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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구 전 얼라이언스 시스템 대표. 그는 현재 대중소기업상생협회 회장으로 일하고 있다.
 조성구 전 얼라이언스 시스템 대표. 그는 현재 대중소기업상생협회 회장으로 일하고 있다.
ⓒ 장윤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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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SDS와 분쟁을 벌여 완패했던 한 중소기업인이 4년만에 다시 삼성을 향해 칼을 빼 들었다. 2004년 8월 23일 서울지검에 삼성SDS를 사기혐의로 고소했다 '무혐의'로 불기소 처분을 받았던 조성구(46) 전 얼라이언스 시스템 대표.

그는 18일 서울중앙지검에 삼성SDS를 사기 혐의로 재고소했다. 삼성SDS로부터 148억7700만원을 손해봤다고 주장하고 나선 조 전 대표는 "자신의 SW프로그램 사용료를 부당하게 편취할 목적으로 삼성SDS가 거짓말을 했다"며 "검찰이 이 사건의 진실을 다시 밝혀 중소기업에 대한 대기업의 횡포에 경종을 울려주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오마이뉴스>는 지난 16일 서울 가락동 조 전 대표의 사무실에서 그와 만나 이미 대검까지도 '무혐의'로 불기소 처분을 내린 사건을 다시 꺼내는 이유에 대해 들어봤다. 

무제한 사용원칙이 300명 사용조건으로 둔갑

서울 중구 태평로의 삼성 본관.
 서울 중구 태평로의 삼성 본관.
ⓒ 오마이뉴스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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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본관을 확 불 질러 버릴까. 제가 억울함을 풀 수 있는 길은 그것밖에 없지 않나 절망에 빠질 때가 한두 번이 아닙니다."

조 전 대표는 지난 97년 5월 사무자동화 소프트웨어 시스템을 연구 개발해 판매하는 회사를 만들었다. 그가 만든 프로그램은 'Xtorm'. 회사명은 얼라이언스 시스템이다. 미국과 인도 IT인재들이 함께 했던 중소기업이다.

2004년에는 국내 금융권은 물론 일본 금융권 시장까지 진출했다. 2004년 당시 그는 회사 설립 7년 만에 이미징 솔루션 시장에서 제품 경쟁력만으로도 해외 소프트웨어 기업을 위협하는 존재가 됐다고 평가받았다. 불행은 삼성과의 악연이 맺어지면서 시작됐다.

그가 운영했던 얼라이언스 시스템은 2000년 한빛은행(현 우리은행) 신용카드 업무에 '이미징 사무자동화 시스템 소프트웨어 프로그램'을 팔았다. 당시 총 공사비용은 1억원이었다.

종이로 된 수백만, 수천만장의 문서를 이미지 고속 스캐닝으로 간편하게 파일검색을 할 수 있도록 한 이 프로그램은 은행업무의 빠른 일처리에 상당히 기여했다.

이에 따라 우리은행은 170억원을 들여 전국 710개 지점에 모두 이 시스템을 깔겠다고 나섰다. 이때 4개의 SI업체가 얼라이언스와 컨소시엄을 구성해 입찰에 참여했다. 당시 입찰에 참여했던 업체는 LG-CNS, 삼성SDS, IBM, 현대정보기술(주) 등이다.

2003년 4월 이 네 기업 가운데 삼성SDS가 낙찰됐다. 낙찰가는 85억원. 낙찰 이후 삼성SDS는 협력업체가 된 얼라이언스 시스템에게 이 공사를 수행하는 비용으로 11억5000만원을 주겠다고 했다.

그러나 조 전 대표는 이 금액을 선뜻 수용하기 어려웠다. 그는 "소프트웨어 프로그램은 사용자(유저)를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사용자가 늘어날 때마다 추가비용이 발생하게 된다"며 "무제한 사용 조건이라면 최소 70~80억원은 받아야 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조 전 대표는 삼성SDS와의 첫 계약은 손해를 보는 것이지만, 향후 사업전망을 생각하면 부당하더라도 삼성의 제안을 받는 게 더 낫다는 판단을 했다. 그래서 몇 가지 조건을 걸고 삼성SDS의 제안을 받아들였다. 이에 따라 삼성SDS와 얼라이언스는 '솔루션 공동사업을 위한 협약서'를 체결했고 삼성SDS는 얼라이언스 시스템 측에 전략적 제휴를 제안하면서 'Xtorm'에 대한 사업확대에 함께 나서자고 했다.

삼성SDS는 '솔루션 공동사업을 위한 협약서'를 통해 삼성그룹과 우리금융그룹, 제1금융권 등에 'Xtorm' 솔루션을 활용한 사업확대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 또한 삼성SDS는 얼라이언스와의 전략적 제휴를 위해 30억원(부가세 포함) 규모의 얼라이언스 패키지를 우선 발주한다는 내용도 포함시켰다. 이 내용은 모두 대외비 문서로 작성됐다.

그러나 삼성SDS는 이같은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는 게 조 전 대표의 주장이다. 그는 "당시 삼성 측은 입찰조건이 '무제한(Un-Limited) 라이센스'라는 것을 말하지 않았고, 실행하지도 않을 '솔루션 협약서'를 써서 나를 현혹시켰다"며 "삼성SDS가 협력업체인 중소기업을 상대로 사기를 쳤다"고 주장했다.

실제 당시 입찰서류를 살펴보면, '이미징/워크플로우 시스템 구축 제안서'에는 '라이센스 기준을 적용하는 경우 무제한(Un-Limited) 적용을 원칙으로 함'이라고 명기돼 있다. 당시 한빛은행(우리은행)이 삼성SDS에 보낸 제안 시스템 개요에도 '라이센스 기준을 적용하는 경우 무제한(Un-Limited) 적용을 원칙으로 함'이라고 써 있고, 삼성SDS는 이를 '수용'한다는 입장까지도 밝혀두었다. 그러나 이 같은 원칙은 얼라이언스 측에 전달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조 전 대표의 입장에서는 삼성SDS가 얼라이언스를 속였다고 볼 수 있는 상황이 된 게다.

검찰에 고소하면 계약취소?

이 같은 사실을 알게 된 조 전 대표가 2004년 8월 검찰에 고소장을 제출했다. 조 전 대표는 "수사가 진행되자 삼성 측이 '처음 입찰 때는 무제한 사용이었지만 중간 입찰과정에서 300명 사용 조건으로 바뀌었다'고 말을 바꿨다'고 주장했다.

한빛은행(현 우리은행)은 검찰 수사과정에서 당시 삼성SDS와 체결한 '변경된 계약서'를 제출했다. 그러나 조 전 대표는 이것도 삼성의 거짓말이라고 주장했다. 사문서 위조이거나 '이면계약'이 존재했다는 것이다.

실제 이 사업의 입찰에 참여했던 현대정보기술(주)의 김아무개 영업대표는 2004년 12월 29일 검찰에 제출한 사실확인서를 통해 "그 당시 입찰 조건 중 소프트웨어에 대해선 무제한 사용조건이었으며, 이에 대한 입찰조건 변경과 관련된 구두합의 및 문서합의도 없었다"고 확인해줬다. 삼성의 주장을 뒤집는 반대입장인 셈이다.

그러나 당시 이 사건을 수사했던 검찰은 이 문서를 증거자료로 채택하지 않았다. 다만, 당시 무제한 원칙을 변경해 300명 사용자 조건으로 바꿨다는 우리은행(우리금융정보시스템) 관계자의 진술과 삼성SDS-한빛은행간 맺은 300명 기준 사용계약서, 입찰에 응한 업체들이 300명 기준으로 쓴 견적서 등을 근거로 '혐의 없다'며 불기소 처분을 내렸다.

삼성측의 주장을 결정적으로 뒤집을 만한 증거마저 서울지검이 채택하지 않고 불기소 처분을 내리자 조 전 대표는 서울고검으로 갔다. 2005년 3월 15일 서울고검에 고소장을 접수했지만 서울지검과 같은 이유로 무혐의 처분이 내려졌다. 같은 해 9월 대검에 재항고를 했지만, 결과는 마찬가지였다.

"대한민국 검찰은 삼성비리 수비대"

중소기업이 대기업인 삼성과 싸우면 망한다는 속설처럼 그는 정말 망했다. 고소를 취하하지 않고 대검까지 올라가니 얼라이언스 시스템에 20억원을 빌려줬던 국내 최고 네트워크 장비업체인 C업체가 한꺼번에 이 돈을 갚으라고 했다.

그는 "한번에 20억원을 갚지 못하자 삼성SDS 납품업체인 C업체는 얼라이언스를 강제 인수했다"며 "2005년 11월 17일자로 사실상 우리 회사는 공중분해 됐다"면서 허망하게 웃었다.

이 사건을 겪은 뒤로 그는 "대한민국 검찰은 삼성비리 수비대라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며 "힘이 없기 때문에 대기업 삼성과 싸우는 일개 중소기업인을 검찰이 짓밟은 셈이나 마찬가지"라고 울분을 터뜨렸다.

이미징 소프트웨어 분야에서 1인자가 되기 위해 해외로 뻗어나가던 중 삼성SDS와 악연을 맺은 그는 현재 40억원이 넘는 빚을 진 채 살아간다. 죽을 때까지 노력해도 갚을 수 없는 돈이다. 그에게 삼성과 싸워 이기면 다시 기업을 하겠느냐고 물었다.

"전혀. 나는 자식이 다섯이다. 앞으로 아이들이 사는 세상이 깨끗해져서 내가 당한 이런 더러운 일을 겪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한편, 조 전 대표가 삼성SDS를 상대로 재고소에 나서는 것과 관련, 김세호 삼성SDS 홍보그룹장은 <오마이뉴스>와 전화통화에서 "이미 검찰에서 충분히 조사를 해서 무혐의 결정을 내린 사건"이라며 "오래 전부터 언론에 언급된 바대로 이 문제에 대해 언급할 가치가 없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어 김 그룹장은 "조 전 대표는 삼성이 그를 상대로 사기를 쳤다고 주장하는데, 이미 이 사건은 형사, 민사, 행정소송에서 모두 삼성이 승소했다"며 "이제 와서 그가 또 다시 재고소를 하는 이유가 뭔지 모르겠다, 고소장을 보고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서는 다시 코멘트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당시 서울지검에서 이 사건을 수사했던 K 부장검사는 "기록을 보지 않은 상태에서 과거의 사건내용을 언급한다는 것 자체가 부적절하다"며 "내가 지금 할 수 있는 말은 당시 최선을 다해 수사했다는 것 뿐"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다른 말은 할 게 없다며 먼저 전화를 끊었다.


태그:#삼성특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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