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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강남구 대치동 부동산중개업소(자료 사진).

인수위에서 지분형 아파트를 핵심 국정과제의 하나로 선정했다. 지분형 아파트란 실수요자가 분양가의 51%를 부담하고, 투자자가 49%를 투자해 아파트를 분양받는 제도다. 실수요자는 집을 10년간 팔 수 없고 개인의 지분 투자는 펀드를 통해서만 가능하다. 반값에 집을 살 수 있고 대출까지 받으면 집값의 25%에 집을 살 수 있으니 반값 아파트 또는 반의 반값 아파트라고 불리기도 한다.

 

이 제도의 성공 여부를 두고 논란이 많은데, 가장 자주 거론되는 문제점은 집값이 상승하지 않고서는 투자 이익을 기대할 수 없기 때문에 정부가 집값 상승을 부추기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것이다. 수익률 보장이 안 되므로 위험부담을 감안하면 은행이자를 초과해서 집값이 올라야 하는데 이 제도의 성공과 집값 안정이라는 목표는 상충될 수밖에 없다.

 

하지만 더 근본적인 문제는 이 제도가 '공짜 점심은 없다'는 상식을 무시하고 있다는 점이다. 원숭이 두 마리가 있고 도토리 수가 정해져 있는데, 한쪽 원숭이에게 도토리를 더 주면 다른 원숭이에게 돌아가는 도토리 수는 줄게 마련이다. 그런데 마치 신기한 요술을 부리면 두 원숭이 모두 더 많은 도토리를 받을 수 있을 것처럼 호도하는 격이다.

 

지분형 아파트 제도에서 매매차익 분배는 지분대로 이루어지만 아파트의 사용권에는 차이가 있다. 실수요자는 반값으로 집을 사고 거주할 수 있으니 좋지만, 투자자로서는 거주나 임대 권리가 없으니 권리-의무 관계가 비대칭적이다. 돈을 거의 반씩 내는데 사용권을 한 쪽만 갖게 되면 다른 쪽 즉 투자가가 불리해지므로 거래에 응할 리가 없다. 그냥 단독으로 아파트를 구입하면 되는데 굳이 권리가 제한적인 지분형 아파트에 투자할 이유가 없는 셈이다.

 

투기 목적의 반값 아파트는 이미 널려 있다

 

우리나라에는 세계에서 유일하게 전세라는 특이한 관행이 있다. 전세 제도를 살펴보면 지분형 아파트가 애당초 불가능한 제도라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 지분형 아파트는 집값의 높은 상승을 전제로 하기 때문에 수도권 인기지역이 아니고는 투자유치를 하기 힘들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지적이 많다. 이를 의식해서인지 인수위는 수도권과 지방의 아파트를 하나의 펀드로 묶어서 분양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그런데 최근 전국의 매매가 대비 전세가 비율은 54% 정도다. 흔하지 않지만 편의상 매매가 1억원의 아파트가 있다고 하자. 전세를 끼고 이 아파트를 4600만원에 살 수 있다. 투자가 처지에서는 이미 반값 아파트가 널려 있는 셈이다. 더구나 매각대금을 실수요자와 나눌 필요도 없으므로 집값이 오를 경우 실투자금액 대비 수익률이 배 이상 높다. 투자가 처지에서는 이미 더 좋은 조건의 반값 아파트가 도처에 있는데, 누가 지분형 아파트에 투자를 하겠는가?

 

투자 유치를 위해 수도권의 목 좋은 곳에만 이 제도를 시행한다고 가정하자. 이른바 버블세븐 지역의 경우 매매가 대비 전세가 비율이 30%대에 지나지 않는다. 따라서 지분형 아파트제를 통하지 않고 전세를 끼고 투자하려면 매매가의 60%대의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이 경우에도 투자가 처지에서는 조건이 지분형 아파트보다 유리하다.

 

매매가 1억원의 아파트 가격이 10% 상승하였다면 지분형 아파트의 경우 실수요자나 투자자나 수익률은 10%다. 하지만 매매가 대비 30%의 전세금을 받은 일반투자가의 경우 수익률은 약 14%(1천만원/7천만원)다. 같은 계산으로 매매가 대비 70%의 전세금을 받은 투자가의 경우 수익률은 약 33%(1천만원/3천만원)에 달한다. 즉 매매가 대비 전세가 비율이 높을수록 레버리지 효과가 크기 때문에 집값 상승 때 수익률이 더 높아지는 것이다.

 

집값 하락 때 위험은 전세를 낀 일반적인 투자가 더 크지만, 이 경우 지분형 아파트도 손실을 보므로 지분형 아파트의 성공은 어차피 불가능하다. 집값 상승을 전제로 하는 한 권리가 제한적이고 수익률도 낮은 지분형 아파트보다 현 시장을 활용하는 것, 즉 전세를 낀 투기가 유리하므로 바보가 아닌 한 지분형 아파트에 투자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전세를 낀 투자가 수익률이 더 높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특혜를 부여한다면 지분형 아파트에 대한 투자를 유치하는 것이 전혀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개인이 일반적인 경로를 통해 투자할 경우 취득세, 등록세, 재산세, 종부세, 양도세, 1가구 다주택 소유에 대한 제약 등 각종 비용 및 제약이 존재한다. 세금을 지분형 아파트의 실소유자에게 전부 부담시키면 부담이 배가되므로, 실소유자를 구하기 어렵고 적은 부담으로 집을 구입할 수 있게 해준다는 정책 목표와도 배치된다.

 

세금을 지분에 비례해 부과하면 전세를 낀 투자에 비해 불리하므로 투자를 유치하기 어렵다. 각종 세금을 감면해주면 투자를 유치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이 경우 세수 손실로 인한 재정부담은 어떻게 할 것인가?

 

재정으로 해결하려면 차라리 저소득층의 주택구입자금을 지원해주거나 임대아파트를 많이 공급하는 것이 백 배 더 나은 정책이다. 투자 유치를 위해 원금보장을 검토한다는 말도 있지만, 주택가격 상승기에는 기대수익률이 높은 전세를 낀 일반적인 투자가 더 매력적이므로 실효성은 없다.

 

주택가격이 하락한다면 재정에 큰 부담을 주므로 이 역시 국가가 나설 일은 아니다. 분양가상한제로 인해 일부 인기지역의 경우 분양가가 주변시세에 비해 20% 정도 낮아질 것으로 보는 이들이 많다.

 

이 경우 지분형 아파트를 통한 투자가 매력적일 수도 있으나 전매제한기간이 긴 데다가 미분양아파트가 넘쳐나는 지방까지 포함하여 펀드를 구성하므로 효과는 희석된다. 인기지역만 국한해서 펀드를 만드는 것은 이미 청약 당첨 자체로 잠재적인 시세 차익을 얻는 실수요자에게 혜택을 추가로 주는 것이다. 이것이 과연 형평의 원리에 맞는 것인가?

 

부동산 거품이 우려되는 시기에 투기 조장

 

우리나라 주택시장의 가장 큰 문제는 거주나 임대가 아니라 시세상승에 따른 자본이득을 목적으로 하는 투기적 과수요가 많다는 것이다. 지분형 아파트 제도는 투기적 수요를 억제하는 각종 세금과 제도를 투자자에 한해 없애주는 특혜를 동반하고서라도 겨우 투자를 유치할 수 있을까 말까 하는 제도다.

 

재정에 부담을 주면서라도 무리하게 투자유치가 성공한다하더라도 국가가 투기를 권고하는 것이 바람직한 처사인지 의문스럽다. 더구나 자산 거품의 붕괴로 인한 세계경제의 불안 조짐이 나타나고 있고 우리나라도 미분양주택이 크게 증가하는 등 부동산 버블 붕괴 가능성이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시점에 부동산 투자를 국가정책으로 장려할 수 있는지 도무지 이해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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