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즉위하는 정조. <이산> 예고편에서.
 즉위하는 정조. <이산> 예고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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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산>의 정조가 곧 즉위한다. 2월 25일에 등극할 것이란 말도 있었지만, 이번 주 안에 ‘취임식’을 할 것으로 보인다.

하기는 민족의 존경을 받는 분을 아무 데나 갖다 붙이는 것은 정조 임금에 대한 예의가 아닐 것이다. 이방원은 "이런들 어떠하리 저런들 어떠하리"라고 했지만, 정몽주의 어머니는 "까마귀 노는 곳에 백로야 가지 마라. 성낸 까마귀들이 너의 흰빛을 시샘하나니, 맑은 물에 깨끗이 씻은 몸을 더럽힐까 하노라"고 하였다. 정조 황제를 아무 데나 갖다 붙여서는 안 될 것이다. 

아무튼 세손 이산은 곧 취임한다. 죄인 사도세자의 아들로 갖은 풍상을 다 겪은 그가 드디어 지존의 자리에 오른다. 조선 최고의 개혁군주 정조는 영조 사망 5일 뒤인 1776년 4월 27일에 즉위식을 하고 파란만장한 24년의 통치를 시작한다.

그럼, 개혁군주 정조와 함께 조선왕조의 지도부를 구성한 사람들은 누구누구였을까? 정조 즉위 당시 3정승 6판서 자리에 있었던 사람들의 면면을 살펴보기로 한다.

그들의 프로필을 살펴보기에 앞서, 정조 즉위 당시의 조선정부가 일종의 과도정부였다는 점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1776년 1월 30일에 이산이 대리청정을 개시한 이후의 조선정부는 한편으로는 영조의 정부이면서 또 한편으로는 세손의 정부라는 과도기 성격을 띠었다.

이산은 이 같은 과도체제 하에서 즉위식을 한 것이다. 그러므로 즉위 당시의 ‘내각’이 정조의 통치 스타일을 100% 반영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죄인' 사도세자의 아들로 즉위한 정조의 초대 내각

먼저, 삼정승 자리에는 다음과 같은 사람들이 있었다. 아래 인물 소개는 1776년 현재를 기준으로 한 것이다.

▲ 영의정 김상철: 1712년생(65세). 강릉 김씨. 정시(庭試) 을과 출신. 충청도관찰사·한성판윤·이조판서·형조판서·병조판서·우의정·좌의정 역임.
▲ 좌의정 신회: 1706년생(71세). 평산 신씨. 알성시 병과 출신. 병조판서·예조판서·황해도관찰사·이조판서·좌의정·영의정 역임. ※사도세자의 죽음에 적극 관여.
▲ 우의정 이은: 1722년생(55세). 덕수 이씨. 정시 을과 출신. 대사헌·강화유수·이조판서·우의정·좌의정·판중추부사 역임. ※서명선이 세손의 최대 라이벌인 홍인한(대리청정 반대)을 공격하는 상소를 올렸을 때에 서명선을 도왔음.

위에서 본관을 소개한 것은 조선시대에는 가문이 개인의 사회 활동에 결정적 요소로 작용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과거합격 경력을 소개한 것은 그 당시에는 그것이 학력이나 마찬가지였기 때문이다.

위의 인물 소개에서 보다시피, 25세의 젊은 정조를 보좌할 삼정승에는 영조 치하에서 풍부한 관직 경험을 쌓은 김상철·신회·이은이 포진하고 있었다. 평균 연령 63.7세인 삼정승은 세손에게는 아버지나 할아버지뻘 정도 되는 사람들이었다.

이 중에서 신회와 이은이 특히 관심을 끈다. 신회는 사도세자의 죽음에 간여했기 때문에 즉위 이후 어떻게 될지 모르는 사람이고, 이은은 세손의 대리청정에 공로가 있는 사람이다. 특히 신회에게 정조가 앞으로 어떤 처분을 내릴지 주목된다. 그런 자신의 운명을 예감하면서도 이산의 등극을 준비해야 하는 신회의 마음도 편치는 않았을 것이다.

새로운 개혁군주에게 충성을 서약하는 백관들. <이산> 예고편에서.
 새로운 개혁군주에게 충성을 서약하는 백관들. <이산> 예고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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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으로, 6판서를 살펴보기로 한다. 

▲ 이조판서 서명선: 1728년생(49세). 달성 서씨. 증광문과 을과 출신. 소론계. 강원도관찰사·대사성·대사헌·예조판서·병조판서 역임.
▲ 호조판서 채제공: 1720년생(57세). 평강 채씨. 정시 병과 출신. 남인계. 도승지·대사간·대사헌·경기감사·개성유수·함경도관찰사·한성판윤·병조판서·예조판서·호조판서·평안도관찰사 역임.
▲ 예조판서 조중회: 1711년생(66세). 함안 조씨. 정시 병과 출신. 대사간·대사성·개성유수·도승지·대사헌·예조판서·이조판서 역임.

여기서 서명선은 시의적절한 홍인한 비판상소로 세손의 대리청정에 최대 공헌을 세운 인물이다. 드라마 <이산>에서 '카메라'에 자주 얼굴을 내미는 채제공은 예전에 사도세자를 적극 비호한 인물이다. 한편, 조중회는 사도세자를 비호한 데 비해 탕평책에는 회의적인 사람이었다.   

▲ 병조판서 이휘지: 1715년생(70세). 전주 이씨. 정시 병과 출신. 홍문관대제학·강화유수 역임.
▲ 형조판서 정존겸: 1722년생(59세). 동래 정씨. 정시 병과 출신. 이조판서 역임. ※사도세자의 평안도 여행에 연루됨. 홍인한을 반대하고 세손을 보호함. 탕평책에는 소극적이었음.
▲ 공조판서 김한기: 1728년생(49세). 경주 김씨. 별시 병과 출신. 성균관대사성·경상도관찰사·어영대장 역임.

위의 인물 소개에 따르면, 6판서의 평균 연령은 58.3세로 삼정승보다 5.4세가 더 젊다. 이들 중에는 사도세자와 세손을 비호했으면서도 탕평책에는 회의적 반응을 보인 인물들이 포함되어 있다. 할아버지에 이어 탕평책을 계승할 정조의 치세가 그리 순탄치만은 않을 것임을 예고하는 대목이다.

이산에게 바쳐지는 어보(국새). <이산> 예고편에서.
 이산에게 바쳐지는 어보(국새). <이산> 예고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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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로 세손 지지…'사도세자' '탕평책'에서는 이견

6판서 중에서 주목을 끄는 두 인물은 서명선·채제공이다. 서명선은 세손이 홍인한의 공격으로 위기에 처했을 때에 홍인한 비판상소를 올림으로써 영조가 홍인한을 실각시킬 수 있도록 명분을 제공한 주역이다.

영조시대 중반까지만 해도 정치적으로 큰 빛을 못 보던 서명선은 결정적인 순간에 세손을 지원 사격함으로써 일약 권력의 핵심에 뛰어오를 수 있게 되었다. 그에게 인생이란 '한 방'이었나 보다.

영조가 세손에게 "진실로 나의 사심 없는 신하이며 너의 충신"이라고 '강추'(강력추천)한 채제공은 정조의 즉위 이후에는 사도세자의 적들을 처벌하는 역할을 맡는다. 이로 인해 그는 노론의 적으로 떠오른다. 지금까지 드라마 <이산>에서는 말 많은 홍국영 옆에서 점잖게 세손을 보좌했지만, 정조 즉위 이후에는 군주의 친위세력으로서 반대파 숙청에 큰 공로를 세운다.

한편, 대통령비서실장 격인 도승지는 전 대사헌인 서유린(39세, 달성 서씨)이 맡고 있었으며, 말도 많고 능력도 있고 욕심도 많은 젊은 실세 홍국영은 아직 훈련정이란 자리에 머물러 있었다.

위에 소개한 3정승 6판서 중에서 TV 시청자들에게 알려진 인물은 채제공밖에 없을 것이다. 여담이지만, 이는 채제공이 '카메라'에 잘 포착되는 자리를 늘 선점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카메라 기자들이 '저 사람은 찍지 말아야지'라며 조심하는데도, 나중에 확인해보면 꼭 카메라에 찍혀 있는 국회의원들이 있다고 한다.

지금까지 살펴본 바와 같이 세손 이산은 과도정부를 이끌고 1776년 4월 27일 즉위식장에 나갔다. 대리청정 중인 세손을 보좌한 삼정승 육판서는 다들 영조 치하에서 이미 고관을 지낸 사람들이었다. 그리고 대체로 세손을 지지한 사람들이라는 점에서도 공통점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었다.

다만, 사도세자에 대한 태도와 관련하여서는 사도세자를 비호한 사람들이 많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들도 끼여 있었다. 또 세손과 사도세자를 모두 지지하면서도 탕평책에 대해서만큼은 그리 우호적이지 않은 사람들도 있었다. 그러므로 그 진용으로는 탕평정치를 과감하게 추진하기가 힘들었다. 하지만, 그래도 할 수 없는 일.

'즉위 이후에 다시 생각한다. 일단은 이대로 간다!'

과도정부의 한계를 잘 알고 있는 세손 이산은 일단 그 진용으로 지존에 오른다. 그는 속마음을 잘 드러내지 않는 사람이었다. 함부로 말을 하는 사람이 아니었다. 호불호(好不好)를 쉽게 표현하는 사람이 아니었다.

즉위 이후 그는 점진적 개각에 착수할 것이며, 마음속에 깊이 간직한 그 '한'을 풀게 될 것이다. 무엇보다도 그는 수구보수를 물리치고 조선을 구하기 위하여 자신의 나머지 인생을 걸게 될 것이다.


태그:#이산, #정조, #즉위식, #탕평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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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mjongsung.com.일제청산연구소 연구위원,제15회 임종국상.유튜브 시사와역사 채널.저서:대논쟁 한국사,반일종족주의 무엇이 문제인가,조선상고사,나는 세종이다,역사추리 조선사,당쟁의 한국사,왜 미국은 북한을 이기지못하나,발해고(4권본),패권쟁탈의 한국사,한국 중국 일본 그들의 교과서가 가르치지 않는 역사,조선노비들,왕의여자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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