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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수위의 공청회 진행과정이 투명하지 못한 탓에 비판 여론이 거세다. 공청회 당일(30일) 참교육을위한전국학부모회 등 시민사회단체 회원들은 서울 삼청동 인수위원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영어 공교육 완성 프로젝트 실천 방안'의 공청회가 편파적으로 진행되어 국민 여론을 호도한다"고 비판했다.


 

공청회가 열린 지난 30일 북수원 대성N학원 부원장 박영훈씨를 만났다. 그는 인수위의 교육정책에 대해 "평가는 시기상조"라며 신중한 태도를 보이면서도 예리한 비판을 아끼지 않았다.

 

박씨는 이번에 인수위가 내놓은 여러 교육 정책안에 대해 "좋고 나쁨을 평가할 시기는 아니다"라며 "검증 없이 교육정책을 빨리 터뜨리니 인수위도 사태수습에 급급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인수위가 내놓은 방안이 안정적이라고 여겨지지는 않는다"고 덧붙여 말했다.

 

"대개 교육정책은 약 3년을 주기로 변화합니다. 인수위가 내놓은 정책도 다음에 어떤 정책으로 바뀌어 나올지 모르죠. 물론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은 성향을 따라 세운 정책으로 인해 내신이 비평준화 된다는 사실을 배제하고 교육정책을 만들 것이고 내놓은 교육정책들을 강행할 겁니다.

 

지금 내신 반영비율이 30%라고 흔히 얘기하지만 사실상 내신의 실질적 반영비율은 10%정도거든요. 인수위의 정책으로 반영률은 더 떨어질 것입니다. 인수위의 방안에 대한 후속조치가 부족한 상황이기에 더 큰 비난을 막으려면 인수위가 발 빠르게 대처하여 학부모들의 마음을 안정시켜야 할 겁니다."

 

앞서 인터뷰한 '교육그룹정진' 정자 분원의 김영배씨 또한 인수위의 교육정책 방안은 내신을 강화할 수 있어 긍정적이지만 너무 서둘러 정책을 세워 그 효과가 적을 수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관련기사 "교육정책을 밀어붙이면 '인재' 발생"). 박씨 역시 비슷한 의견이다.

 

이어 인수위의 자율형사립고(이하 자사고) 100개, 기숙형 공립고 150개 설립 방안에 대해서도 질문했다.

 

"자사고가 설립되는 자체는 좋은 취지입니다. 공부를 잘할 수 있도록 아이의 특기까지 고려하여 기회를 줄 수 있으니까요. 하지만 설립 이후의 구체적 내용이 부족해요. 인수위의 정책에 구체적 방향이 제시되어 있지 않고 있는 데다가, 학부모와 학생들 사이에 자사고에 무조건 가야한다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어 인수위의 정책에 부정적 인식을 갖게 될 수 있습니다. 자사고에 진학한 이들을 지원할 밑바탕이 되는 정책들을 수립해야죠."

 

그는 현재도 외고 졸업 후 아이들이 어찌할 줄 모르는 경우가 많다고 덧붙이며, 자사고도 단순히 "일단 만들어 놓고 들어갈 기회를 줄 테니 들어가고 나서는 네가 알아서 해라"와 같은 입장으로 설립한다면 또 다른 아이들이 헤매게 될 것이므로 탄탄하고 구체적인 뒷받침 정책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물론 돈 없는 아이들의 소외 문제도 일어날 수 있습니다. 현 사회에서는 돈이 없어 공부를 포기하는 아이들이 더 많죠. 돈이 아이를 키우는 상황이니 돈이 있어야 혜택을 받게 될 겁니다. 하지만, 자사고 설립 이후 자사고가 갖고 있는 미래에 대한 보장 가능성에 따라 학부모들이 얼마나 투자를 할지 모르는 일이기에 좀 더 지켜봐야 할 것입니다."

 

"영어 공교육 프로젝트, 안정화시기까지 고려해 보완해야"

 

"정책을 보완해서 영어몰입교육의 대상을 좀 더 어린 아이들로 잡는다면 인수위가 기대하는 효과를 거둘 수도 있다는 생각입니다."


박영훈씨는 인수위의 영어 공교육화 방안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는 현재 영어로 영어교육을 시행하는 것조차 어려운 이유에 대해 "영어몰입교육이 가능한 영어교사가 부족하고 영어교과서에도 허점이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초등교육에서 영어에 대한 폭 넓은 경험을 쌓는 방향으로 가는 것은 좋은 방안입니다. 중· 고교 시기에는 영어에만 비중을 두는 것보다 다른 과목들과 함께 강조하는 것이 영어교육을 더 효과적으로 할 수 있는 방안이 아닐까요. 저는 인수위가 영어몰입교육을 정착시킬 기간으로 제시한 5년이 지난 후(2013년)의 안정화시기까지 내다본 넓은 정책이 나와야 한다고 봅니다."

 

사람들은 인수위의 정책 방향에 대해서 긍정적으로 여기는 경우가 많지만, 제시된 정책안에 대해서는 "글쎄다"라며 한 발 물러선다. 인수위의 정책안은 방향만 있을 뿐 정책의 '알맹이'가 없다. 나라의 발전에 장기적으로 미치는 교육 정책안임에도 다방면의 검토 뿐 아니라 '장기적 영향'조차 고려하지 않았다는 말이다. 박씨에게 인수위가 30일 연 공청회에 대해 구체적으로 어떤 평을 내릴 수 있겠느냐고 물었다.

 

"인수위가 오늘 연 공청회는 폐쇄적 성격이 강하다는 여론이 있죠. 폐쇄적이라는 말은 거부감을 상징하게 되고 이는 '자신이 없다'라는 말로 해석됩니다. 따라서 공청회로 인수위의 영어몰입교육에 대한 검증이 제대로 되지 않으므로 인수위는 신의를 더 잃을 겁니다. 인수위는 영어가 교육에서 어느 정도의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지 현실을 가늠하고 제대로 파악해야 합니다."

 

"공교육 강화로 발생할 다른 형태의 사교육도 염두에 둬야한다"

 

인수위의 교육 정책안이 인수위가 제시한 정책 방향대로 제시되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박씨는 인수위가 "사교육 의존을 줄이겠다"라고 강조하는 부분에 있어서도 현실을 제대로 짚어내야 가능하다는 입장을 보였다.

 

"현재의 교육은 수학 등 다른 부분에 치우친 상황이니 영어로 비중이 옮겨간다고 어학원들이 활개를 치지는 않겠죠. 그렇다고 하루아침에 사교육 의존을 줄이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일단 공교육이 사교육보다 질이 좋고 뛰어남을 검증할 방법이 있어야 합니다. 만약 공교육이 뛰어나다는 사실이 입증되더라도 학부모들은 쉽게 사교육에서 손을 떼지 않을 것입니다.

 

인수위의 정책으로 보아 앞으로는 학교 교육을 강화하고 다양한 프로그램을 내놓으며, 프로그램을 들은 학생들에게 가산점을 주는 방식으로 공교육을 강화할 겁니다. 물론 학부모들이 어쩔 수 없이 학교의 프로그램들을 택하면서 사교육의 입지가 줄어들겠죠. 그러나 다른 형태의 사교육이 생길 수 있습니다. 학교에서 0교시, -1교시 등을 시행하게 되는 것이 그런 경우죠. 이로 인해 학생들의 이중고가 우려됩니다."

 

박씨의 말대로다. 학원과 과외만이 사교육은 아니다. 0교시, -1교시로 불리는 이른 아침자습이나, 새벽 0시가 넘도록 이어지는 야간자율학습 또한 사교육의 변형된 형태다. 다만 그 장소가 학교일 뿐 아이들은 사교육 못지않은 학업부담에 시달릴 것이다. 머릿속에 지식을 채워 넣는 것은 교육이 아니다. 아이에게 건강과 스스로 생각하는 힘을 심어주는 것이다. 지식은 단지 그 밑바탕이 될 따름이다.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은 공청회 이후 영어 공교육 개편 논란에 대하여 "반대와 저항은 어디나 있다"며 이를 설득시키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그러나 반대의 목소리를 들으며 이를 정확히 이해하고 자신의 입장을 정리하는 것도 중요하다. 교육정책은 장기적인 안목으로 세워야 한다. 무조건 밀어붙이기보다는 신중한 논의 후 투명한 공청회를 열어 의견을 수렴하는 것이 정도(正道)가 아닐까.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수원시민신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인수위, #공청회, #영어공화국, #학원, #북수원대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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