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실시간뉴스 '탈선' 명령 없이 선장만 탈출 의혹

▲ 고래의 자취 고래 박물관에 전시된 실제 고래 뼈
ⓒ 전국역사교사모임

관련사진보기


끝내 고래는 없었다. 귀신고래도 참고래도 어디론가 떠났다. 장생포 고래 박물관에 앙상한 자취만 물씬 남긴 채 어디론가 떠나 돌아오지 않는다.

이따금 죽어 밀려온 고래나 그물에 걸려 죽은 고래는 장생포 어부들에게 돈벼락을 안기지만, 살아 헤엄치며 새하얀 수증기 물기둥처럼 뿜어내는 산 고래는 사람들의 기억 속에 전설이 되어 남아 있을 뿐이다. 

전설이 되어 남아 있는 울산 지방 고래의 자취는 멀리 선사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울산광역시 울주군 언양면 대곡리에 가면 거북이가 납작 엎드린 모양의 바위 절벽이 있다. 사람들은 이 절벽을 반구대라 부른다. 이 반구대에 선사시대 사람들이 새긴 것으로 추정되는 바위그림이 있다.

▲ 고래고기 장생포 항에서 한점 맛보다
ⓒ 전국역사교사모임

관련사진보기


장생포항에서 고래 고기 한 점씩 맛보고 반구대 바위그림을 찾아 떠났다.

반구대 절벽에서 고래를 찾아라

“장생포 앞바다에서 못 본 고래를 반구대에서는 꼭 봐야지.”

국사 수업 시간에 반구대 바위그림 얘기를 얼마나 많이 했던가.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바위그림을 영상자료 이용해서 보여주면서 전문가라도 된 것처럼 아이들에게 설명하곤 했다. 이제 바위그림을 직접 볼 기회가 주어졌으니, 아이들 앞에서 좀 더 당당하게 반구대 바위그림 수업을 할 수 있겠다 싶다.

▲ 반구대 물에 잠긴 반구대 암각화
ⓒ 전국역사교사모임

관련사진보기


그런데 함께 걷던 울산 선생님이 불길한 얘기를 했다.

“암각화는 지금 거의 물에 잠겨 있어요. 암각화가 있는 곳까지 배를 타고 가서 보는 게 아니라 강 건너에서 망원경을 통해 봐야 해요. 그런데 그게 요술 망원경이라 착한 사람 눈에만 보인대요.”

착한 사람만 볼 수 있다는 말에 여기저기서 웃었다. 천사표인 내 눈에는 틀림없이 보일 거라며 호언장담하는 선생님도 있고, 암각화 그림 못 본 사람들은 모두 모여 태안 가서 기름 닦으며 반성해야 한다며 웃는 선생님도 있었다.

“반구대 암각화는 항상 저렇게 잠겨 있나요?”
“물이 빠질 때는 걸어가서 볼 수도 있어요. 4월 정도에 오셨으면 좋았을 텐데.”

반구대 암각화를 향해 가는 길이 생각보다 멀었다. 배추도 밭에 그냥 두고 겨울을 보낼 정도로 포근한 남녘땅이지만 옷깃 사이로 파고드는 바람이 제법 매웠다. 전설이 되어 전해지고 있는 선사시대 사람들의 고래사냥 모습을 확인하기 위해 가는 길에 이 정도 고초야 달게 받아야지 생각하며 걷고 또 걸었다.

얼마나 걸었을까. 반구대 암각화 안내판이 성큼 다가서고 그 곁에 망원경이 설치되어 있었다. 성급한 마음에 망원경에 눈을 대고 강 건너 바위 절벽을 바라보지만 바위에 새겨진 그림이 제대로 보이지 않았다.

“설명부터 듣고 보세요. 바위 절벽이 수면과 만난 지점을 보셔야 합니다. 어느 부분인가 하면 왼쪽부터 네 번째 칸에 해당되는 부분을 보셔야 해요. 지금은 암각화 맨 윗부분 사람과 거북이 그 아래 고래가 약간 보일 겁니다.”

▲ 몰입 반구대 바위그림을 찾아라
ⓒ 전국역사교사모임

관련사진보기


망원경을 차지한 선생님들은 이리저리 방향을 바꿔가며 암각화 바위그림을 찾으려 애썼다. 그러다 드디어 암각화의 일부분을 눈으로 확인하고는 환호성을 올리기도 했다. 본 사람들은 못 본 사람들 곁에 서서 설명을 해주었다.

장생포에서 보지 못한 고래를 대곡리 암각화에서만이라도 꼭 봐야 한다는 마음에 선생님들의 표정은 진지했다. 진지한 모습으로 암각화 찾기에 몰입한 선생님들의 표정은 모두 천사표였다. 

어떤 고래가 있을까

제아무리 천사표라도 물 속에 잠긴 고래까지 볼 수는 없는 터. 안내판 모형을 통해 암각화의 전체적 모습을 확인할 수밖에 없었다.

▲ 설명 반구대 암각화를 설명해주는 울산모임 선생님
ⓒ 전국역사교사모임

관련사진보기


“어제 지역개관에서 설명을 들으셨으니 암각화 속에 나오는 고래가 어떤 고래인지 아시겠죠?”

울산 선생님의 질문에 아무도 선뜻 대답하지 못했다. 설명 한 번 들었다고 척척 대답을 할 만큼 자신이 없었다. 대부분의 선생님들이 머뭇거리는데 기상천외한 대답이 나왔다.

“우리 집에서 고래를 길러본 적이 없어 잘 몰라요.”

한바탕 폭소가 쏟아졌다. 설명을 담당한 울산 선생님도 함께 웃었다. 그리고 차분하게 암각화에 새겨진 고래의 종류에 대해 설명해주었다. 대곡천 찬바람이 옷깃을 헤집고 들어와도 모두들 설명에 귀를 기울였다.

반구대에는 고래와 관련된 다양한 바위그림이 등장한다. 귀신고래, 혹등고래, 범고래, 긴 수염고래 등 종류별 고래의 특징이 사실적으로 새겨져 있다. 뿐만 아니라 투창이나 투망을 이용해 고래를 잡았던 당시의 생활상이 확인되고 고래의 해체 단면도까지 확인된다.

▲ 고래박물관에 있는 바위그림 모형 1- 새끼를 업고 있는 고래, 2 - 작살에 꽂힌 고래, 3 - 두 갈래로 수증기를 뿜는 긴수염고래, 4 - 배의 주름이 꼬리까지 이어진 혹등고래, 5- 그물에 잡힌 고래
ⓒ 전국역사교사모임

관련사진보기


선사시대 이곳에 살던 사람들에게 고래는 그들의 생존을 이어주는 귀중하고 고마운 존재였다. 그래서 바위 면에 그들의 마음을 새겨 후세에 전했다.

지금은 고래 한 마리 찾기 힘든 울산이지만 바위그림에 새겨진 고래의 숨결은 국보가 되어 세계문화유산이 되어 이곳을 찾는 이들에게 살가운 모습으로 다가서고 있다.

덧붙이는 글 | 1월 14일부터 1월 17일까지 3박 4일 일정으로 전국역사교사모임이 주관하고 울산역사교사모임이 준비한 자주연수가 있었다. 이번 자주연수의 주제는 '고래와 노동의 도시, 울산'이었다. 이 기사는 둘째 날 고래박물관 및 울산 대곡리 암각화 답사 관련 기사입니다.


시민기자 가입하기

© 2014 OhmyNews오탈자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