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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정부는 대입제도 등 교육정책에 큰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사진은 2005년 수능시험 고사장 풍경.
 이명박 정부는 대입제도 등 교육정책에 큰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사진은 2005년 수능시험 고사장 풍경.
ⓒ 오마이뉴스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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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4월 3일, 한국 현대사의 최대 비극인 제주4·3항쟁 제58주기 위령제에 국가 수반으로서는 사상 처음으로 노무현 대통령이 참석해 4·3영령들을 추모하고, "무력충돌과 진압의 과정에서 국가권력이 불법하게 행사되었던 점에 대해 제주도민 여러분께 다시 한번 사과 드린다"며 2년 전에 이어 다시 한번 사과하였다.

그런데 58년 전 이승만 정권이 저지른 잘못에 대해 현직인 노 대통령이 왜 사과를 했어야 했을까? 그 뿐만이 아니다. 과거 독재 정권의 잘못에 대해 그 후 정부들은 사과와 보상의 절차를 거쳐야만 했다. 5·18민주항쟁이나 삼청교육대 등 과거 정권 시절의 피해뿐만 아니라 일제하에 있었던 국민의 피해까지 현재 정부가 책임을 지고 있는 셈이다.

어떤 정권이든 '우리 정부'

왜 현 정부의 잘못이 아닌 과거 정부의 잘못에 대해 현 정부가 책임을 지는가? 그것은 독재 정권이든, 민주 정부든 간에 모두가 대한민국 정부이기 때문이다. 어떤 정치세력이 정권이 잡든 국민들에게 그것은 '우리 정부'가 된다.

따라서 독재정권이 쿠데타로 정권을 뒤엎는 경우가 아니라면 선거에 의해 정권이 교체되더라도 국민들에게 기본적인 정부 정책에 대해서는 최소한의 영속성이 보장되어야 하는 것이다. 그래야 국민들이 안심하고 살 수 있다.

물론 정권이 바뀌면 여러가지 정책 기조가 바뀌고 새로운 개혁을 해나가게 된다. 하지만 갑자기 바뀌어서는 안될 것이 있다. 바로 정책의 일관성이 가장 중요한 교육 부분이다. 이미 지난 여러 정부에서 교육 정책이 너무 자주 바뀌는 바람에 '백년지대계'라는 교육의 의미가 많이 퇴색되기는 했지만, 적어도 국가의 기본적 책임으로서의 교육의 의미와 그 수단으로 공교육 강화라는 정책 의지는 지속되어 왔다.

또한 교육정책이라는 것은 가장 장기적인 과제를 다루는 것이므로 깊이있는 철학을 가지고 신중한 접근과 실행이 필요한 것이다. 특히 입시 문제는 장기간 대학 입시라는 결승점을 향해 달려온 학생들의 입장을 고려해서, 바꾸더라도 최소한 고교 3년의 준비와 적응 기간을 둬야 하는 것은 지극히 상식적인 사고일 것이다.

그런데 이명박 인수위는 하루 아침에 교육부와 교육이라는 명칭을 없애버리고, 교육의 국가적 책임을 대학교와 지방교육청으로 넘겨버린다고 한다. 실종되었던 '교육'이라는 명칭은 쏟아지는 비판 여론 때문에 뒤늦게 '인재과학부'에서 '교육과학부'로 부처의 명칭을 바꿔 겨우 한 모퉁이에 살아났지만, 이미 교육 현장의 혼란은 도를 넘고 있다.

전두환보다 천박한 이명박식 교육관

2일 오후 서울 삼청동 경남대학교 극동문제연구소 대회의실에서 열린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 대한 교육인적자원부의 업무보고에서 이주호 사회교육문화분과위 간사가 발언을 하고 있다.
 2일 오후 서울 삼청동 경남대학교 극동문제연구소 대회의실에서 열린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 대한 교육인적자원부의 업무보고에서 이주호 사회교육문화분과위 간사가 발언을 하고 있다.
ⓒ 인터넷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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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새 정부에서 고교 내신 반영은 물 건너가는 분위기이고, 공공연하게 고교등급제나 본고사 실시를 주장하는 대학까지 나오고 있다. 교과서 위주의 통합논술도 이제 영어제시문의 등장과 본고사형으로의 변신을 눈앞에 두고있는 듯하다. 그간 내신 반영 비중을 높이고 통합형 논술을 출제하겠다는 정부의 약속에 따라 공부해온 학생들은 정부의 말을 믿은 바람에 바보가 된 셈이다.

심하게 말하자면 이것은 정부가 정부의 약속을 믿은 학생들과 학부모들에게 사기를 친 셈이라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이명박 정부는 그건 과거 정권이 약속한 것이라 발뺌할 것인가? 이명박 정부는 대한민국 정부가 아닌가?

과거에 이런 식으로 교육제도를 확 뒤집어엎은 적이 있었다. 1980년 전두환의 국보위가 재학생의 학원수강과 과외금지, 학교보충수업금지, 대학 본고사 폐지, 선시험 후지원 방식 등으로 교육제도를 완전히 바꿔 놓았다. 하지만 그 무지막지한 군사독재정권도 사교육을 없애고 공교육을 강화하고, 고교생들의 입시부담을 줄이는 식으로 입시제도를 바꿔 민심을 얻고자 했다.

박정희 독재정권 시절에도 고교평준화를 도입하고 확대하여 중학생의 입시부담을 줄이는 방향으로 교육 정책을 펴고자 했다. 그런데 오늘날 교육전문가 하나 없는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의 몇몇 사람이 교육이라는 근본적 가치를 시장의 논리로 난도질하고 있다. 이것은 예전 전두환의 국보위식 방식이지만, 오히려 교육에 대한 가치관은 27년 전보다 훨씬 더 천박해졌다.

이명박 당선인은 경제대통령을 내걸고 대통령에 당선되었다. 자신이 대기업 CEO 출신의 경제전문가라고 자부하였다. 그 말은 경제 이외에는 문외한일 수도 있다는 말도 된다. 교육의 시장화에 대한 자신감과 밀어붙이기는 오만함과 무식함의 소치일 수도 있다. 교육은 원점으로 돌려놓고, 교육정책의 변화는 신중하게 다시 검토되어야 한다.

이명박 정부라고 해서 교육이 국가의 책임에서 벗어날 수는 없다. 이명박 정부도 우리 아이들의 미래를 책임져야 할 대한민국 정부다. 교육이 엉망이 되고서야 경제도 없고, 대한민국의 미래도 없다.


태그:#교육정책, #이명박정부, #대한민국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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