륙교를 넘은 직후에 있는 린쿠타운(쇼핑센터로 유명한 곳으로 외국 관광객이 많이 찾음, 대부분의 공항철도 정차)을 지나면 얼마 안 있어 와카야마시와 오사카부 사이의 평범한 근교도시의 풍경을 접할 수 있다. 개인적으로는 이러한 일본인들의 일상적 생활환경 또한 접하고 싶었고 일본어는 잘 모르지만 '관광지가 아닌 장소에서' 마주쳐 대화하고 싶다는 생각도 했었다. 비록 차창 밖으로 보이는 풍경이어서 한 장소 한 장소를 오래 접할 수는 없었지만 이런 풍경이 참 깔끔하고 좋았다. 그리고 한편으로는 친근했다. 

 

 

학교, 경작지, 노지, 일반시가지, 공장, 고물상, 병원, 공사현장, 미개발지, 아파트단지 등 정말 그 모습도 다양했다. 일상을 살아가는 사람들도 다수 접할 수 있었다. 물건을 파는 상인, 애완견과 산책하는 노인, 버스에 오르내리는 사람 등. 특히 여름 더위를 피하기 위해 웃통을 런닝셔츠만 입은 채 공사현장에서 일하는 사람을 보면서 토목공학 전공자로서 왠지모를 동질감마저 느껴졌다.  

 

'특급 라피트' 답게 여러 열차역을 통과하였다. 정확히 기억하지는 못하지만 간사이공항역 다음역인 린쿠타운역 이후로 난바역 두 정거장 전 역인 신이마미야역까지 단 한 정거장도 정차하지 않았던 것 같다. 말 그대로 '공항과 도심만을 곧바로 연결하는' 열차인 것이다.

 

파리 여행 때에 이용한 RER B호선(샤를드골공항의 두 역 정차 후 도심부 인근의 주요역인 북역 및 동역에 정차, 그 후 도심부 중앙의 역인 샤틀레역 정차)을 보는 듯했다. 30분이 좀 안 됐을 무렵 우리는 사전에 예약한 숙소 인근인 신이마미야역에 도착했다.

 

간사이스루패스와 오사카주유패스

 

간사이스루패스는 2002 한·일월드컵을 맞이하여 간사이 지역의 관광객을 늘리고 이를 통해 대중교통업계의 수익증대를 꾀하기 위해, 간사이 지역에서 영업하는 상당수의 민간 철도·버스 업체(2007년 8월 당시 41개사 참여, 난카이·긴테쓰 등에서 운영하는 일부 좌석지정특급열차에는 적용이 안 됨)가 참여하여 지난 2000년에 처음 출시한 대중교통 패스다. 이 패스는 대중교통의 자유로운 이용 외에도 수십 여곳의 관광지·레스토랑·상점 등에서 할인돼(가이드북의 쿠폰을 제출하거나 패스를 보여주는 방식) 인기가 많다. 3800엔(어린이 1900엔)의 2일권과, 5000엔(어린이 2500엔)의 3일권이 있다.

 

개시일을 포함하여 2일 혹은 3일간 이용이 가능한(연속으로 써야 하는 패스와 하루 단위로 불연속적으로 쓸 수 있는 패스가 있음) 이 패스는 대다수의 경우 패스를 보여주거나 투입(철도 개찰기 또는 버스 요금징수기 투입시 다시 나옴. 날짜별 첫 카드투입시 카드 뒷면에 승차일·승차역 인쇄)하는 방식으로 이용이 가능하며, 일부는 패스를 보여주는 방식으로 이용 혹은 할인이용이 가능하다.

 

간사이스루패스는 간사이 현지에서도 12개의 발매처(간사이국제공항, 오사카공항, 판스타 페리 터미널, 5곳의 오사카 비지터즈 인포메이션센터, 교토역 종합안내소, 나라 관광센터, 신오사카유스호스텔, 오사카국제유스호스텔)와 17개의 지정호텔(오사카, 고베, 교토 등)를 통해 구입할 수 있다. 단, 구입에는 여권 제시가 필요하니, 행여나 여권을 숙소에 놓고 오거나 하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현지구입과 관련된 자세한 사항은 링크를 참고, 개인적으로는 현지에서 구입처가 어디인지 찾느라 헤맬 수도 있는만큼 짧은 여행기간 중의 유용한 시간활용을 위해 한국에서의 사전구입을 더 추천한다).

 

오사카주유패스는 간사이 전역을 대상으로 하는 간사이스루패스와 달리 사용구역의 대부분이 오사카 내부다. 1일권과 2일권으로 나뉘는데, 일부 사철의 오사카 내부구간도 이용할 수 있는 1일권이 2000엔, 시영지하철과 버스만 이용가능한 2일권이 2700엔이다. 이 패스의 경우, 23곳의 관광지에 대해 무료입장이, 15곳의 관광지에 대해 할인입장이 가능해 오사카에서 '제대로 본전을 뽑아낼' 사람들에게 유용하다. 무료입장 관광지의 경우 23곳 전체를 이용 시 1만2천엔 이상이 이익이며 유력관광지인 천수각, 공중정원전망대 두 곳만 이용해도 1300엔이 이익이다. 이런 혜택은 1일권과 2일권 모두 동일하다.

 

오사카주유패스를 사건 간사이스루패스를 사건 패스의 구입에 있어, 어느 패스를 살 것인지, 며칠짜리 패스를 살 것인지 등은 일정에 따라 신중히 판단해야 한다. 우선 개인적으로는 입국일과 출국일(일본 기준)을 포함해 3박 4일 이상 간사이지역만 여행할 사람들에게는 간사이스루패스를, 1박 3일 정도 오사카만 여행할 사람들에게는 오사카주유패스를 추천한다. 입국 당일의 경우 숙소에서 멀리 안 나가기에 얼마 쓸 기회가 없고 출국 당일의 경우 공항(혹은 타지)으로의 이동에 바빠 패스 구입비보다도 적게 사용하는 경우를 심심치 않게 접해왔기 때문에, 하루를 온전히 쓰기 힘든 날은 제외하는 게 유용하다.

 

 위와 같이, 여행 일정 중 특정일 불산입 계산은 USJ(유니버설스튜디오 재팬 : 오사카)에서 하루종일 노는 날이나 우메다 및 난바 등 도심지에서 쇼핑으로 하루의 대부분을 보내 이동거리가 짧은 날에도 해당된다. 하루에, 최소 1200엔 이하의 이동을 할 것 같으면, 해당일을 빼고 패스사용일을 계산하는 게 낫다. 참고로 나는 간사이 상당수 지역을 여행(히메지, 고베, 다카라츠카, 오사카, 교토)하는 데 있어 4박 5일간 여행에 간사이스루패스 3일권을 구입했고, 2~4일차(2일차 다카라츠카·고베, 3일차 고베·히메지, 4일차 교토, 숙소는 여행 중 계속 오사카에 설정)에 구입가격을 훨씬 상회한 수준의 금액을 사용하였다.

 

한국에서 구입시, 지정판매처(여행사)간 판매경쟁으로 여행사마다 판매가격에 차이가 있으니, 여행사마다 전화해 비교해보는 것이 좋다. 또 한국에서의 판매가격은 지정판매처의 구입당시 환율에 영향을 받으니, 조만간 간사이 지역에 갈 생각이 있다면 환율을 살펴보며 환율이 유리한 적기에 미리 구입해두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배낭여행 전문여행사인 내일여행의 경우 6일 현재, 오사카주유패스는 1만7000원(1일권)에, 스룻간사이패스는 3만2000원(2일권) 혹은 4만3000원(3일권)에 판매하고 있다. 환율이 910원 선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일본 현지구입가보다 훨씬 저렴한 가격이다.


태그:#난카이공항철도, #라피또, #신이마미야, #사철, #간사이공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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