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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성주군 수륜면 작은리, 여러 마을이 따로 흩어져 살고 있는데, 그야말로 '오지'였답니다. 사진은 작은리 거뫼 마을 어느 집
▲ 작은리 마을 거뫼 경북 성주군 수륜면 작은리, 여러 마을이 따로 흩어져 살고 있는데, 그야말로 '오지'였답니다. 사진은 작은리 거뫼 마을 어느 집
ⓒ 손현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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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지’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곳이 경북 봉화였는데, 가까운 곳에 이런 곳이 있을 줄 미처 몰랐어요. 경북 성주군 수륜면 작은리 이야기를 해볼까 해요.

설날 연휴, 나흘이나 되는 제법 긴 휴가를 얻어서 매우 신이 났답니다. 명절을 식구들과 즐겁게 보내고 이번에도 어김없이 자전거 나들이를 떠납니다. 구미에서 왜관 지나 성주군 대가면까지 갑니다. 여기서 왼쪽 고갯길로 오르면, ‘작은리’로 가는 길이 나오지요. 예까지는 아스팔트가 잘 깔려 있어 자전거를 타기에 아주 좋아요. 모퉁이를 돌아서니, 이제부터는 흙으로 된 산길입니다.

산길 풍경에 과거보러 가는 선비라도 된 듯

작은리에 가려면, 이런 오르막과 내리막을 여러 번 거쳐 가야 합니다. 자전거를 타고 가기에 힘은 몹시 들지만 퍽 재미있어요.
▲ 내리막길 작은리에 가려면, 이런 오르막과 내리막을 여러 번 거쳐 가야 합니다. 자전거를 타고 가기에 힘은 몹시 들지만 퍽 재미있어요.
ⓒ 손현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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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드러운 흙길이 나오니 참 좋더군요. 향긋한 소나무 냄새를 맡으며 ‘길 사진’을 여러 장 찍었답니다.
작은리가 ‘오지’라서 이런 산길을 따라가야 하는구나! 하며 길 풍경에 설레고 기분이 어찌나 좋던지. 하얀 눈이 쌓여 있고 땅은 여러 군데 얼어 있기도 해서 조심스럽지만 퍽 재미나게 자전거를 타고 갑니다.

길은 또 어찌나 예스럽던지, 마치 우리가 그 옛날 과거보러 가는 선비라도 된 듯했어요. 저기 앞에 갈림길이 나오고 이정표에는 ‘고령,↖↗거뫼’라고 써놓았는데, 조금 삐딱하게 서 있어서 길이 헷갈리기도 했어요.

위성지도인 ‘구글어스’에서는 이곳 성주 쪽이 제대로 나와 있지 않아 방향만 대충 보고 왔기 때문에 어림짐작으로 가야 했어요.

왼쪽 아래로 난 길은 차 한 대 겨우 지나 갈 만큼 좁아요. 가파른 내리막을 따라 구불구불 한데, 깊은 골짜기를 따라 하얀 길이 참 멋지더군요. 갈림길에서 서성거리고 있는데 마침 트럭 한 대가 오기에 세웠어요.

여기는 작은리 가는 산길로 들어서기 앞서 있던 마을이에요. 하얀 눈이 덮인 풍경이 매우 포근해 보였답니다.
▲ 하목 마을 여기는 작은리 가는 산길로 들어서기 앞서 있던 마을이에요. 하얀 눈이 덮인 풍경이 매우 포근해 보였답니다.
ⓒ 손현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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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흙길이 나와요. 소나무 냄새 향긋하고 길이 구불구불한 게 퍽 멋스럽답니다. 이 길을 가노라면 우리가 마치 그 옛날 과거보러 가는 선비라도 된 듯해요.
▲ 작은리 가는 길에 들어서면 이런 흙길이 나와요. 소나무 냄새 향긋하고 길이 구불구불한 게 퍽 멋스럽답니다. 이 길을 가노라면 우리가 마치 그 옛날 과거보러 가는 선비라도 된 듯해요.
ⓒ 손현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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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령,↖↗거뫼’ 라고 쓴 이정표 왼쪽으로 난 길로 내려다보면 이런 좁은 길이 보여요. 여기부터 골짜기로 내려가면서 오지 마을 '작은리'가 나온답니다.
▲ 좁은 길 ‘고령,↖↗거뫼’ 라고 쓴 이정표 왼쪽으로 난 길로 내려다보면 이런 좁은 길이 보여요. 여기부터 골짜기로 내려가면서 오지 마을 '작은리'가 나온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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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리로 가려면 어디로 가야 하나요?”
“이 아랫길로 내려가면 돼요.”


내리막을 한참 따라가니 드디어 마을이 보였어요. 아니, 산 중턱에 집이 서너 채 있는데 마을이라고 하기도 뭣해요. 여기가 바로 작은리인가 보다 했어요. 떠나기에 앞서 수륜면사무소 누리집에서 ‘거뫼’, ‘덕골’, ‘산거리’, ‘모방골’, ‘개티’, ‘배티’…. 이런 마을마다 거의 서너 집에서 열 집 안팎으로 따로 흩어져 있다고 했어요.

아침 9시에 집을 나섰는데, 어느새 오후 1시. 가져 온 컵라면과 김밥을 길가에 앉아서 먹었어요. 다 먹고 나서  ‘작은리’를 샅샅이 둘러봅니다. 집들이 워낙 띄엄띄엄 흩어져 있기도 했지만 이 산골에 들어와서부터 사람을 볼 수가 없네요. 마침 부산 번호표를 단 차 한 대가 마을에서 내려오는데, 아마 명절을 쇠고 가는 듯 보였어요. 차가 내려온 쪽을 따라 갔더니, 아저씨 한 분이 나와 있었어요.

“아저씨 안녕하세요? 작은리로 가려면 어디로 가야 하나요?”
“여가 다 작은린데요?”
“아, 그래요? 그럼 여기가 덕골인가요?”
“여는 산거리고 덕골은 조 아래 있습니다. 근데 어디서 왔어요?”
“구미에서 왔어요.”
“네? 구미에서 자전거를 타고 여까지 왔어요?”
“네….”


이젠 우리가 가는 곳마다 구미에서 왔다는 얘기를 하면 입을 떡 벌리고 놀라는 모습을 하도 많이 봐서 매우 익숙해졌어요. 아저씨께 새해 복 많이 받으시라고 인사를 하고 이제 덕골로 갑니다. 버스가 서는 곳인 듯 ‘개티← 덕골 →거뫼’라고 쓴 알림판이 있는데 나름대로 옛 풍경을 느끼기에 너끈했어요.

산 중턱에 자리 잡고 사는 '산거리' 사람이 살고있는 집은 겨우 네 집밖에 없어요.
▲ 산거리 산 중턱에 자리 잡고 사는 '산거리' 사람이 살고있는 집은 겨우 네 집밖에 없어요.
ⓒ 손현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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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소리는 들리지 않고 골짜기를 울리는 개 짖는 소리밖에 들리지 않았어요. 이 작은 마을에 '0번 버스'가 하루에 두 번만 지나다닌답니다.
▲ 덕골 버스정류장 사람 소리는 들리지 않고 골짜기를 울리는 개 짖는 소리밖에 들리지 않았어요. 이 작은 마을에 '0번 버스'가 하루에 두 번만 지나다닌답니다.
ⓒ 손현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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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도 산자락에 층층이 집이 있는데 거의 빈집 같기도 하고 잘해야 두세 집 있을까 말까한 그런 곳이었어요.
사람 소리는 어디에서도 들리지 않고 조용한 산골에 개 짖는 소리만 컹컹 골짜기를 울렸습니다. 아마도 개를 여러 마리 키우는가 봐요.

“이야! 여긴 완전히 60~70년대 모습이다.”
“그러게, 이 깊은 산골에 어쩜 이렇게 드문드문 떨어져서 자리 잡고 살까? 정말로 오지는 오지다.”


와락 눈물이라도 나올 만큼 가슴 먹먹한 풍경이었어요. 이제 겨우 산거리와 덕골만 구경했을 뿐인데 어느새 시간은 3시가 다 되었어요.

이곳으로 하루에 두 번씩 ‘0번 버스’가 다닌다고 했는데, 마침 차가 올 시간이 거의 된 듯싶었어요. 남편과 나는 버스가 오면 사진을 찍으려고 길가 논둑에 앉아 기다리기로 했지요.

그러나 설레고 애타는 맘으로 기다리는 버스는 끝내 오지 않고…. 거의 두 시간 동안 논둑에서 할 일 없이 기다리다 시간만 축내고 말았어요(이 이야기는 바로 다음 기사에 들려드릴게요). 시간에 쫓기어 고령까지 냅다 달려가기로 했답니다.

이제 이 산길에서 벗어나 국도로 나가려면 8km쯤 된다는데, 끝없이 내리막길이었어요. 골짜기를 따라 한참 동안 달리다 보면, 마을이 하나 나와서 발걸음을 멈추고…. 낮은 지붕과 허름한 담벼락, 마당 안까지 훤히 들여다 보이는 소박한 시골집 풍경이 하나 같이 가슴 먹먹해지네요.

작은리 덕골 마을이에요. 여기는 사람 살고 있는 듯 보이는 집이 두어 채밖에 없었답니다.
▲ 덕골 작은리 덕골 마을이에요. 여기는 사람 살고 있는 듯 보이는 집이 두어 채밖에 없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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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하게 살아도 도를 지키며 살던 '심은마을' 개티

“아! 이 깊은 산골에 어쩜 이런 마을이 숨어 있을까?”


가다 말고 뒤돌아서서 우리가 내려온 길을 보니 기가 막혔어요. 가도 가도 끝없는 골짜기뿐이에요. 모퉁이 하나 돌면 뭐가 나올까 싶어도 또 골짜기, 또 돌아가도 보이는 건 깊은 산뿐이니 아마도 이 길을 거꾸로 올라간다면 모르긴 몰라도 그만 가자고 했을 거예요. 더구나 산골에서는 해가 왜 그리  일찍 떨어지는지…….

작은리가 오지 마을이라고 하더니, 참으로 그랬어요. 세상과는 아주 등지고 사는 듯 조용하고 사람 발길 드문 그런 곳이었어요. 마을을 둘러보면서 여기에 사는 이들은 왠지 욕심도 없고, 다툼도 없이 사는 듯 보였으니까요. 산길을 내려오면서 만난 마을은 개티(개고개), 배티(배고개)라는 마을이었는데요. 여기도 하나 같이 그 옛날 시골풍경과 다름이 없었어요.

작은리에는 군데군데 흩어져 따로 자리 잡고 살아가는 마을이 여럿 있어요. 산거리, 덕골, 모방골, 거뫼, 개티, 배티... 하나 같이 가슴 먹먹한 풍경이에요. 그리고 거의 세 집~열 집 안팎이에요.
▲ 오지 마을 작은리에는 군데군데 흩어져 따로 자리 잡고 살아가는 마을이 여럿 있어요. 산거리, 덕골, 모방골, 거뫼, 개티, 배티... 하나 같이 가슴 먹먹한 풍경이에요. 그리고 거의 세 집~열 집 안팎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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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회관이 있는 이곳이 바로 '배티'랍니다. 그나마 사람 구경을 할 수 있었던 곳이랍니다.
▲ 작은리 마을회관 마을회관이 있는 이곳이 바로 '배티'랍니다. 그나마 사람 구경을 할 수 있었던 곳이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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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구나 이 ‘개티’ 마을은 동쪽에 있는 용암면과 경계능선에 있는 고갯마루인데, ‘개고개’라고도 한대요. 이 마을에는 지금은 사라졌지만 그 옛날 세상 ‘부귀영화’를 멀리하고 가난하게 살면서도 편안한 마음으로 도를 즐겨 지키던 은사(隱士)들이 모여 살던 ‘심은 마을’이 있었다고도 해요. 지금은 조선 인조때 고향에 내려와 살던  ‘남평 문씨’ 후손들이 살고 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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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과 함께 자전거를 타고 오랫동안 여행을 다니다가, 이젠 자동차로 다닙니다. 시골마을 구석구석 찾아다니며, 정겹고 살가운 고향풍경과 문화재 나들이를 좋아하는 사람이지요. 때때로 노래와 연주활동을 하면서 행복한 삶을 노래하기도 한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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