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스어폰어타임> 영화 포스터.

<원스어폰어타임> 영화 포스터. ⓒ (주)아이엠픽처스


<원스어폰어타임>의 장르는 '코믹 액션'이다. 의도는 뚜렷하다. 코믹을 통해 웃음을 주고, 액션을 통해 유쾌함을 던지겠다는 말이다. 그런데 한국사회에서 코믹액션은 그동안 형사, 조폭물 일색, 그렇기에 역사물로 코믹액션을 선사하겠다는 데에 조금 고개가 갸우뚱한다.

대체 뭘로? 그런데 <원스어폰어타임>에는 다행히 히든 카드가 있는 모양이다. 그 히든카드란 다름아닌  보물찾기였다. 

영화는 1940년대 암울한 일제강점기의 역사를 코미디로 꼬기 위해서 보물찾기를 선택했다. <원스어폰어타임>에서 내셔널 트레져 시리즈와 인디아나 존스가 생각나는 것은 바로 이 보물찾기의 위력 때문인 것 같다. 사실 '사기꾼의 시대'에 제대로 사기쳐먹기 위해서는 값비싼 보물 사기꾼이 제격인 것 같다.

하지만 허구헌날 침략으로 인해 피해를 받고, 한반도 일제 제국주의 강점으로 인해 나라마저 뺏긴 상황에서 조선 사기꾼들이 등쳐먹을 '보물'이라는 게 과연 있을지 의문이었다. 그런데 다행히 하나 있긴 했던 모양이다. 석굴암이었다.

사기꾼들의 군침을 돌게 만드는 보물은, 일제에 의해 발견된 우리의 소중한 보물, 석굴암. 좀 더 자세히 말하자면 석굴암 백호 미간상에 있었다고 알려진 보물이 영화 속 사기꾼들의 관심대상이었다. 백호 미간상 이마에 박혀있다는 보물의 정체는 자그만치 다이어몬드 3천캐럿 짜리라고 하니 사기꾼들의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 것도 이해가 갔다.

그런데 다이아몬드 3천캐럿이라니, 실제로 이런 보물이 있었을까? 하는 의문이 든다. 정답부터 말하자면, 그 보물은 실체가 보이지 않는다고 말하는 게 정확했다. 해가 뜨면 석굴암 주변을 빛나게 했다던 그 보물은 실제했는지 여부조차 정확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서는 여러 말들이 오간다. 당시 일본군부가 가져갔다. 도난당했다 등등, 일제시대에 발굴된 한국 최고의 문화재 '석굴암'의 보물은 그렇게 역사 저편으로 가라앉아 있다. 실제인지, 혹은 아닌지도 모른 채.

"승자는 역사를 만들고 패자는 전설을 만든다."

패자는 전설을 만든다라, 영화 속 대사인데 왠지 모르게 가슴에 닿았다. 영화 속 석굴암의 보물을 전설로 정당화 시키는 말이다. 그렇다. <원스어폰어타임>에서 그 보물이 3천 캐럿짜리 다이아몬드로 돌변한 것은 어쩌면 전설일지도 모르겠다.

그렇더라도 그것은 어디까지나 패배의, 절망의 역사를 겪었던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설굴암 불상에 있다던 그 보석은 단지 전설이 아닐지 모른다. 그 보물은 분명 실재한다고 믿는 보물이고 희망이었기 때문에 말이다.

조선의 독립사기꾼, 그리고 일본의 조선사기꾼

그런데 그런 보물을 등쳐먹을려고 하는 조선 사기꾼들과 일본사기꾼들이 일대 격전을 벌인다. 그것이 조선놈(?)이든, 일본놈(?)이든 불편하다는 마음을 감출 수 없었다. 여성 도둑 해당화(이보영 분)와 봉구(박용우 분)는 한 술 더 떠 보는 이의 염장을 파 놓는다.

 "민족혼이 밥 먹여주나? 오까네가 아리마센인데."

 <원스어폰어타임>의 한장면.

<원스어폰어타임>의 한장면. ⓒ (주)아이엠픽쳐스


여기서 조선 사기꾼이란 사기꾼이면서 독립군인 척 하는 녀석, 독립군이면서도 사기꾼 척 하는 녀석들을 포괄하는 말이다. 또 일본 사기꾼이란 조선인이면서 일본 관료가 된 녀석, 그런 조선인 관료를 '조센징'이라고 비웃는 더 높은 조선인 일본 관료를 일컫는다. 

한 마디로 영화 속 등장인물 대부분이 자신의 신분을 속인 채 살아가는 '사기꾼'인 것이다. 어떤이는 보물을 등쳐먹는 진짜 사기꾼으로, 어떤이는 진짜 독립군으로, 하지만 일반인의 눈에 비친 그들의 모습은 분명 하나같이 정체를 알 수 없는 '사기꾼'들일 뿐이다.

영화가 진행되어 가면서 영화 속 많은 인물들의 정체는 하나 둘 진실을 드러낸다. 하지만 그 정체의 드러남이 썩 유쾌하지 만은 않은 이유가 우리는 이미 그 답을 알고 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바로 '조선인이 조선인을 죽였다. 조선인이 조선인을 등쳐먹었다'는 불편한 진실 말이다.

그럼에도 영화의 끝에서 웃을 수 있는 이유는 점조직으로, 구성원들의 얼굴조차 모른다는 불평섞인 대사 속에서 실재로 존재했을 '독립군' 때문일 것 같다. 어찌됐던, 해방은 됐고, 독립군은 소수나마 살아서 국민들에게 '단지 외세에 의한 독립이 아니다'라는 희망을 선사했으니 말이다. 그 소수의 진실에 희망을 가져본다.

원스 어폰 어 타임 개봉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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