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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재즈색소포니스트 이정식이 2007년 두 장의 앨범을 6개월의 기간을 두고 연이어 발표했다. 재즈계에서 한 해에 두 장의 앨범을 발표하는 것은 이례적이다. 앨범 한 장을 발표하는데도 몇 년의 시간을 갖고 치열한 탐색을 하는 것이 일반적인데, 이정식은 두 장의 앨범을 그것도 스타일이 전혀 다른 앨범을 발표했다.

 
2007년 5월에 발매된 <Moon Illusion>은 한국적 재즈를 실험한 앨범으로 프리재즈와 월드뮤직이 혼재돼 있다. 무악과 살풀이를 통해 죽음에 근접한 이의 명상과 철학을 국악으로 접근한 <Moon Illusion>은 대단히 실험적이다. 이정식의 국악을 통한 재즈로의 접근, 즉 국악의 재즈화에 대한 남다른 열정이 배어 있는 앨범이다. 이 앨범은 한국적 재즈를 표상화한 에스닉한 앨범이다.

 

이에 반해 2007년 말에 발표한 <Oldies & Memories>는 올드팝을 재즈로 연주한 대중적 앨범이다. 누구나 쉽게 들었던 팝을 재즈로 연주하고 있는데, 이 앨범의 주제는 추억과 향수라고 할 수 있다. 데비 분의 노래로 많이 들었던 'You Light Up My Life'를 시작으로 'Happy Together', 'Danny Boy', 'At Seventeen' 등 6,70년대 우리 시대를 관통했던 팝을 연주하고 있다.

 

또한 우리나라에서 애시드 재즈(재즈와 힙합이 결합된 흥겨운 음악) 성향의 음악을 추구하는 클래지콰이의 보컬리스트 호란이 보컬로 참여한 'Will You Still Love Me Tomorrow'는 재즈라기보다는 감미로운 발라드에 가깝지만 듣기에 편안하다. 재즈보컬리스트 웅산이 부른 '그댄 바람에 안개로 날리고'는 블루스곡이다. 두 곡에서 이정식의 색소폰은 격렬한 색소폰 블로윙보다는 보컬을 서포트하는 선에서 감미롭게 연주한다.

 

이정식의 연주가 빛을 발하는 대목은 라이브로 연주할 때이다. 'Killing Me Softly With His Love Song', 'One Summer Night', 'House Of The Rising Sun' 같은 곡을 연주할 때이다. 특히 '해 뜨는 집'을 연주할 때 이정식의 색소폰은 그야말로 압권이다. 강약과 톤을 조절해가며 때론 격정적이고, 한 편으론 블루스의 슬픔을 온몸으로 연주하는 이정식의 연주는 가히 이 앨범의 백미라 할 수 있다.

 

이렇게 두 장의 앨범, 실험성과 대중성이 있는 앨범을 발매한 이정식을 'EBS 스페이스 공감' 녹화하는 날, 녹화하기 전 짧은 인터뷰를 했다.

 

- 이정식씨는 우리나라 대표적인 재즈색소포니스트이다. 사람들에게 재즈를 설명하자면 재즈란 무엇이고, 어떡하면 재즈를 어렵지 않게 일반 대중들이 들을 수 있겠는가?

"예전의 재즈는 즉흥연주가 가미된 스윙을 있어야 재즈라고 말했다. 재즈는 역시 스윙이고 재즈적 어프로치가 있어야 한다. 그런데 요즘은 클래식과 재즈의 결합, 넓게 말해 크로스오버를 재즈라고 말하는 사람이 제법 많다. 현대재즈에서 유럽의 클래식을 바탕으로 한 선율이 가미된 음악을 간과할 수 없지만 재즈의 핵심은 스윙과 즉흥연주다.

 

재즈를 쉽게 들을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일단 편견에서 좀 벗어나는 것이다. '재즈는 어렵다' 혹은 '재즈는 우리 정서와 동떨어져 있다'라는 생각에서 벗어나면 듣기 가장 편안한 음악이 재즈음악이다. 그리고 가장 자유로운 음악이고 인간의 상상력을 극대화할 수 있는 음악이 바로 재즈라고 생각한다."

 

- 최근 사람들이 많이 들었던 올드팝을 연주한 앨범 <Oldies & Memories>를 발표했다. 그전에 나온 <Moon Illusion>과 백팔십도 다른 앨범인데, 이번 앨범을 소개해 달라.

"<Oldies & Memories>가 대중적이라면 <Moon Illusion>은 '재즈를 어떻게 한국화시킬 것인가'를 고민한 앨범이다. 그래서 앨범 발매 시기가 불과 6개월 정도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다. <Oldies & Memories>는 여러분들이 과거에 들었던 올드팝을 재즈로 연주했는데, 내가 학창시절 자주 연주했던 곡을 위주로 앨범을 만들었다. 한마디로 말하면 추억여행이다. 여러분들도 학창시절 팝을 들었던 때가 있었을 것이다. <Oldies & Memories>는 이런 추억을 회상하는 의미에서 여러분들께 친숙한 곡으로 선곡했다. 혹시 재즈를 어렵게 생각하는 분들도 쉽게 들을 수 있는 앨범이다."

 

- 신촌블루스의 블루스곡인 '그댄 바람에 안개로 날리고'를 재즈보컬리스트 웅산이 부르던데, 재즈와 블루스의 차이가 뭐라고 생각하나?

"재즈도 그렇지만 블루스도 흑인들의 애환 속에서 태어난 음악이다. 넓게 보면 재즈도 블루스 속에 포함되어 있다. 재즈는 학구적인 방향으로 발전되었고, 블루스는 좀 감각적인 방향으로 나아가지 않았나 싶다. 블루스에서 재즈로 발전했다고 보는데, 공통적인 것은 흑인들의 일상적 삶 가운데서 재즈나 블루스가 탄생되었다는 것이다."

 

- <Oldies & Memories>를 발표하기 몇 개월 전에 <Moon Illusion>을 발표했다. 기자가 듣기에 <Moon Illusion>은 우리 한국 특유의 무악(巫樂)을 재즈화, 혹은 재즈에 접목시켰다고 보는데, 어떻게 생각하는가?

"그 말이 맞다. <Moon Illusion> 앨범을 녹음하면서 죽음의 이미지를 생각했다. 다시는 돌아갈 수 없는 유년시절, 꽃상여… 그러면서도 잔칫집 같은 분위기… 영화로 말하자면 임권택 감독의 <축제> 같은 이미지를 상상했다. 그렇지만 서양의 재즈가 모든 것을 채워줄 수 있는 음악이 아니라는 걸 절감했다. 그래서 서양의 재즈를 한국적으로 체화하고 싶었다. 진정 이정식만의 재즈를 한번 해보고 싶었다. 어린 시절에 보았던 농악, 굿 이런 것들도 많은 영향이 있었다. 이런 것들을 프리재즈를 가미해 한국적인 재즈로 만들어보고 싶었다. 사람들은 프리재즈라고 하면 아무렇게나 연주하는 줄 아는데 그게 아니라 프리재즈 안에서도 복잡한 구성이 있다. 이 구성미를 가미한 누구도 할 수 없는 이정식만의 음악을 하고 싶었다." 

 

- 고향이 전남 함평인 걸로 알고 있다. 어렸을 때 국악이나 농악을 많이 들었나? 그 유년시절의 기억이 '달의 착시' 앨범을 연주하는데 어떤 모티브가 되었다고 생각하지 않나?

"어린 시절 농악이나 국악은 늘 듣던 음악이다. 내가 의식적으로 국악이나 농악에 관심 있어서가 아니라 자연스럽게 그런 음악을 듣는 분위기였다. 유년시절의 아련한 기억이 이번 앨범에 도움이 되었던 건 사실이다."

 

- 지금 어떻게 활동하고 있는가?

"수원여대 실용음악과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고, 라디오 프로그램으로는 CBS '올댓재즈'를 매일 새벽 2시부터 4시까지 진행한다."

 

- 이번 앨범 출시 기념으로 공연을 준비하고 있는가?

"2월 19일 대치동 섬유센터에서 공연이 예정되어 있다. 오마이뉴스 독자분들도 많이 오셨으면 좋겠다(웃음). 그리고 지방자치단체 문화예술회관에서 계속 순회공연을 할 예정이다."

 

- <Oldies & Memories> 앨범 재킷에 오래된 기차가 서 있다. 여행은 많이 다니는가?

"여행을 가고 싶지만 여건상 시간내기가 어렵다. 다만 앨범을 내고 공연할 때 두루두루 다닌다. 연주여행인데 그것도 길게 다닐 순 없다. 이번 앨범을 일본과 유럽에서 발매할 예정이다. 그때는 정말 여행 좀 편하게 다니고 싶다.(웃음)"


태그:#이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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