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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대통령 당선인께서 숭례문의 복원을 위한 재원을 국민성금으로 하자고 했다지요? 참 국민의 마음을 몰라도 너무 모르시는 발상입니다. 일은 누가 저지르고 부담은 국민이 한다는 말입니까? 국보 1호를 어이없이 잃어버린 국민들의 안타까운 마음을 이용해서 또 한번의 이벤트를 구상하는 그 사고방식에 경탄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국민이 진정으로 가슴아픈 이유가 무엇인지 모르시는 모양입니다. 소중한 우리의 문화유산을 상실했다는 아픔도 적지 않습니다. 그러나 더더욱 가슴을 칠 일은 또 다른 데 있습니다. 엉터리 문화재 관리시스템, 체계없는 재난대비, 그리고 대책없이 저질러진 전시행정과 포퓰리즘입니다. 국민은 지금 우리의 저열한 수준에 자존심이 무너지고 있습니다.

 

이명박 당선인은 먼저 스스로의 책임을 통감하고 국민에게 사죄하는 일을 먼저 해야 합니다. 이미 무너진 숭례문을 복원한들 그것은 이미 그 숭례문이 아닙니다. 차라리 서울 한복판에 불타서 무너진 그대로 두고 후세에 교훈으로 삼는 것이 옳은 일 아닐까요? 자신의 잘못을 반성하기는커녕 국민들과 또 한번의 쏘를 하면서 정치적 이익을 얻으려고 해서는 안될 일입니다.

 

가장 먼저 대국민 사과부터 하시기 바랍니다. 무엇을 사과하느냐고요? 그것도 아직 모르셨다면 매우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습니다. 지금부터 잘 보시기 바랍니다. 서울시장으로 재직하던 시절에 숭례문을 개방하는 조치를 취했습니다. 개방 그 자체가 잘못된 일은 아니었죠. 문제는 먼저 안전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지 않은 채로 급하게 서둘렀다는 점입니다. 아무런 대책이 없이 개방부터 해버린 잘못에 대하여 사과하시기 바랍니다.

 

또 숭례문을 시민의 품에 돌려주었다면서 사진도 찍어서 보도되게 하고, 치적으로 자랑을 했던 일입니다. 아마도 대통령에 당선되는데 영향을 미쳤을 겁니다. 국보1호를 시민들에게 돌려주었다는 것을 아주 자랑스럽게 여겼을 겁니다. 사실 대선을 위해 인기를 얻기 위한 방법으로 숭례문을 활용했다고 의심받기에 충분한 일이지요. 이런 것이 전시행정이고, 포퓰리즘입니다. 개방한다고 사진찍을 때의 모습을 스스로 돌아보면 국민앞에 저절로 고개가 숙여질 겁니다.

 

그렇게 가장 먼저 스스로의 책임에 대하여 사과를 하고 나면 다음에는 문화재의 보호에 대한 대책을 철저히 마련해야 합니다. 아직 전국에 산재해있는 문화재들을 소중히 보호하고 지키는 일은 이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의 역사적 책무입니다. 대운하와 같은 사업을 위해서 문화재가 소실되지 않도록 만전을 기해야 합니다. 거기에다 추가로 만약의 사태에 대비하여 방재시스템도 점검하고 정비해야 합니다.

 

그렇게 철저히 잘못에 대한 원인규명이 끝나고, 대책이 마련되면 그 다음에는 복원을 검토할 수 있겠죠. 복원을 하는 것이 옳은지, 아주 해체해서 없애버리는 것이 옳은지, 훼손된 상태로 두고 미래의 경계로 삼아야 할 것인지를 결정해야 할 것입니다. 지금은 복원을 서두를 때가 아닙니다. 서두른다고 우리의 치부가 가려지는 것도 아니지요. 이미 드러날 만큼 다 드러난 거 아닙니까?

 

먼저 원인을 철저히 밝히고, 스스로의 잘못에 대하여 사과해야 합니다. 그리고 나서 향후의 문화재 관리에 대한 대책을 수립하며, 방재시스템을 정교하게 고쳐야 합니다. 그렇게 한 후에 복원을 결정한다면 기꺼이 동의할 것입니다. 만일 국가재정이 어려워서 복원이 어렵다면 그 때 가서 200억중에서 200원 정도는 부담할 용의가 있습니다. 물론 지금은 복원자체가 그리 의미있는 일이 아니라고 봅니다만 진정으로 일의 순서와 절차가 옳게 진행된다면 생각을 바꿀 수도 있습니다.

 

가장 먼저 스스로의 책임에 대한 진솔한 사과부터 하시기 바랍니다. 대책없는 전시행정, 국민에게 피해를 주는 포퓰리즘, 그리고 정치적 의도를 모두 뉘우치고 사과하시기 바랍니다. 거기에서부터 해결의 실마리가 풀리기 시작할 것입니다. 잘못은 당신들이 하고 국민에게 불쑥 돈부터 내라는 방식의 접근은 군사독재자들의 모습과 오버랩될 뿐입니다. 지금은 대국민 사과가 필요한 때입니다.

 

덧붙이는 글 | 노사모에 함께 올립니다.


태그:#숭례문 화재, #국민성금, #숭례문 복원, #전시행정 , #파퓰리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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